'성인지감수성'이 '무죄추정법칙' 무시? 그 오해와 실제
김지은 변호인단 "안희정 항소심, 피고인 진술 신빙성도 살폈다"
2019.02.12 18:37:41
'성인지감수성'이 '무죄추정법칙' 무시? 그 오해와 실제

"'성인지 감수성'이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증거재판주의 등의 형사재판 대원칙을 무너뜨린다"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다. 일부 '반 페미니스트' 진영이나 보수 진영에서 특히 주목받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봤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 측 변호인단 9명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간담회를 열고 항소심 결과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밝혔다. 

변호인단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피해자 진술뿐 아니라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까지 가렸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만 가지고 모든 것을 믿어준다'는 이야기는 (성인지적 감수성에 대한) 오해이자 비난"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진술'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물론 가해자의 '진술'의 신빙성까지 가려서 내려게 된 종합적인 판결이라는 말이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이 인용한 지난해 4월 대법원 판례 이전에도 법원에서 충분히 성인지적 관점에서 사건 바라보는 판결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오직 피해자 진술로만은 안 된다.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살펴 모순점이 없는지, 합리성이 결여됐는지 등을 모두 심리한다면 그런 과정 자체가 성인지적 판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 중심 문화와 인식, 구조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가 부정적 여론, 불이익 처우, 신분 노출 피해 등을 입어온 사실에 비춰보면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2심판결 쟁점분석 변호인단 간담회. ⓒ프레시안(서어리)



변호인단은 이날 성인지 감수성 외에도 △위력 행사 여부, △피해자 진술 신빙성, △피고인 진술 신빙성 등 항소심 핵심 쟁점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르게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신빙성을 가린 점에 대해 주목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피고인 신문 신청을 채택하지 않고 검찰이 작성한 피고인 신문조서만 받아들였으나, 2심 재판부는 7시간에 걸쳐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바 있다.

변호인 측은 "2심에서는 피고인 진술에 대해서도 진술의 일관성, 합리성, 객관적 물증과의 비교가 이뤄졌는데 재판부는 안희정 전 지사 진술의 경우 일관성과 구체성이 다소 떨어졌으며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업무일정표, 텔레그램 메시지 등 물증과 비교해도 모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즉 안희정 전 지사의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의심을 받게 됐다는 말이다. 이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다른 점이다. 

'피해자다움'을 요구하지 않은 것 또한 1심과 2심의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1심 판결문에 "피해자답지 않다"는 말은 없지만, 성인지적 감수성이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사건이 발생하게 된 맥락과 경위, 상황에 대해 전혀 제대로 된 심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결과가 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진술의 경우 주요 부분에 모두 일관성이 있고 사건 당시 상황, 피고인 행위 세부 내용,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적 행동과 반응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했다고 항소심은 봤다"며 "여기에 피해자 진술에 부합하는 추가 증언도 있었기에 신빙성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위력의 행사 여부'에 대해서도 1심, 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1심에서는 "간음에 이른 경위와 이후 피고인·피해자의 태도를 감안할 때 피고인이 업무상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2심 판결은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엄격하게 따른, 이례적이지 않은 판결"이라며 "오히려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이 위력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킨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성폭력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하며, "지금까지도 피해 사실을 어떻게 밝힐 것인지 고민하는, 숨어있는 많은 피해자분들이 용기를 내서 '미투(Me Too)'해주시면 저희가 언제든지 '위드유(With you)'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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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