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미국의 대이란 정책, 지켜보는 북한은...
[정욱식 칼럼] 이란 원유 수출 금지, 북미 회담 장외 악재될까
막나가는 미국의 대이란 정책, 지켜보는 북한은...
북미 협상의 '장외 악재' 가운데 하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책에 있다. 작년 5월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협상에서 과욕을 부렸다. 이란 핵협정보다 강력한 합의를 받아내겠다며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되는 비핵화(FFVD)'를 대북 협상의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FFVD는 명칭만 보면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핵뿐만 아니라 모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도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증도 사실상의 무제한적인 사찰을 요구하고 있다.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이는 '하노이 노딜'의 결정적인 사유였다.

이란 원유 봉쇄→미중 무역협상에 불똥→북미협상 지연?

그렇다면 미국이 22일에 일방적으로 단행한 이란 원유 수출 전면 봉쇄 조치는 대북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까? 예단키는 어렵지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조치가 미중 관계를 악화시켜 무역협상에 차질을 주고, 이게 북미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 미중 무역협정 타결, 후(後) 북미 합의'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노이 노딜을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면서 말이다. 하노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타협을 거부한 것이 시진핑 주석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고 여겨온 것이다.

결은 다르지만 중국 역시 미중관계의 난제를 해결한 이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 강하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또한 무역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인 역할을 추구했는데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그 책임을 미국이 뒤집어씌울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두 나라의 입장을 고려할 때, 무역협정 타결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또한 양국의 협정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악재가 불거졌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해온 중국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이란의 협력은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합리적, 합법적인 것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계속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 카드로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계속하면 해당 기업과 은행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미중 무역협상에 불똥으로 튀고 그 결과 북미 협상에도 영향을 주는 연쇄 작용을 일으킬 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안 그래도 불확실성에 휩싸인 북미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이란의 갈등 양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란 핵협정에 힘입어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란 내에선 강경론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재개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란이 이와 같은 맞대응은 선택하면 전쟁 위기가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북 협상은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이고, 김정은이 대미 협상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도 시시각각 다가오게 된다.

트럼프, 부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그래서 트럼프는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대한 태도가 북핵 문제를 어떻게 악화시켰는지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말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고 바그다드를 순식간에 점령하면서 '이라크 효과'를 자신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세인 동상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김일성 동상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역효과만 불러왔다. 부시 행정부는 대량파괴무기(WMD)가 유엔 사찰단에 의해 이미 해체된, 그래서 이라크에는 이런 무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있다'고 우기면서 침공을 강행했다. 이를 목도한, 그리고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부시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된 북한은 "핵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강한 믿음에 휩싸였다.

북한은 이란의 우방국이다. 그런데 이란은 핵협정을 잘 준수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 협정에서 탈퇴했고 경제 제재를 크게 높이고 있다. 이렇게 이란이 당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은 어떤 생각을 할까?

트럼프 행정부가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북한은 이란처럼 당하지 않으려고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내려놓고 말이다. 그래야만 클린턴도, 부시도, 오바마도 이루지 못한 업적에 다가설 수 있다. 트럼프 본인이 호언장담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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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