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는 OK, 서동만은 NO"
여야간사 합의, 인수위 "제2의 최장집 사건" 강력반발
2003.04.23 14:49:00
"고영구는 OK, 서동만은 NO"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를 마친 여야 간사가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는 인준하되,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서동만 교수(상지대)에 대해선 이념성을 문제삼아 반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동만 교수는 외교통일안보 분과 인수위원 시절부터 국정원 개혁 청사진을 마련한 주도적 인물로, 향후 국정원 개혁의 핵심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었기 때문이다.

인수위 출신들은 이같은 여야 합의가 국정원 개혁을 차단하려는 정치권 및 국정원내 일부 세력들의 합작에 의한 '제2의 최장집 사건' 시도가 아니냐며 강력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간사, "고영구는 OK, 서동만은 NO" 합의**

국회 정보위원회는 22일 고영구 후보에 대한 국정원장 공개 인사청문회와 고 후보와의 1시간반동안 비공개 회의가 끝난 뒤 정형근 한나라당간사와 함승희 민주당간사가 공동 브리핑을 통해 "고영구 국정원장은 수용하되 서동만 기조실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합의사항을 밝혔다.

정, 함 의원은 "정보위 의원들이 국정원장 1명이 개혁성향이 있으면 됐지 차장급은 현장경험이 많은 실무자들로 구성해야 한다. 개혁을 위해서 외부에서 충원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함승희 의원은 특히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서동만 교수가 국정원 정무직을 맡기에는 이념노선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채택하기로 여야간사간에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29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임명권자인 노무현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고영구 국정원장은 OK,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은 NO"로 합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정형근 한나라당간사는 이와 관련, "고영구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여러 얘기가 나왔음에도 임명동의를 해줘야 할 것으로 보지만, 서동만 교수는 이념편향이나 정보 비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핵심보직을 맡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공개리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원들 이례적으로 "서동만은 안돼"**

특이한 점은 여타 인사청문회와는 대조적으로 민주당 정보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많이 나왔다는 대목이다.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서동만 교수는 제네바 협의가 깨진 것도 미국이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등 시종 북한측 입장"이라며 "서 교수는 친북성향이어서 국정원의 정무직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는 점을 부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DJ정부시절 국정원장을 지냈던 천용택 의원은 "서교수는 서해교전에 대해 현장 지휘관이 지시한 것이어서 김정일의 책동이 아니라고 하는 등 편향돼 있는만큼 국정원 전체를 운영하는 기조실장을 맡으면 큰일난다"면서 "대통령의 결심은 내가 지지해줘야 하지만 이것만은 안된다"고 강력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동교동계의 김옥두 의원 역시 "고영구 후보자는 사회경험이나 개혁성 등에 비춰 문제는 있지만 원장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지만 서동만 교수는 예산과 인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조실장에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밀리면 '제2의 최장집 사건'될 것"**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는 임명권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고, 더욱이 기조실장은 청문회 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로 이런 보고서를 채택하면 노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같은 여야 합의는 그러나 서동만 교수와 함께 인수위 시절 국정원 개혁작업을 했던 인수위 관계자들로부터 강한 반발과 의혹을 사고 있다.

인수위 출신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서동만 교수의 전문성 운운하지만 서 교수야말로 국정원의 현행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가장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인물"이라며 "인수위 시절 국정원 개혁방향에 대한 빽빽한 보고서도 주도적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야 정치권이 전례없이 국정원장이 아닌 기조실장을 문제삼고 나온 배경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여기에는 서교수가 기조실장이 될 경우 현재 특정지역 출신들로 편중돼 있는 인사체계를 혁파하려 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특정지역 출신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북핵문제로 국내매파들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사상성을 문제삼아 개혁세력을 마녀사냥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목격되며 서 교수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며 "만약 여기서 밀리면 훗날 '제2의 최장집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정원내에 '원장은 짧고 기조실장은 길다'는 얘기가 나돌듯 국정원의 핵심 포스트인 기조실장을 흔들어 노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야당의 계산이 작동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서교수가 기조실장이 되면 역대의 국정원 도청의혹 폭로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듯, 그동안 여야 정치권과 물밑 거래를 해온 국정원의 정치개입행위를 철저히 혁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민주당과 청와대의 인수위 출신들은 이에 노대통령에게 서동만 교수의 기조실장 임용 계획을 밀고나갈 것을 주문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앞으로 노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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