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의도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밀어내기"
[정욱식 칼럼] 한일갈등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
"일본의 의도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밀어내기"
16일 중국 사회과학원이 개최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협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는 사회과학원 소속 한반도, 미국, 일본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필자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

당초 세미나 주제는 한반도 문제였지만, 최근 한일관계의 갈등 상황을 반영하듯 이 문제가 토론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중국 전문가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우위를 꺾고 일본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의 조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한일관계 및 동북아 정세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근 주중 일본 대사관 측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최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왕더쿤 사회과학원 세계 정치 및 경제 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은 한국에 대한 보복을 6개월 전부터 하려고 했으나 오사카 G20 회의 때문에 미뤄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 및 강제징용과 같은 역사 문제와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있지만, 일본은 수출규제를 "경제조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물론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높은 한일관계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일본에도 피해가 있고 세계 경제 질서를 교란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일본의 조치는 극히 유감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도 아플 텐데 왜?

주먹질을 하면 때린 주먹도 아픈 법이다. 그런데 일본은 왜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보복을 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리원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한일갈등은 경제문제가 본질"이라며, "한일은 경제구조가 비슷하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경쟁관계가 있는데, 한국이 일본을 급속히 따라잡거나 일부 분야에서 추월하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두려움이 커진 것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리청스 인민대 교수는 동의를 표하면서 일본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의도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보기에는 일본의 조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을 밀어내고 일본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5G 경쟁에서 결국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이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강경책과 중일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바라봤다.

한국 때리기를 통해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지분을 넓혀나가겠다는 것이 일본의 계산이라는 것이다.

중일관계 개선의 비결은?

중일관계는 한일관계 못지않게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중일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이 중국의 부상을 현실로 인정했고 중국은 실리를 추구한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왕더쿤은 아베 정권이 초기에는 중국을 과소평가했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가 언젠가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이 미국과 손을 잡으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할 수 있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일본이 중국의 부상을 현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리원은 "중일간의 경제력 격차가 3배까지 벌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이 중국의 성장을 막을 수 없다면 커져가는 중국 시장에서 실리를 챙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점을 아베 정권도 비로소 깨달았다는 의미이다. 이에 더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압박해온 것도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중국 인사는 시진핑 정권의 실용주의도 중일관계 개선에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했고 중일관계 악화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다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미래 세대가 현 세대보다 더 현명하게 해결할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현상 관리를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적극 개입하지 않을 것"

한일관계 악화가 중국의 이익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은 피하면서도 득과 실이 있다는 점은 내비쳤다. 중국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은 한일관계 악화가 한중관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해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한일관계 악화로 불확실해진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관계와도 연결된 것이다. 중국 인사들은 "미국이 한일 갈등에 적극 개입해 중재하지 않는 이유를 잘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곤 한일관계 악화가 RCEP 및 한중일 FTA과 같은 역내 자유무역 질서 증진을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미국이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도 내놨다.

당분간 한일관계의 악화와 중일관계의 밀월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도 장기전 태세로 돌입하는 것 같다. 이에 반해 시진핑 주석은 "벚꽃이 피는 시기", 즉 내년 봄에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일간의 새로운 협력시대를 선포하는 선언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도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마음을 짓누르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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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