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시작한 '혐오', SNS와 댓글로 증폭됐다
사회적참사 특조위,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포럼 개최
2019.07.19 04:32:31
뉴스가 시작한 '혐오', SNS와 댓글로 증폭됐다
# 2014년 8월 24일, 채널A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보도를 시작했다. <단식 김영오 씨 '외삼촌 글' 반박>과 <"10년 전 이혼…딸 사랑은 진심">과 같은 보도였다. 표면상으로는 루머와 루머에 대한 해명이 적절히 다뤄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각종 의혹에 대해 김영오 씨는 즉각 해명했습니다. 대부분 사실관계는 맞지만 제대로 해 준 것이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며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라는 앵커의 말은 비아냥에 가까웠다.

# 2014년 5월 6일, 세월호 수색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부 이광욱 씨가 구조·수색작업 중 사망했다. 다음날인 2014년 5월 7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유가족의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잠수부의 죽음을 불렀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당시 MBC 박상후 전국부장은 <슬픔과 분노 넘어서야>라는 뉴스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실종자 가족들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2015년 1월 6일, 세월호 참사 발생 265일 만에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마련에 최종 합의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해당 소식을 전하며 세월호 유가족이 '단원고 대입특례'를 요구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리포트에서 장재용 기자는 "사고 당시 2학년이었던 단원고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원 외로 특별전형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피해가족 등의 여론을 수렴한 야당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생존 학생 대입특례는커녕 배·보상 자체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유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가능한 특별법이었으나 MBC에선 이를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관련 부정적이고 왜곡된 보도는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한 '혐오'의 단초를 제공했다. 뉴스로 시작된 왜곡된 이야기는 소셜 미디어와 댓글을 통해 증폭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18일 서울시 중구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주최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포럼에서는 이러한 언론의 왜곡된 보도가 어떤 문제인지를 짚어보았다. 

이날 포럼에서 황전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회 위원장은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정보 공개나 부정확한 여론의 확산은 재난 극복과 피해자 지원의 근간을 해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피해자 명예훼손 방지를 위한 인식의 확대와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18일 서울시 중구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포럼을 개최했다.ⓒ프레시안(조성은)


발제에 나선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세월호 참사는 언론 재난보도의 대표적 실패사례"라며 "잘못된 보도로 피해자 명예훼손과 모욕 등 부정적인 여론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허 대변인은 "언론사가 자체적인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었으나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규정이 아니라 한계가 명확하다"며 "재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의 경우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허 대변인은 댓글 등을 통한 혐오표현에 대해서도 "대부분 차별적 표현은 집단적 명예훼손 등으로 간주돼 처벌이 쉽지 않다"며 "혐오 표현 처벌 조항 도입에 대한 공론화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언론은 '혐오 네트워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트위터상에서 세월호 보상 관련 이슈가 전파되는 양상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은 '세월호+보상', '세월호+지원', '세월호+혜택', '세월호+특례', '세월호+특혜'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언급량 급증 시기의 화제를 도출했다. 김 부소장은 "다섯 개의 키워드 중 셋의 언급량이 급증한 시기는 모두 언론보도와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을 통한 허위 사실 유포도 심각했다. 김 부소장은 "댓글은 소셜 미디어와 더불어 새로운 미디어 채널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뉴스 원문과 댓글은 하나의 콘텐츠로 이용자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바른ICT연구소 댓글 조작 효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하며 "댓글을 읽은 사람 4명 중 1명꼴로 뉴스를 보기 전과 후의 생각이 달라진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월호 관련 보도에 따라붙는 댓글은 특정 언론사의 기사에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언론사가 전체 댓글 및 대댓글의 80%를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 형성과 반영이 소수 언론사의 논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이 부소장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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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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