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기후정의를 위해 대학로에 모이자
[초록發光]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서야 할 때
9월 21일, 기후정의를 위해 대학로에 모이자
그레타 툰베리, 대서양을 항해하다

지난 28일 대서양을 건너온 작은 요트가 뉴욕에 도착하였다. 작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의 작은 불씨를 지펴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 그리고 어른들까지 거리에 나오도록 이끈 그레타 툰베리가 타고 있었다. 이제 올해 노벨상 후보로 추천받은 16세 청소년이 조력자들과 함께 15일간의 항해를 막 끝마친 것이다. 

오는 9월 23일, 뉴욕에서 기후행동 정상회담(Climate Action Summit)이 예정되어 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가 기후위기가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며 소집한 회의다. 각국 정상들에게 전지구적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들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서 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이 회담이 지구를 구할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대서양을 건너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문제가 있었다. 살고 있는 스웨덴에서 뉴욕으로 가자면 대서양을 건너야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비행기편을 선택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길에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비행기를 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석유를 쓰지 않는 돛이 달린 작은 요트를 선택하였다. 태양광 패널로 얻는 전기로 불을 켤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는 작은 배였다. 물론 그녀의 처지는 고향을 떠나 무작정으로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기후난민들보다 나을 것이고, 그들이 목숨을 건 배의 열악함과는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또 서치라이트와 헬기로 사냥하듯 맞아주는 군경과 다르게 많은 시민으로부터 환영을 받겠지만, 기후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신념을 지키는 길은 혹독했다. 그 앞에 숙연해진다.

그녀는 9월 뉴욕 정상회담을 거쳐, 12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제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5)에 참석할 예정이다. 육지로 연결된 그곳까지 그레타가 어떻게 갈 것인지는 그리 궁금하지 않다. 오히려 그레타가 거쳐 가는 길 위에서 어떻게 기후정의의 횃불이 불타오를지가 궁금하다. 기후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그녀의 호소가 북남미 아메리카 대륙을 흔들고 일으켜 세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아마존 산불을 방조, 아니 조장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굴복시키는 거대한 기후정의 운동이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어쩌면 지구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 그레타 툰베리. ⓒhttps://tr.redsearch.org/images/3164619


한국,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예고되어 있다

일, 이, 삼, 사.... 백사십이, 백사십삼... 사람들은 과연 우리가 얼마나 모였을까 궁금해 하며, 저 뒤에서 들려오는 숫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8월 7일,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강의실의 벽을 터서 개방하고 연신 의자들을 날라 놓았다. 7월 23일에 용산의 그린피스 회의실에서 70여 명의 시민과 단체 활동가들이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한국 시민, 종교, 사회단체, 정당 집담회'를 개최한 후, 2주 만에 모인 사람들은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시민과 단체들은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하고, 9월 21일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가지기로 결의했다. 이후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갖고 종각까지 행진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져서 준비되고 있다. 목표는 5000명이고, 활동가와 시민들이 이들을 모으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의하기 위해서 두 차례의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환경운동 활동가만은 아니었다. 과학 논문과 데이터로 기후위기의 실체를 간파한 과학자에서부터 기후위기는 식량위기임을 직감하는 농민, 기후위기가 인권 위협의 최대 요소임을 깨닫기 시작한 인권운동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맞서야 한다는 보건의료인, 산업적 축산과 과도한 육식이 지구의 허파를 갉아 먹고 있다고 경고하는 채식주의자들, 연일 계속된 폭염에서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건설과 택배 노동자들, 무엇보다도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이 기후위기로 위협받고 있음을 직감한 청년들까지 다양했다. 수도권에서만이 아니라, 대규모 석탄발전소로 고통 받고 있는 충남, 세계 어디보다 빠르게 바다 수위가 차오르는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 참석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9월 20-27일까지, 전지구적으로 조직되는 거대한 기후파업의 물결에 합류하게 된다.

이전에 서로 인사를 나눌 일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였다. 그들을 여기까지 이끈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어떤 감각, 그리고 절박함이었다. 어쩌면 말로 제대로 표현되기 어렵지만,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은 어떤 공포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우리 이대로 가다가는 다 망하는 것 아니야... 그런 공포감은 외신을 통해 스펙터클하게 전해지는 이상기후 뉴스 때문만은 아니다. 한반도에서도 이미 일어나는 기후위기의 여러 경험들이 그런 공포에 구체적인 모습을 더해주고 있다. 철갑을 두른 듯 에어컨과 난방기로 조정되는 실내 환경과 자동차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이들에게는 아직도 먼 감각으로 어렴풋이 느껴지겠지만, 자연에 의존하는 농민과 야외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부실한 주택에 몸을 뉘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이미 삶의 위기로 감지되고 있다. "북극곰과 지구를 구하자!"는 환경운동가의 전통적인 슬로건은 이미 오래전에 낡은 것이 되어 버렸다. 기후운동은 북극곰의 얼굴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얼굴을 한 기후정의 운동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의 두께 면에서도) 묵직한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가 있다. 꼭 시간을 갖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기후위기가 세상 모든 것을 바꾸고 있으며, 나아가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또 다시 세상 모든 것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기후위기는 온실가스만 감축하면 해결되는가? 2050년까지 전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일은 엄청난 도전이다. 그 목표 자체가 가능한 일인지 매일 같이 절망과 회의에 빠진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 자체가 목표로 보이지만, 그것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시하였을 때 내 질문, 그리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책 제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간명하게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목표도 알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방안도 있으며, 동원 가능한 기술, 인력, 그리고 재정도 충분히 있다. 문제는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행동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많은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이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50년 배출제로를 목표를 선언하며, (뉴욕시와 같이) '기후동원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그것을 위해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고, 또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그 해결책에는 성층권에 대량의 황산화물(즉, 먼지)를 뿌리거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파묻는 것과 같은 지구공학적 접근도 거론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그대로 배출하고서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도 그저 운명이며 그대로 놔두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폐기물을 쏟아내고 부국과 부자들의 주머니를 불리며 빈국과 빈자들의 밥그릇은 뺏는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 체제, 나아가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체제를 혁파하고 통제하는 접근도 있다. 지구를 구하는 일은 빈곤과 불평등을 혁파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해결책을 선택하든, 혹은 아무 것도 안하든, 기후변화는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에서 우리의 선택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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