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맨' 트럼프에 도전하는 여성 대권 후보들
[2020년 美대선 읽기]1872년부터 좌절된 여성 대통령의 꿈, 2020년에는?
2019.09.13 10:04:09
'마초맨' 트럼프에 도전하는 여성 대권 후보들

2020년 11월 3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2016년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기 때문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민주당이 2016년 패배를 설욕하느냐가 기본 구도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주류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불법 이민자 추방, FTA 협정 재협상, 파리기후협약 파기 등 노골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우선하는 인종주의적, 신고립주의적 정책을 주창했다. 그의 정치 노선은 백인 노동자 계급 등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들이며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 성향 때문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여성과 유색인 후보의 약진이다. 5명의 여성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며, 12일(현지시각)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리는 3차 토론회 무대에 오르는 10명의 상위권 후보 중 3명(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여성 후보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매사추세츠)은 파산법 전문가로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경쟁자 중 하나로 거론되던 인물이기도 하다. 민주당 내 진보적인 성향의 의원 중 하나로 분류되며,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여성 검사와 캘리포니아주의 첫 여성 법무장관에 오른 카멀라 해리스 의원(캘리포니아)은 여성이면서 동시에 유색인종을 대표하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남녀 임금 격차를 좁히고 교사들의 급여를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고 있다.

중도성향인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미네소타)은 연방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 당시 그의 성희롱과 성폭행 문제를 의제화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이들 중 특히 워런 의원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하며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태다.

▲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워런, 카멀라 해리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AP=연합뉴스


정치인이 되기 이전인 기업인 시절에서부터 숱한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이자 노골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한 반대세력 중 하나가 여성들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2017년 1월 21일 여성 약 50만 명이 워싱턴DC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정책을 비판하는 '여성행진(Women's March)' 시위를 벌였다. '여성행진'은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도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여성주의적 성향'은 여성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을 자극해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 25명, 하원 102명 등 역대 최다수의 여성 의원들이 탄생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오카시오-코테츠,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 등이 이때 의회에 입성한 의원들이다.

여기에 2017-18년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미투(#Me Too)' 운동도 여성들의 정치 의식 고양과 정치 참여를 늘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패배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좌절된 꿈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는 내년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되려는 도전은 1872년부터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1872년 대선에 뛰어든 한 여성은 사탄에 비유됐고 갇혀 버렸다. 그녀의 이메일 때문이 아니었다(A woman who ran for president in 1872 was compared to Satan and locked up. It wasn’t for her emails)"라는 제목(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2016년 당시 '이메일 스캔들'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에 빗댄 제목이다. 필자주)의 기사를 통해 미국에서 최초로 대통령에 도전했던 여성 빅토리아 우드헐(Victoria Woodhull)을 소개했다. (원문 보기)


우드헐은 1870년 <뉴욕 헤럴드>의 칼럼을 통해 "나는 무권위 여성들을 대변할 권리를 주장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1872년 자신이 만든 평등권 정당(Equal Rights Party)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 우드헐은 당시 너무 어려서 대통령이 될 수도 없었고, 여성은 투표권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투표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도전'은 여성이 투표권 뿐 아니라 공직에 출마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또 우드헐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주장을 펄쳤다. 그는 여성의 성적, 사회적 해방을 의미하는 "자유 연애"(free love) 주장했고, 여성들이 결혼을 통해 남성에게 재산권, 자녀에 대한 권리 등이 종속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우드헐의 이런 주장에 대해 당시 남성들은 그를 '사탄'으로 비유하는 만평을 그리는 등 극도의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만평은 우드헐이 "자유로운 사랑에 의해 구원을 받으라"고 쓰인 선전물을 들고 있는 사탄으로 묘사했고, 그 뒤를 두 명의 아이를 안고 업고,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까지 등에 짊어진 여성이 우드헐을 외면하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여성들이 난봉꾼인 남편과 자녀 양육 노동으로 고통 받을지라도 우드헐의 '악마와 같은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을 것이란 비유였다. 

▲ 우드헐을 사탄에 비유한 만평.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우드헐은 1872년 11월 유명한 개신교 목사인 헨리 워드 비처 목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썼다. 우드헐은 이 글에서 "자유 연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이 목사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 남성들의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글은 '외설법(obscenity laws)' 위반으로 그의 정치적 파멸을 초래했다. 우드헐은 체포되어 두달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대통령 후보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우드헐이 아니라 1884년 국가평등권당(National Equal Rights Party)의 제3자 후보였던 벨바 록우드(Belva Lockwood)가 최초의 여성 대권 후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최초의 여성 대권 후보를 우드헐로 보든, 록우드로 보든 간에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여성 대통령'을 향한 도전은 140년 넘게 계속 됐다. 2020년 대선에서 실제 '여성 대통령' 탄생 여부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실질적으로는 선거과정에서 '마초맨'(2020년 트럼프의 공식 선거 노래 중 하나가 '마초맨(Macho man)'이다)을 자처하는 현직 대통령의 반여성주의적, 반인권적 폭주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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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