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읽기] 바이든은 '2020년의 오바마'가 될 수 있을까?
'민주당 1위 후보' 바이든의 강점과 약점
2019.09.17 18:04:45
[美대선 읽기] 바이든은 '2020년의 오바마'가 될 수 있을까?

조 바이든(Joe Biden, Joseph Robinette Biden Jr.)은 현재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2009-2017년)을 지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고, 정치적 경험과 안정성을 갖춘 후보로 평가된다.

반면 그의 약점으로는 고령의 나이(76세, 1942년 11월 20일생)와 중도적 정치 성향으로 진보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을 끌어안기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나이'는 물리적으로는 가장 큰 한계이지만, 현재 민주당 '빅3 후보' 모두 70세를 넘겼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무마되는 변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77세(1941년생),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70세(1949년생)다. 무엇보다 상대 후보(공화당)인 트럼프 대통령도 70대(73세, 1946년 6월14일생)이기 때문에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고령의 나이는 크게 흠이 아니다. 


오히려 바이든의 가장 큰 약점은 '확장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73년부터 무려 36년간 연방 상원의원(델라웨어)을 지낸, 민주당 내 중도파를 대표하는 거물 정치인이다. 그의 오랜 정치 경력과 중도층을 아우르는 안정감과 무난함은 그의 최대 정치 업적인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선 적합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의 '이단아'인 트럼프라는 '괴물'과 맞붙었을 땐 오히려 약점이 된다. 이는 그가 지난 4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래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약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든, '오바마의 부통령'으로서 찬사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지난 12일 민주당 상위 10명 대선 후보들의 합동 TV토론회 이후에도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앞서 있었던 1차, 2차 TV토론회에서 다소 떨어지는 말 솜씨와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이든은 지난 주 있었던 3차 토론회에서는 비교적 선방했다고 주요 언론들이 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노예제의 유산'과 관련된 질문에 제대로된 답변을 내놓지 못해 비판을 받았지만, 15일(현지시각)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 문제에 비판적인 정치 행보와 발언을 하는 등 자신의 실수를 재빠르게 만회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이날 지난 1963년 백인우월주의 결사체인 KKK(Ku Klux Klan) 단원들의 폭탄테러로 4명의 흑인 소녀들이 희생된 앨라배마주 버밍햄의 침례교회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당시 희생된 흑인 소녀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이와 같은 폭력은 과거에만 살아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교회 테러, 2018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인 사원 테러, 지난 8월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사건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 역사의 페이지에서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인종주의적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바이든의 이날 연설은 최근 있었던 TV 토론회에서의 '실수'에 대한 만회이면서 동시에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확보하고 있었던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굳히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CNN이 지난 1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들의 42%가 바이든을 지지해 2위인 샌더스(12%)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뉴욕타임즈>는 16일 "흑인 유권자들과 깊은 유대를 갖고 있는 바이든, 표로 전환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바로보기)에서 바이든에 대한 흑인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1) 바이든과 흑인 지도자들과의 깊은 유대감 2) 버락 오바마의 부통령 당시 보여준 모습 3)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성향의 흑인들 사이에서의 높은 인기를 꼽았다. 


기사에 인용된 "바이든은 최초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대통령인 오바마의 부통령으로서 오바마를 한번도 불명예스럽게 만든 적이 없다"는 인터뷰는 흑인 유권자들의 바이든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잘 보여준다.

▲ 15일 앨리배마주 버밍햄의 한 교회에서 흑인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바이든. ⓒ 뉴욕타임즈 화면 갈무리


CNN 등 일부 언론이 지난 3차 TV 토론의 승자의 하나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꼽을만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하다.(바로보기) 3차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오바마의 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으며, 그의 부통령으로서의 업적은 모든 후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중도파의 노회한 정치인 바이든, 힐러리 전철 밟을 수도

하지만 바이든은 오바마와 정치적 '동업자'였지, 정치적 '동지'는 아니었다.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오바마는 바이든을 '러닝 메이트'로 택했다. 최초의 흑인 출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오바마가 당시에 본인이 갖기 못한 정치적 자산(백인, 중산층, 중도성향)을 가진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것이지, 오바마와 바이든이 정치적 성향이나 지향이 같았던 것이 아니다. 한국 정치에 비유하자면 오바마와 바이든의 관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관계와 유사하다.

2020년 대선 지형에서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어쩌면 더 현실적인 전망일 수 있다. 2008년 대선에서 초선 상원의원(일리노이)에 불과했던 버락 오바마가 '바람'을 일으키면서 퍼스트레이디(영부인) 출신이자 정치 거물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것에 이어 본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을 누르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시대정신'을 담지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시대를 역행하는 냉전적, 대결주의적 성향과 신자유주의적 경제 노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는 생활임금, 의료보험 등 민생을 우선하는 정책과 정치 철학을 내세웠다. 여기에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출신이지만 시카고의 흑인 커뮤니티에서 빈민을 돕는 운동가로서 사회 활동을 시작한 오바마의 이력과 진정성은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2020년 대선에서 아직 2008년의 오바마와 같은 역할을 할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내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후보로는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이 있지만,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에게 집중됐던 열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바이든이 24%로 1위를 차지한 지난 11일 여론조사에서 워런은 18%로 2위, 샌더스는 17%로 3위의 지지를 얻어 어느 한쪽의 정치적 양보를 주장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 진보성향의 지지자들 중에서도 샌더스는 주로 백인 남성 노동자층, 워런은 주로 여성, 고학력층의 지지를 받는 등 정치적 교집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진보 후보로서 대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고, 바이든의 1위는 이런 상황에 따른 반사 효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의 적은 바이든'이라는 비판도 있을 만큼 40년 가까운 중도 성향의 정치인으로서 그의 이력은 현재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기도 한다. 바이든은 지난 1975년에 "나는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형사법과 관련된 그의 보수적인 입법 활동에 대해서도 젊은 흑인 유권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때 불거졌던 '성추행 논란'으로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이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 레이스에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지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2008년의 오바마, 2016년의 샌더스처럼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유권자들의 요구하는 정치를 실현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는 후보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까지는 140여 일이 남아 있다. 그 사이에 민주당은 '우파 포퓰리즘'의 귀재인 트럼프를 꺾을 후보로 전열을 정비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에게 또다시 뼈 아픈 패배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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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