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2019.10.09 13:35:03
[기고]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최병욱 수석부위원장(국토교통부노조 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노동정책이 회차로(回車路)가 없는 일방통행길을 달리고 있다.

적색 신호등이 켜졌지만 심지어 과속하고 있는 모양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했던 약속마저 잊어버린 듯하다.

공무원을 노동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은 과거 정권들과 동일하다.

그런데 최근 한발 더 나아가 노동의 대가인 보수의 한 부분인 ‘초과근무수당’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노사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용역을 맡겼다는 점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향후 있을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인식한 선제적 조치, 심지어 공직사회 길들이기를 위한 물밑작업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수당 개편 논의는 호봉제 개편 및 6급 이하 직무급제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짙은 만큼 노사 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6급 이하 직무급제 도입은 공공성이 생명인 공직사회에 성과를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성과연봉제와 일맥상통한 측면이 존재한다.

공공 서비스에서의 성과 측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을 상대로 공직자가 이윤 창출에 앞장 설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정부 스스로 ‘옳다’ 판단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어떠한 개편이든 이해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안을 도출해야 ‘개편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이번 연구용역은 사실상 ‘일방통행식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저의를 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과거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상급자 혹은 연장자의 말에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살아온 나라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성이 가장 중요하다.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영혼 없이 말만 잘 듣는 수직적 공직문화 보다는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할 말을 할 수 있는 수평적 공직문화가 요구되는 시대다.

그래야 국민과 기업이, 나아가 국가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과거의 사고에 머물렀다. 공무원을 단순히 국정과제를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는 도구로만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라 추측해 본다.

공공부문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면서 그 중심 역할을 맡게 될 공무원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역할을 맡기지 않았다는 점도 모순에 가깝다.

공무원 노동자는 국민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노동자다.

 정권 창출 또는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특히 공무원 노동자는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국민과 기업을 볼모로 파업을 펼치지도 않는 특수성이 있다.

즉,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부 정책이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공무원 노동정책을 수립하거나 수정하려고 한다면 공무원 노동자들의 이야기부터 듣기 위한 자리부터 마련해야 한다.

답을 정해 놓은 뒤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시도할 계획이 아니라면 먼저 의견을 청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공무원 노동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성있는  공무원노동정책을 수립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