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110여년 역사 성매매집결지 '창원 서성동' 골목
창원시 "폐쇄 목표" 두번째 TF팀 가동…9년째 논의만 지속에 "이번엔 가능?"
2019.10.10 07:53:01
기로에 선 110여년 역사 성매매집결지 '창원 서성동' 골목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성매매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해서 그런지 골목을 기웃거리는 내국인은 많이 줄어든 것 같고요. 그래도 영업은 되는 것 같아 보이던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골목의 요즘 풍경이다. 지난 2011년부터 민관합동 대책기구를 비롯해 자치단체와 정치권, 경찰,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들까지 재정비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나섰지만 폐쇄를 비롯한 대책 마련 문제는 쉽사리 끝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창원시는 또다시 이곳을 폐쇄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8일 태스크포스(TF)팀 운영회의를 시작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골목 입구에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이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창원시는 폐쇄를 목표로 태스크포스팀을 최근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아무런 성과 없이 논의만 지속해온 터라 실효성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프레시안(김병찬)
하지만, 전국의 성매매집결지가 폐쇄와 전환의 과정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에도 창원시의 구체적인 계획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TF팀도 지난 2015년 처음 구성한 뒤 성매매집결지 폐쇄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흐지부지됐고, 이번에도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논의의 연속이라는 ‘지난 과정의 반복’만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모양새이다.

110여년이라는 여성 성에 대한 착취와 묵인, 방조의 역사를 지닌 이 골목이 온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여성들이 자의든 타의든 자활의 새 삶을 시작할 길이 이번에는 열릴 수 있을까.

110여년 집창촌 역사의 골목

골목 남쪽 끝부분이 신포동과 반월중앙동, 서성동의 경계지점이어서 속칭 ‘마산 신포동’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곳 집창촌은 1905년 즈음에 생겨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899년 5월 마산항이 개항한 뒤 삼랑진을 잇는 철도가 신설되면서 물자와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자 유곽이 형성됐고, 110여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골목의 유명세는 서울 ‘미아리’와 인천 ‘옐로하우스’, 대구 ‘자갈마당’, 부산 ‘완월동’과 함께 전국 5대 성매매집결지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힐 만큼 높았다.
 
▲한산한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골목. 한때는 해만 지면 사람들로 북적일만큼 성황을 이뤘으나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현재는 성매매업소와 여성 종사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프레시안(김병찬)
배경에는 마산항이 있었다. 마산항은 1913년 일제 식민지 정책에 의해 폐쇄됐다가 1949년 6월 개항장으로 지정돼 부산항의 보조항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1960년대 중반부터는 상공업 발달로 공업기능의 비중이 높아진 뒤 1970년대에는 마산수출자유지역이 설치되고 창원종합기계단지가 건설되면서 국제항으로서의 기능이 활발해졌다.

마산항과 주변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돈과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서성동 골목의 홍등과 밤은 잠들 줄 몰랐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9월 23일 이전까지는 성매매업소 45곳에서 300여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이 골목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될 만큼 성황을 이뤘다.

성매매특별법 이전에는 1961년에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있었지만 성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처벌하지 않아 50여년 동안 사실상 사문화 상태였던 점도 이 골목의 버팀목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이 골목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업소를 차려 석 달 안에 집 한 채 못 사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경찰의 대대적 단속과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 2015년 6월 기준 35개 업소 110여명으로 줄어들었고, 현재는 28개 업소 1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창원시는 파악하고 있다.

학교 오가는 아이들마저 지름길 삼아

“중학생 때였어요. 학교를 마치고 운동하다 오후 늦게 집으로 가는데 팔을 잡더군요. 학생이라고 했는데도 막무가내였어요. 뿌리치고 도망치느라 옷이 다 늘어지고 찢어졌죠. 그 후로 다시는 그 골목으로 다니지 않았어요.”

서성동과 경계지점인 반월중앙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K(53) 씨에게 이 골목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달갑지 않은 모습과 인식으로 박제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250여m에 이르는 이 골목 주위에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는 주민과 아이들이 많다. 아파트 2곳과 맨션 1곳에 총 1,217가구가 생활하고 있고, 어린이집 3곳과 4차선 도로를 지나 가까운 거리에 초등학교도 있다. 또 다른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도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근접해 있다.

역사문화시설도 있다. 고려시대 여몽 연합군의 일본원정 때 만들어져 사용됐으며, 물맛이 좋아 간장산업의 밑천이 된 우물 ‘몽고정’을 비롯해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에 항거한 것을 기념해 1962년 9월 20일 건립한 3·15의거탑이 불과 100m 안쪽에서 공존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인종합복지관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사회복지시설도 근접해 있다.

A 씨는 “입구 쪽에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이라는 현수막과 도로 표시가 있지만 아직도 아이들은 이 골목을 지름길 삼아 학교와 유치원을 오가고 있다”며 “경찰차도 늘 있는 것 같긴 한데 단속이 목적이 아닌 것 같아 아이들이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창원시 또 TF팀 구성했지만…

창원시는 지난 8일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TF팀 운영회의를 개최했다. 허만영 제1부시장을 중심으로 복지여성국과 14개 부서장으로 팀을 구성해 실무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새로 구성된 TF팀은 그동안 부서별로 분산 추진되고 있던 행정단속과 정비를 비롯해 성매매 여성의 자활 등 업무를 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됐다는 게 창원시의 설명이다.

또,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를 위한 여성보호팀과 도시정비 및 개발을 위한 기능전환팀, 순찰과 단속 중심의 행정지원반으로 구성해 폐쇄 추진에 본격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논의는 9년이 지나는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돼 왔다.

TF팀 구성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3월 처음 구성해 성매매집결지 폐쇄 때까지 운영하기로 계획했지만, 4년6개월 만에 새로운 팀만 만들었다.

이에 비해 대구시의 경우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로 완료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구시는 CCTV와 가로등 설치로 성매수자들의 발길을 줄였고, 강력한 단속과 조치로 업소와 종사자 수도 크게 줄였다. 또 시의회는 조례를 만들어 성매매집결지 종사 여성 1인당 최대 2,000만 원의 자활비용을 지원하고, 민간개발방식의 도심 재정비 사업으로 주상복합아파트를 세울 계획이다.

부산 범전동 300번지와 춘천 난초촌도 지난 2013년 폐쇄됐다. 광주 동구 대인동 성매매집결지는 지난해 폐쇄돼 예술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충남 최대의 성매매집결지로 불리던 아산 장미마을은 지난 7월 국토교통부에서 여성친화형 도시재생사업계획 승인을 얻었다. 아산시는 이곳에 여성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여성커뮤니티센터를 만드는 등 양성평등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밖에도 전주 선미촌과 서울 성북구 미아리텍사스촌, 인천 남구 옐로우하우스, 부산 해운대 609 등은 폐쇄가 추진 중이며 도심재생 또는 민간개발 방식으로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서성동 골목도 창원시와 관계기관의 보다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고, 좀 더 구체적인 개발 계획 마련을 비롯해 적극적인 추진이 있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큰 설득력을 갖는다.

창원시 여성가족과 여성복지담당은 “그동안 행정력과 단속 등이 미흡했던 것은 인정한다”며 “현재로서는 장기적인 개발 계획은 없지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TF팀은 제1부시장을 중심으로 실무담당자 위주의 실무팀으로 꾸렸다”며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난 현재 전국의 성매매집결지는 폐쇄와 전환, 재생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창원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골목도 이 흐름 속에서 어떤 변화와 재생을 맞이할 수 있을지 지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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