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대기하는 플랫폼 노동자, 월 152만 원 번다
[토론회] 플랫폼노동종사가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2020.01.16 07:58:56
24시간 대기하는 플랫폼 노동자, 월 152만 원 번다
"콜이 떴잖아요. 다시보려고 하면 0.5초 사이에 사라져요" - 음식배달 종사자 A 씨

"플랫폼에서 정한 최저금액이 5000원인데, 일단 최저금액으로 올려 놓을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경력이 많은데 제가 6000원, 7000원에 올려 놓으면 누가 연락을 하겠어요? 그러니까 일단 최저금액을 올려놓게 돼요" - 전문프리랜서 B 씨

"실제 일하는 시간 말고 몇 시간이나 확인하고 응답하고 그러는데 쓰냐면 '24시간'이에요. 24시간 내내 계속 신경써야 해요. (일감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알림이 밤에도 울리고 새벽에도 울려요" - 전문프리랜서 C 씨

플랫폼노동종사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플랫폼노동종사자들은 과도한 경쟁으로 단가가 계속 낮아지는 '저임금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 있었다. 또 적지 않은 노동시간은 물론 노동시간 이외에도 준비하거나 대기하는 등의 '비가시화된 노동시간'이 존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대리운전, 퀵서비스, 음식배달, 플랫폼 택배, 화물운송, 가사·돌봄, 웹툰·웹소설, 전문프리랜서 등 8개 직종의 플랫폼 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자 중 2명 중 1명꼴로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플랫폼노동의 장점으로 꼽았으나 노동시간은 결코 적지 않았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주 평균 5.2일, 하루 평균 8.22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임금종사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화물운송은 하루 13시간으로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웹툰·웹소설과 대리운전, 퀵서비스도 하루 9시간이 넘었다. 그럼에도 소득의 전체 평균은 월 152만 원 수준이었다.

더욱이 플랫폼 노동에서는 비가시화된, 즉 '숨겨진 노동'이 존재했다. 대리운전이나 음식배달 같은 호출형 플랫폼에서는 호출이 오기를 대기하는 시간이 '숨겨진 노동'에 해당한다. 이들의 오픈 채팅방에는 "오늘은 지금까지 콜이 없네요"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다. 콜을 잡지 못하면 대기시간은 고스란히 '무급노동시간'이 된다.

중개형 플랫폼이나 전시형 플랫폼 노동자들은 선택받기 위해 '자기선전'을 해야 한다. 중개형·전시형 플랫폼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명단이 나열돼 앱 사용자가 이들 중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눈길을 끄는 다양한 홍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한 웹툰 작가는 "SNS도 일"이라고 말한다.

"SNS를 해야 돼요. 안 그러면 독자들과 소통 안하는 작가로 찍히니까. 독자들을 끌어모아야 되고, 자신을 상품화시키는 거죠. 나는 10시간씩 작업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그것도 일이에요."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플랫폼노동종사가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조성은)


플랫폼 업체는 "단순히 서비스 이용자와 노동자를 중개할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플랫폼이 직접 노동자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통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노동자가 일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감시되어 데이터로 축적된다. 플랫폼 노동자 관리는 알고리즘이 한다. 서비스 이용자의 평가에 기반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변수, 즉 일감의 수락이나 거부, 플랫폼에서의 경력 등이 포함된다. 이에 의해 호출 제한이나 일감 제한, 자리배치의 불이익 등 사후적인 제재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제재는 노동자들에게 통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동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다.

반면 노동자들은 플랫폼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지만 플랫폼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조사대상자 중 보수미지급, 무상추가노동, 폭언·폭행이나 인격적 무시, 업무상 상해에 대한 자비치료, 업무상 손실에 대한 자비배상 등의 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절반에 육박했다.

더구나 이러한 일을 당했을 때 플랫폼에서 조정 해결하는 절차가 '있다'는 대답은 6.7%에 불과했으며 '없다'는 대답이 42.%, '절차가 있어도 효과가 없거나 사용하기 어렵다'는 대답도 30% 가까이 됐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장은 "지난 20여년 간 노동의 불안정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며 "계약직이라는 기간제 비정규직에서 간접고용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노동까지 왔다"며 노동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현실을 지목했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도 "현행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자가 아닌 제3의 범주로서 규정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업단위의 교섭구조를 법제화 하는 등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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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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