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족' 때문에 천성산 터널 고집하나"
[기고] "존재하는 대안 거부하는 '정부의 속내' 의심스러워"
"정부, '건설족' 때문에 천성산 터널 고집하나"
대구대에서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허남혁 강사가 31일 지율스님의 단식과 천성산 문제의 이모저모를 짚어보는 긴급 기고문을 보내왔다. 그는 이 글에서 정부가 대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관통터널을 뚫는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를 정부가 고집하는 배경에는 지상 노선보다 터널 노선이 공사비 측면에서 토지수용비 비중은 줄이고 토목공사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사정이 작용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시공사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이 1990년대 초반 노선 설계 당시에는 먹혀들었을지 모르나 시대적 상황이 많이 바뀐 지금 현 노선은 사회적 논란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그 잘못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지율스님 덕분에) 얻었지만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이미 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 말고, 천성산과 금정산 관통터널 노선이 왜 대안 노선보다 더 우월한지에 대해서 속시원한 해명과 경제적, 기술적 세부사항들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편집자.

***천성산 논쟁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천성산을 관통하게 될 경부고속철도 원효터널과, 이제 1백일을 맞고 있는 지율스님의 단식에 대해 일각에서 난무하고 있는 갖가지 오해와 음해에 대해 몇 가지 측면들을 짚어보도록 하자.

일부에서는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 몇 마리 살리자고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과 지난 11월 재판부 판결요지의 핵심은 도롱뇽이 아니라, 천성산과 인근 정족산에 위치한 고산습지가 터널공사로 인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경부고속철도 공사계획이 발표되고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인데, 그 이후 천성산 화엄늪과 정족산 무제치늪이 발견되고 높은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1998년과 2002년 각각 법률로써 생태계보전지역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고속철도는 이 두 고산습지의 지하를 관통하게 되어있다. 이 두 습지뿐만 아니라 천성산과 정족산 사이 고속철도 통과 구간에는 아직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2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고산습지들이 산재해 있다. 고산습지는 우리나라 1만년 동안의 자연환경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자 야외 박물관이며,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희귀한 생물종들이 서식하는 보고라는 점에서 국가가 법률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은 고산습지들이 수적으로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유일무이한 지역이다.

문제는 이 터널공사가 혹 천성산과 정족산의 복잡한 지하수 수맥을 끊어서 습지로 공급되는 물이 차단되면 습지가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속철도 측은 습지의 물이 빗물로만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하수와는 상관없다고 하고, 지율스님 측은 여러 가지 경험적 증거들을 보건대 지하수맥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여기서 경험적 증거는 한겨울에도 산꼭대기 습지의 물이 얼지 않고, 천성산은 정상부에도 물이 풍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천성산에 자주 가는 등산인들은 천성산이 계곡들마다 얼마나 물이 풍부한 산인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천성산 논쟁에 관한 세 가지 진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공사가 예정되어 있던 상황에서 엄청난 가치를 갖는 자연유산이 발견되었을 경우 과연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터널이 습지에서 지하로 3백~5백m, 수평거리로 적게는 바로 지하에서 멀리는 2.5km가 떨어져 있다고 해서 그것만이 공사강행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확률적으로 공사가 습지를 망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하더라도, 과학적으로 불확실성이 1백% 해소되기 전에는 아무도 그 뒷일을 보장할 수 없다.

여기서 환경단체나 지율스님이 일반 대중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습지와 생물종의 생명가치는 논외로 하도록 하자. 이 글에서는 아주 세속적인 차원으로 내려와서 이야기 해 보자. 습지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종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경제적 가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점차 희귀한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애를 쓰고 있는 것도 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보호하겠다는 가상한 뜻보다는 그 속내에 그 속에서 귀중한 자연정보 또는 신물질을 추출하여 미래에 가져다줄 수 있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염두에 두고 때문이다. (주목에서 추출된 물질로 만들어진 항암제 '택솔'이 전 세계에 얼마만한 건강상의 편익을, 그리고 신약개발기업에는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그런 이유 때문에 전 세계 각국과 특히 다국적 제약 생명공학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용한 신물질을 찾기 위해 생물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고속철도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수천억이나 수조원이나 하는 숫자들도 그러한 잠재적 가치와는 감히 비교하기도 어렵다. 6개월의 시간적 지연 주장은 더더욱 의미없는 이야기다.

둘째,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지만 경험적으로는 입증 가능한 경우, 이런 경험적, 토착적 지식에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가. 지금 환경영향평가를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시 해보자는 주장도, 과거의 환경영향평가와 2002년 있었던 지질공학회 주도의 조사에서 빠져있던 이런 사실들을 검증하자는 것인데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는 자연계에 내재한 복잡성 때문에 단선적인 과학적 주장과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역민들 또는 실제 답사와 조사를 오랫동안 수행해온 환경 전문가들의 경험적 지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필자가 한 신문에 기고문을 기고한 이후에 다음날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해명성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요지는 이미 환경전문가들까지 포함하여 세 차례나 조사가 시행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조사는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잠깐 인용해 보자.

그동안 정부 및 우리공단은 터널공사와 관련하여 환경피해여부를 환경영향평가, 자연변화정밀조사, 노선재검토실시 등 세 차례나 전문가 검토를 통하여 검증받았으며, 그 때마다 전문가들은 공사로 인한 환경피해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 환경영향평가 : '92. 4월 ~ '94.12월
- 자연변화정밀조사 : '02. 6월 ~ '03.12월
- 노선재검토 : '03. 5월 ~ '03. 7월

환경부에서 법원에 제출한 전문가 검토에서도 '습지의 수원과 터널의 수원이 분리되어 있어 터널공사로 인한 습지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여기서 1992년~1994년의 환경영향평가 때에는 습지의 존재 자체도 전혀 보고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2002년에 있었던 자연변화정밀조사는 앞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지질공학회 주도의 조사를 말하는 것이고, '노선재검토'는 뒤에서 다시 언급할 '노선재검토위원회'의 심의를 말하는 것이다. 지질공학회의 조사 건은 언급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고, 노선재검토위원회의 문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자.

셋째, 천성산과 금정산에 뚫게 될 터널의 총 길이가 31km에 달한다. 그 중 천성산을 뚫게 될 원효터널의 길이는 13km로 국내 최장을 기록하게 된다. 터널을 뚫는 것 자체가 환경친화적이니 환경파괴적이니 하는 논란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자연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천성산과 정족산의 경우 표고가 7백m에서 9백m에 달하는 곳으로써, 상당한 깊이로 터널이 지나가게 된다는 점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길이가 길어지는 것이다.) 터널을 얕게 뚫는 것과 깊게 뚫는 것은 지하수 수맥을 끊는다는 점에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1년에 완공된 임하댐 도수로(임하댐에서 영천댐으로 물을 보내는 터널)는 총 연장 53km 중에서 지하터널구간이 33km에 달하는데, 공사 중과 공사 완료 후 주변 영천, 청송, 안동 지역 주민들은 마을의 식수와 농업용수가 고갈되는 사태를 광범위하게 겪었고 각종 소송이 제기되는 사태를 빚은 바 있다. 이 역시 터널이 길어질수록 지하수 수맥을 끊을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정책에 있어 "사전예방의 원칙"은 이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복잡한 자연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한 변형행위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자연환경에 대한 현대 과학지식이 아직 한계가 많고 또 한번 잘못된 자연은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에서는 공사 중단으로 인한 공익적 손실이 확률 낮은 환경적 피해 개연성보다 훨씬 크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선진 국가일수록 후자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시대적인 추세이다. 6개월이라는 길지도 않은 시간을 갖고 검증해볼 기회도 주지 않는 우리 정부와 재판부의 입장은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정부 현 노선 고집 이유 : 시공사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서?**

필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풀지 못하고 있는 의문은, 고속철도가 언양 부근에서 부산 구간까지의 노선을 왜 하필 천성산과 금정산을 관통하는 노선으로 선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지형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곳은 경주와 양산 사이(현재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노선)에 과거의 활발한 지진활동으로 형성된 좁은 단층대(고도가 낮은 좁고 평탄한 지역)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그리고 이 단층대의 왼쪽에는 12백m에 달하는 가지산과 신불산, 취서산 산군(영남알프스)이 자리하고 있고, 오른 편에는 7백~9백m에 달하는 정족산과 천성산, 금정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천성산 오른 편에는 다시 울산에서 기장으로 향하는 또다른 단층대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7번 국도가 지나는 노선).

<사진 1> <프레시안> 1월28일자 지도 사진.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현재 언양에서 부산으로 가는 노선은 당연히 현재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노선(언양-양산-구포-부산역)을 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정부는 굳이 언양에서 정족산과 천성산을 터널로 관통하여 7번 국도 쪽으로 합류했다가, 또 금정산을 관통해 다시 부산역 쪽으로 진입하는 노선을 타당성 측면에서 택했다. 이런 점에서 왜 고속철도 시공사 측과 정부는 왜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천성산과 금정산 터널 공사를 강행하고자 하는가?

그 점에 대해 몇 가지 확증이 가는 사실들이 존재한다. 며칠 전 <프레시안> 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정부에서도 2003년 노선재검토위원회에서 이미 필자가 언급한 노선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후보에서 누락시키고 현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노선재검토위원이었던 부산 가톨릭대 김좌관 교수가 그제 <KBS 심야토론>에서 전화인터뷰 상으로 밝힌 바와 같이, 실제로는 노선선정위원회에서 현 노선을 두고 6대 6 동수로 핑팽하게 대치되는 상황이었으나 정부가 임의로 7대 5로 해석하고는 현 노선으로 선정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좌관 교수가 그날 언급했던 대안노선(언양-양산-부산)이 장대터널 2개를 뚫는 현 노선보다 건설비도 적게 들고 공기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현 노선을 고집했었고, 또 지금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그 뒤에 어떤 말 못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갖게 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하나는 지상 노선보다 터널 노선이 공사비 측면에서 토지수용비 비중은 줄이고 토목공사 비중은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공사들에게 이익이 많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어쨌거나 1990년대 초반 노선 설계 당시에는 그것이 먹혀들었을지는 모르나, 시대적 상황이 많이 바뀌어 새로운 생태유산이 발견되고 그에 대해 국민들이 부여하는 사회적인 가치와 인식이 판이하게 달라진 지금은 현 노선은 사회적 논란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라는 점에서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그 잘못을 되돌릴 수도 있을 것이나 정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런 일이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국립공원이나 생태계 보전지역의 지하도 터널로 뚫을 수 있다는 발상 말이다.

천성산은 비록 국립공원으로까지 지정되진 못했지만 엄연히 가지산 도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어 있고, 또 습지보전법과 생태보전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지역이다. 그 뿐 아니라 천성산(千聖山)과 '원효(元曉)터널', 화엄늪(華嚴늪)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곳곳에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의 자취와 관련 설화가 남아있는, 문화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은 장소이다. 문화역사적 차원에서도, 생태적 차원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견줄만한 곳을 찾기 힘들 만큼 가치 있는 곳으로써 우리 후세에 원형 그대로 오랫동안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이제 정부에서 왜 양산 통과 노선보다 천성산과 금정산 통과 노선이 더 우월한가에 대해서, 이미 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 말고 속시원한 해명과 경제적, 기술적 세부사항들을 내어놓지 않는 한, 2005년 현재 터널 공사는 아무런 명분도 없다.

마지막으로 사족 한마디. 지금은 시대적 고전이 되었지만, 미국의 여성 과학자 레이첼 카슨이 1962년 화학물질과 농약의 건강 및 생태파괴성을 경고한 <침묵의 봄>을 발간했을 때 일부 논자와 화학산업계는 카슨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신빙성을 믿을 수 없으며 심지어는 히스테리를 부리니 레즈비언이니 빨갱이니 등의 악의적인 음해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후에 카슨의 주장들은 사회적으로 모두 입증되고 인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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