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한미FTA "어불성설" 비판
[한미FTA 뜯어보기 21] CBS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
2006.03.28 15:41:00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한미FTA "어불성설" 비판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27일 라디오 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드라이브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해 5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FTA 관련 업무를 보기도 했던 정태인 씨는 이날 CBS 라디오의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인 신율 교수(명지대)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작년 5월까지만 해도 문제는 한일 FTA였고, 9월까지도 한미 FTA 얘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미 FTA 졸속추진'을 비판했다.

정 씨는 "(내가) 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등 거대시장과 FTA를 해야 한다거나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있었지만, 순서로 보면 미국은 맨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특히 "스크린쿼터 축소 등 4가지 선결조건을 미국이 제시하고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는 걸 조건으로 한미 FTA가 시작됐다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게 분명히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각 부처가 국민을 위해 그토록 지키려고 애썼던 아주 중요한 제도들이 2005년 10월에서 2006년 1월까지 넉 달만에 모두 해결됐다"고 지적했다.

정태인 씨는 이어 "지난 9월에 한미 간에 모종의 얘기가 오고 갔고, 미국이 '그래? FTA 하고 싶으면 먼저 우리가 요구하는 것부터 풀어봐라. 정말 내부의 반발을 막을 수 있는지 보자'고 하고, 틀림없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또한 "한덕수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정문수 보좌관은 굳이 분류하자면 친미 개방론자"라면서 "FTA는 안보적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번 (한미 FTA 협상 개시) 결정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도 논의하지 않고 준비도 없이 졸속으로 내려졌다. 이 팀은 외교안보적 고려도 하는 신중론자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FTA 협상은) 포도 같은 과실류만 문제가 됐던 칠레하고 2년 넘게 걸렸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도 1년 이상, 그리고 농산물이 전혀 문제가 없는 일본하고는 연구까지 합쳐서 5년 이상 하고도 현재 중단 상태"라며 "연구도 거의 없이 세계에서 제일 힘세고 까다로운 나라하고 10개월 만에 끝낸다는 건 정말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일본과의 FTA는 중단하고, 준비도 안 된 미국하고 갑자기 한다는 건 쇼크요법"이라며 "그러나 한미 FTA의 순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양분돼서 심각한 혼란에 빠지는 것이며, 이로 인한 효율성 저하는 기술적인 생산성 향상을 훨씬 넘어서 두 개의 한국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태인 씨는 지난해 6월 행담도 개발 의혹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직을 사퇴했으며, 행담도 사건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2월에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날 대담에서 정태인 씨가 진행자와 나눈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신율: 한미 FTA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우리는 FTA를 칠레, 싱가포르와 이미 맺었고, 한일 FTA는 하다가 중단된 상태로 아는데, FTA 자체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정태인: 1973~1979년에 석유위기가 왔었다는 걸 젊은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40대는 아마 기억할 겁니다. 엄청난 고유가, 그게 우리에게는 고통이었지만 아랍 나라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달러가 들어오는 것이었거든요.

그 돈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당시 아랍의 지배계급이었던 귀족들은 그 돈을 다시 미국에 투자했어요. 이렇게 해서 이른바 과잉자본, 요즘 우리 사회에 300조인가 갈 곳을 모르는 돈이 떠돈다 하잖아요. 그런 과잉자본이 형성됐고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죠.

이른바 금융의 세계화인데, 이렇게 되면서 그럼 거기에 맞춰서 물건, 서비스도 세계화해야 되는 게 아니냐, 이래서 시작된 게 우루과이 라운드입니다. 물론 미국이 주도했죠.

그런데 다자간 협상이라는 게 좀처럼 잘 진행되지 않고 다수결처럼 되니까 미국 마음대로 잘 안 됐거든요. 그래서 미국 주도로 양자 간 무역자유화, 즉 Free Trade Agreement라는 게 시작됩니다. 두 나라씩 하다 보면 결국 전체가 다 연결되지 않느냐 하는 논리이지만, 실은 두 나라가 하면 힘센 미국이 자기 입장을 관철하기 쉽겠지요.

FTA는 직역하면 자유무역협정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1차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와 투자 및 서비스 시장 개방', 2차 '(정부조달, 위생검역, 통관절차, 지재권 등의) 무역규범 조화', 3차 '환경, 정보기술(IT) 등 폭넓은 협력의제를 포함하는 등 이른바 포괄적 FTA(Comprehensive FTA)'가 되며, 미국이 우리에게 얘기하는 '수준 높은 FTA'란 미국 처지에서 보면 그야말로 상대 나라의 미국화를 노리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 그런 FTA를 하면 상식적으로 손해 보는 부문, 이익 보는 부문이 나뉘어져서 나라 안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겠네요.

정: 예. FTA는 대외협상과 대내협상, 두 협상의 동시 진행으로 보아야 하고, 바로 그 점에서 현재 우리는 미국과 FTA를 맺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전문가들조차 이제 겨우 미국의 요구를 정리하는 단계니까요.

신: 제가 알기로는 한일 FTA를 하다가 중단된 걸로 아는데, 갑자기 미국이 등장한 이유는 뭘까요?

정: 제가 비서관으로 있을 때까지만 해도 거대시장(미국이나 EU, 일본 등을 말하는 겁니다)과의 FTA를 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한다 등의 얘기가 있었지만 그 순서로 보면 미국은 맨 마지막이었거든요. 갑자기 미국이 등장한 건…. 이건 조금 이따 (얘기)할까요?

신: 외교부는 미국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비율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세계 최대의 고급 시장에서 실패하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큰일이다, 이런 걸 내세우고 있죠?

정: 예. 이미 미국은 우리 교역상대국 3위로 떨어졌고 미국에서의 수출비중도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 중 반도체는 현지생산을 많이 하고 있고 자동차도 그 뒤를 잇고 있거든요. 그 수치까지 감안하면 그렇게 줄어든 건 아닙니다. 다만 중국과 멕시코의 값싼 상품 쪽에서 밀린 것뿐이죠.

신: 대통령은 이번 인터넷과의 대화에서도 그랬고, 청와대의 설명을 봐도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핵심적인 이유 같은데요.

정: 예. 현재 정부의 논리는 두 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 위협론, 즉 제조업에서는 머지않아 중국에 따라 잡힌다. 여기서 바로 둘째가 나오는데요. 그럼 살 길이 뭐냐? 서비스업의 발전이다. 여기서 서비스란 숙박, 식당 같은 전통적 서비스가 아니라 금융, 회계, 컨설팅 같은 사업서비스를 말하는 겁니다.

정: 실제로 통계상 우리나라 서비스의 생산성은 굉장히 낮으며, 미국의 약 5분의 1 정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계산은 조금 복잡한 얘기인데, 이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하죠.

이걸 발전시켜서 제조업의 생산성도 높이고(사실 중소기업들 컨설팅을 값싸게 받을 수 있다면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상당히 많거든요), 중국의 제조업, 한국의 서비스업... 이런 식으로 분업을 해서 살아 나가자... 라는 원대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 그럼 방향이 잘 잡은 것 아닌가요?

정: 서비스업을 발전시킬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자체로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금융전문대학원을 만들자, 그리고 여러 가지 제도개혁을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죠.

그런데 그게 잘 안되니까 외부쇼크에 의해서 단번에 하자, 이런 겁니다. 바로 1997년 직후에 우리나라의 금융 및 산업 구조조정이 급속하게 일어난 것처럼, 그렇게 외부쇼크에 의해 하자는 건데,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개혁 없이 개방하면 망하는 것도 사실인데 외부 쇼크에 의한 개혁은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오래 후유증이 간다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국내에서 합의에 의해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게 어렵다는 건 저도 잘 알고 국민 여러분도 보도를 통해 잘 알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쇼크 요법을 쓸 정도로 절박했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결국 쇼크 요법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끼리 미리 합의해서 개방에 대비하자, 이렇게 얘기를 했어야죠.

쇼크요법 하니까 실감이 나지 않을지 모르는데, 1997년 위기, 우리가 흔히 IMF 위기라고 부르는 그게 바로 외부 쇼크 요법의 결과입니다. 아직 그 고통이 생생한데 이걸 금융뿐 아니라 전 부문에서 하자는 게 한미 FTA입니다.

신: 그럼 내부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가, 이런 게 문제일 텐데 어떻습니까?

정: 이 부분이 제가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에요. 제가 행담도 사건 때까지, FTA를 담당하고 있을 때까지, 그러니까 작년 5월까지만 해도 문제는 한일 FTA였거든요. 또 제가 그만 둔 후에도 9월까지도 한미 FTA 얘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제시한 게 한미 FTA에 관한 연구보고서 3권입니다. 물론 다른 연구까지 치면 10여 권 되지만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 쓸 만한 것만 추려도 25권이 있어요. 제가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산업구조의 발전방향을 먼저 정의하고 한일 FTA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 그리고 전략을 짠 것까지, 그 최종판은 아직 대통령께 보고도 안 됐다고 듣고 있는데 그것까지 합하면 26권인 셈이죠. 일반 보고서까지 합치면 한일 FTA는 100권이 넘습니다.

그래도 준비가 많이 되고 한일 간의 역사문제도 있어서 우리와 상당히 대등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일본, 더구나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해서 농업 쪽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유리한 일본과의 FTA는 중단하고, 준비도 안 된 미국하고 갑자기 한다는 건 쇼크요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4가지 선결조건을 미국이 제시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걸 조건으로 한미 FTA가 시작된다는 것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건 분명 아닙니다.

신: 바로 그 네 가지 선결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크린 쿼터 폐지죠? 또 어떤 것들입니까? 또 정부에서는 그 네 가지가 모두 이미 한미 통상현안이었고, 그걸 우리 스스로 해결한 것뿐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정: 예. 2005년 10월에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의약품 가격정책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이건 무슨 얘기냐면 의약분업이 성공하려면 약값이 떨어져야 하는데 의사들이 이른바 오리지널을 처방해서 약값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의약품 가격 조정을 정부에서 하게 되는데, 이걸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 최근 보도에서는 그 회의에 미국 대사관에서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죠.

우리의 의료시스템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미국 쪽 요구, 정확히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2005년 11월에는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만듭니다. 이건 미국산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우리 환경보전법에 걸리는데, 일정 기간 동안 그 규제를 풀어준다는 겁니다. 환경규제는 모든 나라가 강화하는 추세인데 오히려 거꾸로 간 겁니다.

2006년 1월에는 광우병 때문에 금지했던 쇠고기 금수조치를 해제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광우병이 문제가 되고 있죠?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는데 풀어줬던 겁니다.

그리고 1월 26일 문화부에서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절반으로 줄이는 발표를 합니다. 1월 24일까지만 해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스크린쿼터 축소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랬거든요. 하하…. 이 스크린 쿼터 얘긴 시사자키에서 많이 다뤘을 테니 생략하시죠.

어쨌든 흥미롭지 않습니까? 각 부처가 국민을 위해서 그토록 지키려고 애썼던 아주 중요한 제도들이 2005년 10월에서 2006년 1월까지 넉달만에 모두 해결됐다는 거죠. 정부는 현안을 우리 스스로 풀었다고는 하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믿을 순 없죠.

결국 지난 9월 한미 간에 모종의 얘기가 오고 갔고, 미국이 그래? FTA하고 싶으면 먼저 우리가 요구하는 것부터 풀어봐라. 정말 내부의 반발을 막을 수 있는지 보자…. 틀림없이 이렇게 된 겁니다.

신: 그렇게 볼 수밖에 없겠군요. 스스로 필요해서 풀었건, 아니면 미국의 요구를 따라갔건 일단 양쪽에서 정식으로 FTA 협상 개시를 알렸는데요.

정: 예. 대통령께서 신년연설에서 예고는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거의 기습이라는 말이 어울리는데요.

아까 연구도 안 된 채 한다고 했지만 대통령 훈령 제121조 FTA 절차규정도 어겼습니다. 공청회 규정인데, 이 규정의 취지는 충분히 국민에게 내용을 알리고 토론을 하란 얘긴데, 20분 만에 끝났어요.

물론 정부는 농민들의 반대시위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그런 시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가지는 게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이미 하기로 정해놓고 요식절차로 하니까 그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공청회 무산 사태는 상당한 법률적 흠결에 해당한다고 하니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비공개로 해서 확인할 길이 없지만 2월 16일 대외경제위원회 문건에도 공청회의 내용이 없을 겁니다. 왜냐면 자료집만 있고 토론은 없었으니까요. 이것도 규정 위반입니다.

지금 외교부는 외교관례라면서 모든 걸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장관들 회의에서 내 놓은 자료도 도로 거둬가고 있어요. 그만큼 숨기는 게 많고 준비가 안 됐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이걸 보세요. TV가 아니라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의 목표, 그리고 마지노선 모두 의회에 제출해서 공개했습니다. USTR 사이트에 가시거나, 아니면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친절하게 사이트를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다 공개해서 우리 국민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정작 왜 하는지, 마지노선은 뭔지도 모릅니다. 실은 장관들도 모릅니다. 왜 공개하지 못 하느냐, 정확히 말해서 없기 때문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 부랴부랴 각 부처에서 안을 만들고 있을 거에요.

제가 일부러 가지고 나왔는데, 미국 공청회 자료 보세요. 이게 영어로 100페이지가 넘으니까 아마 우리 공문으로 따지면 500페이지도 넘을 거에요. 그것도 다 공개돼 있습니다.

미국 USTR은 헌법 상 독립기구로 의회에 책임을 지게 돼 있고, 우리 통상교섭본부는 외교통상부의 일부인데 우리 국회가 아무런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통상절차법이 계류 중인데 이거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합니다. 정부가 한일 FTA처럼 신중하면 또 모르겠는데, 이렇게 서두른다면 틀림없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겁니다. 국회에서 빨리 견제를 해야 합니다.

신: 정부는 미국의 TPA 법 때문에 서두르는 거라는 설명도 하고 있는데, 이건 또 뭡니까?

정: TPA란 Trade Promotion Act, 즉 무역촉진권한법이라고 해서 일일이 행정부가 의회에 승인을 받지 않고 FTA를 할 수 있는 것, 즉 정부에 일정 기간 권한을 위임하는 걸 말하는데, 이게 내년 7월 1일에 끝나요. 그런데 미국 법상 서명 9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해서 심의를 받아야 하니까 실제로는 3월까지는 끝나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또 미국은 시작하기 전에도 의회에 보고하고 심의를 받아야 되요. 그게 5월까지입니다. 그러니까 그 전에 사전접촉은 하겠지만 실제로 협상기간은 금년 5월에서 내년 3월까지 약 10개월입니다.

하하.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포도 같은 과실류만 문제가 됐던 칠레가 2년 넘게 걸렸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도 1년 이상, 그리고 농산물이 전혀 문제가 없는 일본하고는 연구까지 합쳐서 5년 이상 하고도 현재 중단 상태입니다. 그런데 연구도 거의 없이 세계에서 제일 힘세고 까다로운 나라하고 10개월 만에 끝낸다는 건 정말, 어불성설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라고 옛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경제학자로서, 또 FTA를 잠시나마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제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립니다. 이건 불가능합니다. 만일 이게 된다면 그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적어서 번역하고 우리 법과의 관계를 검토하는 걸 협상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또 하나, TPA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건 미국이 오히려 불리한 거에요. 빨리 끝내야 하니까 초조해서 우리한테 양보할 수도 있잖아요. 또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이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걸 이유로 협상의 가장 큰 이슈가 될 쇠고기 수입이나 스크린 쿼터 같은 걸 미리 양보한다는 건 앞으로 우리의 협상팀이 어떤 태도로 해나갈지를 미리 보여주는 겁니다.

신: 예. 무리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우리 이익이 크다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경제적 이해타산은 어떤가요?

정: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니 구체적으로 알 도리가 없지만, 정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CGE 모델 결과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CGE는 경제학의 일반균형모델을 컴퓨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하도록 하구요.

어쨌든 장기 1.99% GDP 증가, 그리고 51억 달러의 무역수지 감소, 즉 수입이 수출보다 51억 달러 더 많아진다는 거죠. 여기서 장기라는 건 FTA로 인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과정에서 산업구조 조정이 일어나 보다 효율성이 높은 부문으로 생산이 집중되었을 때 그렇다는 얘깁니다. CGE 모델에서 장기란 그냥 시간 개념이 아니라서, 물론 경제학의 장단기는 모두 그렇다고 봐도 됩니다만, 10년이나 20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충 오랜 기간이 지나고 보면 GDP가 2%, 무역수지는 51억 달러, 그러니까 5조 원쯤 손해를 볼 거라는 얘깁니다.

우리 대미 무역흑자가 2004년에 190억 달러, 2005년에는 161억 달러였어요. 이게 확 줄어든다는 얘기죠. 이건 우리 얘기구요. 사실 계량모델은 그 안에 탄력성 수치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지는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계산으로는 FTA 4년 후에 한국의 무역수지가 90억 달러 악화되고 GDP는 0.7%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계량결과는 그냥 대충 방향을 보는 데만 의미가 있지만, 이 USTC 보고서는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신율 교수께선 보실 수 있는데 촘촘한 영어로 무려 196페이지에요. 큼직큼직한 글씨로 10여 페이지 되는 우리 보고서와는 비교가 안 되죠. 어쨌든 GDP 증가는 별로 없고 무역수지는 수입이 왕창 늘어나서 적자를 보는 데로 이른다는 애깁니다. 물론 농업과 서비스 쪽의 적자가 대폭 늘어나는 거죠.

신: 그렇다면 경제적으로도 별 이익이 없다는 얘긴데...

정: 이익이 있는 게 아니라 수출 수입만 따지면 엄청난 손해죠. 산업으로 봐도 농업, 특히 축산물 쪽은 거의 파탄난다고 봐야 합니다. 제가 미국 대표라면 쌀시장 개방 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거에요. 이미 USTR에서 쌀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구요. 그럼 그거 지킨다고 다른 거 다 양보할 수밖에 없겠죠. 특히 쇠고기 같은 낙농제품이 큰 문제가 될 겁니다.

다행히 쌀을 지킨다고 가정하면, 그럼 농민들이 어떻게 하겠어요? 모두 쌀농사를 할 거에요. 그러지 않아도 남아도는데 더 짓죠, DDA 협상에서 매년 쌀 수입은 늘어나죠... 쌀값은 폭락할 겁니다.

현재 민주노동당에서 제출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무역조정법을 보면 1년에 2조 원 가량 농업을 비롯한 피해산업에 보조를 하게 돼 있어요. 무역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고 또 재정에서 매년 2조원 지출, 이건 정말 장사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신: 서비스업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올라서 장기적으로 GDP가 7.7% 증가한다는 발표도 있었는데요.

정: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금융서비스 좋아지고 회계감사 잘 되고 컨설팅 잘 해서 제조업 경쟁력이 확 높아지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생산성 1% 상승이라는 외부쇼크를 모델에 넣는 것은 그냥 자의적으로 해본 결과일 뿐입니다. 거의 장난 수준이죠. 상식적으로 7,7% 경제성장하면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NAIRU, 즉 인플레이션 없는 최대 성장률이 5%이니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NAIRU 자체가 3% 가량, 즉 한미 FTA만 하면 우리 성장잠재력이 3% 가량 올라간다는 건데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건 이 7.7% 보고서에는 무역수지에 관한 항목이 빠져 있어요. CGE를 돌리면 당연히 나오는 수치이고 국민이 관심을 가질만한 항목인데 빠졌거든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닌데, 이건 다음에 또 불러 주시면 제가 말씀드리죠.

신: 대미 무역수지가 손해를 봐도, 대신 대일무역적자는 개선될 거라는 주장도 정부가 했는데 어떻습니까?

정: 그것도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 희망사항을 얘기한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일본 수입품의 약 80% 가량이 부품, 소재에요. 소재 쪽 일부, 그것도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서 납기가 문제되지 않고 수송비가 덜 드는 반도체 관련 일부 소재는 대체될 수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기계부품은 대체되기 힘들어요. 이미 우리나라 생산시스템이 일본식으로 되어 있는데 거기에 미국제품을 끼워 넣는 게 쉬울까요? 아주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기계나 일본 기계는 150센티미터, 이렇게 되어 있을 거에요. 일부러 154.3센티미터, 이런 식으로 만들지는 않겠죠? 그런데 미국 기계는 인치로 되어 있어요. 그러니 같은 성능을 가진 기계라도 규격이 맞지 않습니다.

신: 전체적으로 수입이 는다고 해도 수출도 역시 늘지 않을까요? 제조업 쪽에서는 그래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텐데요. 정부가 미국 내 수출비중 얘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구요.

정: 늘어나긴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대한 관세율 평균이 2% 남짓입니다. 이걸 단번에 줄여도 2%인데 보통은 매년 나눠서 줄이거든요. 예를 들어 4년 만에 완전히 무관세로 만들기 위해서 매년 0.5% 줄인다고 합시다.

반도체는 이미 무관세니까 이 얘기하곤 무관하구요. 현대 소나타 예를 들어 볼까요? 지금 미국 소나타 가격이 2만 달러 쯤 됩니다. 0.5% 값을 인하하면 얼마 주는 거냐면 100달러에요. 10만 원 싸지는 거죠. 그런다고 얼마나 더 사겠어요?

물론 섬유, 의류는 관세가 17% 정도니까 관세인하의 폭이 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은 외국과 FTA 협상 할 때 섬유의류는 제조업에서 분리해서 별도로 취급할 정도로 보호합니다. 그러니 큰 인하 폭은 기대하기 어렵죠.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중국, 멕시코 산이 문젭니다. 제가 동대문에 가서 물어봤어요. 관세가 한 10% 인하되면 경쟁이 되겠느냐고 하니까 현재 이 품질 가지고는 그 정도 값이 떨어져도 경쟁이 안 된다는 겁니다. 확언하건대 10%도 희망사항입니다.

반도체는 무관세니까 별 관계없다고 아까 그랬는데, 미국에서는 관세보다 더 큰 문제가 비관세 장벽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앤티 덤핑을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최근에도 몇백억 달러 벌금 물고 또 대기업 임원들이 구속까지 됐잖아요.

이번 FTA 협상으로 이런 반덤핑 제소 같은 것이 줄어들 수 있다면 박수를 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USTR은 반덤핑 등 보호조치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번 두고 보죠. 이걸 깨뜨릴 수 있는지, 그거만 한다면 전 다른 모든 걸 제쳐 놓고 나라 경제는 망쳤어도 교섭능력은 있다, 그 점만 갖고 통상교섭본부에 박수를 쳐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신: 결국 우리가 전체적으로 얻을 건 없고 농업은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정부 주장대로 서비스업에서 얻는 게 많아야 하는데 그 쪽을 좀 들여다볼까요?

정: 예. 우린 이미 미국 서비스업의 진출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1997년 위기 직후의 금융 구조조정이 바로 그거죠. 결과는? 외국은행이 우리 은행을 인수합병해서 어마어마한 이익을 보고 세금 안 내고 다시 되팔거나(외환은행의 경우죠?) 아니면 그냥 주식을 60% 이상 가지고 배당금을 받아먹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은행들의 건전성은 좋아졌어요. 그렇지만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은 단기에 배당금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대출은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소비자금융을 늘렸죠. 즉 은행의 건전성이나 규모, 경쟁력이 높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시적으로 현재의 어려움, 신용불량자는 그 때문에 생겼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올라간 건 대규모 해고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건 미국에서 늘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수합병해서 대량해고한 후에 기업가치를 올려서 팔고 나간다, 이게 관행이죠.

이런 일이 다른 모든 부문에서 일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법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로 알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개방을 한 후에 독일의 9개 대형 법인 중 7개를 영미계가 인수합병했어요.

우리 대형 법인들은 모두 인수합병 대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정리해고도 일어나겠죠. 지금도 대형 법인과 개인변호사 사이에는 수임료 차이가 많이 있는데 그게 훨씬 더 벌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가 일어나는 거죠.

지금 행담도 사건으로 제 변호를 모 법률회사에서 맡고 있는데 그 회사가 인수합병되면 지금도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액수인 변호사비도 훨씬 더 올라갈 겁니다. 그 이전에 제 사건은 끝나게 되어 있어서 다행이지 그 이후라면 당연하게 개인 변호사로 바꾸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될 겁니다.

결국 그 대형 법인들은 재벌이나 초국적기업의 대형 사건을 맡게 되고, 서민들은 그 좋아졌다는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전혀 없게 될 겁니다.

신: 법률서비스 얘기를 해 주셨는데, 서민들에게 더 관심이 가는 의료나 교육은 어떻습니까?

정: 예. 제가 보기에는 의료가 제일 문제입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건 영리법인화인데, 이건 미국의 건강보험회사가 같이 들어온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들이 들어오면 당연히 현재의 강제지정 제도의 폐지 또는 완화를 요구할 겁니다. 우리, 의료보험증 들고 아무 병원이나 가잖아요. 예를 들어 현대아산병원 같은 큰 병원에서도 의료보험이 통하잖아요? 그런데 영리법인이란 돈을 벌어야 하는 건데 의료보험 때문에 돈을 못 벌겠다, 건강보험 환자는 받지 않겠다, 즉 강제지정에서 빼달라고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삼성병원이나 현대병원, 서울대병원, 이 세 병원도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게 되겠죠.

그래서 만일 이 제도가 무너지면 건강보험은 있으나마나한 게 되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돈 많고, 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사람들이 이렇게 주장하겠죠. 나는 의료보험을 안 쓰고 민간보험 가지고 외국병원 이용하는데 왜 의료보험을 내느냐, 이건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 보험에서 빼달라고 할 겁니다.

이게 만일 통하면 그 다음엔 건강보험 보험료가 올라가게 됩니다. 돈 없고 따라서 병이 많은 환자들이 많이 올 테니 건강보험 지정 병원은 손해를 보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보험료를 올리고, 그러면 또 그 다음 돈 많은 사람이 빠져나가고 다시 보험료가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경제학에서 역선택이라고 하는 현상입니다.

물론 유시민 장관이나 대통령께서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고 확언하시니 저는 믿습니다. 그걸 마지노선으로 한다면 한미 FTA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바로 그그저껜가요? 대통령이 말씀하신 '잘 안되면 접어도 좋다'고 한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교육은 현재 미국의 영리법인은 원격교육이나 성인교육을 담당하고 명문학교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학교만 몇 개 들어온다고 정부가 원하는대로 유학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 학교들이 외국유학 준비학원의 역할을 해서 외국유학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그치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만일 지금 재경부가 경제자유구역에서 하듯이 명문대학에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하버드의 아시아 분교를 영리법인으로 만들어준다든가 하면 큰일이 벌어집니다.

다행히 아직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를 제외하곤 그런 계획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된다면 역차별을 이유로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명문사학도 영리법인을 요구할 것이고 그럼 우리 입시제도도 무너지겠죠. 공교육은 더욱 파탄날 겁니다.

이것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부총리가 약속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하하, 물론 그렇게 약속하는 순간 한미 FTA도 끝이지만요.

시청각, 방송도 얘기할까요? 현재 미국의 요구를 보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유선방송 정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눈여겨볼 건 코바코(한국광고공사)의 민영화, 또는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코바코에서 방송광고 물량을 모두 모아서 배정하고 있는데요. 이게 무너지면 방송광고 시장이 형성되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왜 우리 미국 방송 볼 때 드라마 하다 말고 광고 들어가고 간접광고 숱하게 있는 그런 상태가 됩니다.

그럼 공중파도 큰 장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 아니라도 한나라당에서 방송의 편파성을 들어 MBC와 KBS1의 민영화를 요구하는데 미국이 여기에 가세해서 코바코를 해체하고 지분을 사들이면 우리의 재벌이나 대형 신문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조선MBN-KBS1 같은 게 생길 수도 있고 삼성워너MBC가 나올 수도 있겠죠. 여기 대고 방송의 공공성을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코바코 해체되면 지방방송이나 종교계통 방송, 예컨대 CBS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경쟁력 향상은 좋은데 그것이 대규모 해고를 동반하는 인수합병으로 이뤄질 것이고 더 큰 문제는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런 공공성의 유지, 확대를 마지노선으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또 대통령이나 장관이 일부 약속을 했는데, 나머지도 다 해야 합니다. 물론 그러면 한미 FTA는 표류하게 되겠지만 어느 광고 카피대로 '지킬 건 지켜야 합니다'.

신: 서비스업의 발전이 있을지 몰라도 대규모 해고사태, 그리고 공공성의 훼손이 예상된다는 말씀인데,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한미 FTA를 통해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정: 하하, 그건 첫째로 미국 서비스업이 진출할 테니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거고, 둘째로 서비스의 생산성이 제조업의 생산성도 높여서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봤듯이 첫 번째 효과는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대량 해고와 서비스업 자체의 양극화입니다. 미국 초대형 법인 대 개인변호사, 미국 대형병원 및 한국병원 대 소형 동네병원, 이런 식으로 양극화는 심화되죠.

그래서 생산성이 올라가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긴데(사실 부문 생산성은 올라가지만 국가 전체로 실업자들까지 감안하면, 글쎄요. 오히려 단기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에 적응할 만큼 교육(학교교육뿐 아니라 직업교육, 또 평생교육)이 뒷받침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도 구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정말 걱정은 한미 FTA의 순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양분돼서 심각한 혼란에 빠지는 겁니다. 이로 인한 효율성 저하는 기술적인 생산성 향상을 훨씬 넘어서 두 개의 한국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신: 여태까지는 주로 경제 얘기를 했는데, 외교부는 "안보동맹에 이어 경제동맹까지 발전했다" 고 자랑했는데 과연 그런가요?

정: 정말 위험한 발상입니다. 현재 동아시아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는 양상이잖아요. 일본이 중립을 지키면 좋은데 미국에 딱 붙어있는데 거기 대고 한국이 안보동맹에 경제동맹이 됐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게 미국의 중국 포위론인데 그걸 우리가 앞장서서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래도 6자회담에서 중국이 우리 편을 들어주고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죠.

중국으로선 당연히 위로는 북한, 러시아, 그리고 남으로는 아세안, 인도를 잇는 반미동맹을 상정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맞서게 되면 그동안 통일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도 한미 FTA는 외교안보 상으로도 시기상조이고, 또 그걸 경제동맹으로 표현해서 중국을 자극해선 더더구나 안 됩니다.

신: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였다가 이런 얘기 하는 게 괴롭기도 할 텐데, 대안은 없을까요?

정: 지금 통상라인에 문제가 있어요. 잘 아시다시피 한덕수 장관, 김현종 본부장, 정문수 보좌관은 굳이 분류하자면 친미 개방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FTA는 안보적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번 결정은 NSC와도 논의하지 않고 준비도 없이 졸속으로 내려졌어요. 이 팀은 외교안보적 고려도 하는 신중론자가 보완되어야 합니다.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자고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이슈를 모두 공개하고 하나하나 토론해서 마지노선을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한미 FTA의 거시적 결과, 산업별 영향, 대책을 정부와 연구소에서 빨리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구요.

다만 요즘 보이는 것처럼 대통령의 의지라고 자꾸 낙관으로 가득 찬 엉터리 시나리오를 만드는 건 정말 하면 안 됩니다. 제가 대통령이라면, 아니 옛날처럼 비서관으로 그냥 남아 있다면 그런 엉터리 시나리오 만들어오는 사람은 인사조치하라고 대통령께 건의했을 겁니다.

TPA는 신경 쓸 것 없습니다. 그건 미국 문제이지 우리 문제가 아닙니다. 천천히 신중하게 한일 FTA 때 충분한 연구와 여러 절차를 거쳤듯이 그렇게 해가면 됩니다.

둘째로 지금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언론에서는 이미 미국이 한국을 중국 포위에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현재 한중 FTA는 민간 연구에 머물고 있는데 이걸 민관합동 연구로 격상하고 다른 협력 프로젝트도 조금 더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미 FTA 발표 이후에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 함께 하바로프스크, 나선지구를 포함하는 광역 경제자유무역지대를 선포했습니다. 이건 제가 동북아위에 있을 때부터 빨리 투자해야 한다고 했던 곳인데, 지금이라도 한국의 기술과 남아도는 돈을 거기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과의 FTA 재개도 고려하는 게 옳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은 아세안, 한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잇는 중간지대를 만들고 중국과 미국이 경쟁하게 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의 경쟁이 문제라서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는 게 정책목표라면 한미 FTA보다는 DDA에서 특히 회계, 컨설팅 같은 사업서비스 분야를 대폭 양허하는 게 옳은 정책수단입니다. 그러면 농업의 피해 없이도 서비스업 발전과 제조업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통령께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 하다가 잘 안되면 중단하겠다고 한 말씀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중단하면 4가지 선결조건을 들어준 것만큼 손해이고 대외 신인도에도 문제가 있으니까 차분하게 끌고 나가는 게 현재로선 차선의 방책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제가 말한 대로 여러 보완대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인터넷 대화에서 우리 국민을 믿는다고 하셨는데, 국민도 대통령을 믿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이렇게 비밀협상을 하면 안 됩니다. 미국이 공개하는 만큼 우리도 공개해서 광장에서의 합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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