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강탈의 세상 예고하는 대한민국"
[화제의책] '황우석 사태' 예견한 <인체 시장>
2006.05.04 19:09:00
"신체 강탈의 세상 예고하는 대한민국"
"나는 한때 인간이었다가 그 후에 사회보장번호가 되었고, 지금은 바코드에 불과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복제된 양과 마찬가지인 상품이 되어버린 겁니다." (미국의 한 시민)

"최근까지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과 구별되는 육체는 노동의 원천 외에는 거의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는 사람의 몸이 놀라운 가치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

지난 수개월간 계속된 '황우석 사태'는 대한민국에 전 세계에서 가장 엽기적인 '인체 시장'이 들어선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조만간 발표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황우석 사태'에 대한 최종 보고서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불임 시술을 받던 환자의 난소를 허락 없이 적출해 황우석 씨의 연구에 제공한 사실이 공개될 예정이다. 수천 개의 난자 매매가 이뤄진 사실은 이런 일과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약소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번역된 로리 앤드루스와 도로시 넬킨이 쓴 <인체 시장(Body Bazaar)>(김명진·김병수 옮김, 궁리 펴냄)은 이런 '황우석 사태'를 이미 5년 전인 2001년에 정확하게 예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앤드루스와 넬킨은 각각 현대 생명공학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법학자와 사회학자로서 인간의 신체 조직이 마치 상품처럼 다뤄지는 최근의 세태를 고발하면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모욕 당한 아인슈타인의 뇌
▲ 〈인체 시장-생명공학시대 인체조직의 상품화를 파헤친다〉(도로시 넬킨, 로리 앤드루스 지음, 김명진, 김병수 옮김. 궁리, 2006) ⓒ프레시안

2005년 '상대성이론 발견 100돌'을 기념해 1955년 아인슈타인이 사망했을 때 240조각으로 잘라 보관해 온 그의 뇌 조각이 우리나라에서 전시돼 화제가 됐던 일이 있다. 그런데 이 아인슈타인의 뇌가 그의 허락도 받지 않고 강탈된 것이라면 어찌할 텐가? 실제로 그의 뇌는 아인슈타인의 사체 부검을 맡았던 프린스턴 병원의 병리학자 하비가 도둑질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어떤 종류의 추모 공간도, 자신을 위한 기념물이나 동상, 박물관을 원하지 않았던 것을 염두에 두면 또 심지어 자신의 사진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까지 헤브루대학에 유증할 정도로 꼼꼼했음을 염두에 두면 그가 뇌를 전혀 전문성이 없는 병리학자에게 인도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체 시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하비는 아인슈타인이 죽기 전에 미리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아인슈타인의 뇌를 잘게 잘랐다. 하비는 아인슈타인이 살아 있었다면 자신의 뇌에 대한 연구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런 주장을 반박할 만한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미 하비는 생전에 아인슈타인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하비는 결국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하겠다는 승낙을 받아내는 데 실패하고 뇌를 훔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인슈타인의 뇌는 연구가 제대로 됐을까? 1978년 한 기자가 아인슈타인의 뇌의 행방을 추적했을 때 그의 뇌는 하비의 사무실 냉장고 뒤 술 상자 유리병에 보관돼 있었다. 하비는 1980년대가 돼서야 몇몇 뇌과학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뇌를 '마요네즈 병'에 넣어서 보냈다. 그 스스로는 뇌를 훔친 뒤 41년이 지난 1996년에야 다른 뇌과학자와 공동으로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물론 그 성과는 보잘 것 없었다. 이런 사정을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인슈타인이) 만약 하비가 자신의 뇌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았다면 아마도 무척 심난해 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하비가 자기 뇌의 일부를 시카고의 의사인 시드니 슐먼 박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데 분명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고, 하비가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의 뚜껑을 열고 손가락으로 뇌를 꾹꾹 눌러 보는 것을 반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생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던 먼 땅에서 자기 뇌의 한 조각이 부모 손에 끌려 온 아이들 앞에서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반기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몸이 '인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반세기 동안 겪은 수난은 본격적인 '인체 시장'의 등장을 알리는 서곡에 불과했다. 최근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신체 조직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불임 시술을 위한 난자 매매는 이 거대한 '인체 시장'의 두드러진 예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처럼 자기도 모르게 자기 신체 조직을 강탈당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체외수정을 하는 부모들이 여분의 배아를 연구용으로 기증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그 연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피상적인 얘기만 듣는 것이 보통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배아가 불임으로 고통 받는 다른 부부를 돕는 데 사용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배아가 상업적인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은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사람의 신체 조직을 상품으로 낙인을 찍는 '기이한' 특허 제도는 이런 현상을 더욱더 부추긴다. 자기도 모르게 특허번호 443만8032번이 된 한 남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미국의 존 무어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는다. 백혈병 치료를 받은 뒤에도 무어는 7년 동안 계속 의사들의 호출을 받았다. 하지만 그 7년 동안 의사들은 무어의 건강이 아니라 무어의 몸에서 발견한 특이한 화학 물질에 대한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었다.

결국 무어는 자신도 모르게 특허 등록됐다. 물론 무어의 의사들은 스위스의 제약업체 산도즈(Sandoz)로부터 이 화학물질에 대해서 1500만 달러를 지급받았다. 이 사실을 안 무어는 의사들을 부정 의료 및 절도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렇게 절규했다. "담당 의사들은 나의 인간성, 유전적 본질이 그들의 발명품이자 소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나를 생물학적 물질을 추출할 수 있는 광맥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수확물인 것입니다."

무어의 예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한 생명공학업체는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유전자를 조사, 저장,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아이슬란드 인들은 수세기 동안 고립되어 살아왔을 뿐 아니라 매우 잘 정리된 가족 계보와 의료 기록을 갖추고 있다.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 돌연변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이질적으로 구성된 인구집단보다 아이슬란드 인과 같이 고립되고 동질적인 인구집단을 검사하는 편이 더 낫다.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하기 위해 한 스위스 회사는 이미 2억 달러를 지불했다."

특허가 부른 '비밀주의'에 경종을 울려라

그렇다면 '인체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특허 경쟁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현실은 정반대다. 자신의 아들의 자폐증을 치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할리우드의 실력자 조너선 세스텍은 자폐증에 대한 최신 연구가 상당히 느린 이유를 파악하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자들이 새로운 발견으로부터 상업적 이익을 확실하게 뽑아내려는 생각에서 자신의 환자들의 조직과 연구 성과를 서로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일하는 영화계가 상당히 거친 동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간의 신체 조직을 다루는 분야가 무자비함의 측면에서는 훨씬 더 거칠었다."

돈과 수완이 있었던 세스텍은 이 터무니없는 '비밀주의'에 경종을 울리기로 했다. 그는 자폐증유전자원센터를 설립해 전국의 자폐증 환자로부터 신체 조직을 수집했다. 이 센터는 6개월 만에 200만 명 이상의 가족으로부터 신체 조직을 모은 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연구자라면 누구에게나 이 조직을 마음대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스텍은 "그 동안 연구자들이 자신의 데이터와 샘플의 공유를 거부했기 때문에 자폐증 치료법의 진전이 늦어지고 있다"고 공언했다. 이런 세스텍의 태도는 존 무어와 관련된 재판에서 무어를 옹호해 소수 의견을 낸 한 판사의 다음과 같은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몸에서 분리된 모든 가치 있는 신체 일부는 공공 보관소에 저장했다가 사회 전체의 개선을 위해 모든 과학자가 자유롭게 그 물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분자백만장자'들의 등장…"사람의 몸을 시장으로부터 격리시키자"

하지만 현실은 이런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분자백만장자(molecular millionaire)'들의 목록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들은 모두 대학의 연구자로 연구 결과를 인류와 과학의 발전을 위해 공유하기보다는 자본이 독점하도록 한 대가로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2001년 현재 100여 명에 달하는 '분자백만장자'들이 갖고 있는 생명공학 주식의 가치는 모두 19억 달러에 달한다. 물론 2006년 현재는 그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

더 큰 문제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였듯이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자금으로 개발한 자원이 연구자와 일부 생명공학업체, 제약업체의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2001년 현재 판매량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50개 약품 중 48개는 그 개발이나 시험 단계에서 공공자금을 받은 것들이다. 유방암과 난소암 치료제인 택솔(Taxol)은 2700만 달러의 공공자금을 받았는데, 한 번 치료받는 데 55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인체 시장>은 "사람의 몸을 시장으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 생명공학을 선도하는 우리나라의 사정은 5년 전 이 책의 바람과는 전혀 달리 흘러가는 것 같다. 황우석 씨의 '원천 기술'에 대한 특허 수입을 통해 연간 300조(!)의 돈을 벌어들인다면 난자 채취의 윤리나 논문 조작이 하찮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황 씨의 지지자들이 지난 수개월간 보인 모습을 보면 더욱더 그렇다. 과연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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