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화제의 책]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2006.05.21 14:22:00
"아,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나는 그 당시의 우리를 공동체로 표현해야 할지, 동아리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 우리는 공통된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사회의 주류 가치로부터 철저히 거리를 두고, 새로운 방식의 집, 새로운 방식의 삶을 만들고자 했던 우리의 절실한 기대에서 나온 결과였다."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 주의 섬, 마서즈 비니어드에는 1975년 창업한 '사우스 마운틴' 건축회사가 있다. 최근 출간된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황근하 옮김, 샨티 펴냄)는 직원 30명의 이 작은 회사의 이야기다. 68세대의 일원으로서 '사우스 마운틴'의 창업자였던 존 에이브램스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들뜨게 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열망이 한 세대가 지난 뒤 사우스 마운틴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직원 30명 중 반이 '오너'인 회사…놀이처럼 일하고 함께 결정한다

지금 사우스 마운틴은 직원 30명 중 절반이 '오너'다. 사우스 마운틴이 이른바 '종업원 주식 소유제(employee ownership)'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저 노동자들이 주식만 소유하고 있는 형태도 아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은 모든 '오너'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결정된다. 명실상부한 기업 내 '경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우스 마운틴도 처음부터 이런 식의 회사는 아니었다. 변화의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창업한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 사우스 마운틴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해 왔던 직원 두 사람이 회사를 떠날 의사를 밝혔다. 회사가 성장하는 한 편에서는 몰락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황근하 옮김, 샨티, 2006). ⓒ프레시안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또한 앞으로 회사 규모가 커질 때 다 같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책임감을 공유하며 이윤을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던 존 에이브램스는 '민주적인 직장 만들기'를 해법으로 찾았다. 이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종업원 주식 소유제다.

자기의 반평생을 바친 회사를 놓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까지 에이브램스는 사우스 마운틴에서 최종 권한을 갖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해 왔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사우스 마운틴은 비교적 좋은 평판과 많은 일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에이브램스는 곧 결심을 굳혔다.

"가끔은 내가 회사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날뛰는 말의 고삐를 잡고 끌려가듯 앞만 보고 달리던 때도 있었다. 그러자 구조를 개편함으로써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사람은 오히려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권과 회사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짐으로써 나는 새로운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고, 그만큼 회사를 위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87년 종업원 주식 소유제로 전환한 후 사우스 마운틴은 비교적 제 길을 찾아가고 있다. 회사의 효율적 운영과 구성원의 공동 참여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회사와 구성원들이 함께 변화해 갔다.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함께 일할 사람의 기준도 바뀌었다. '쉽게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에서 "5년 후 우리 회사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그 기준이 바뀐 것이다.

'무한 성장'을 거부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여러 사람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함께 노를 젓는 사공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속담과는 달리, 사우스 마운틴도 훨씬 더 역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회사의 성장에 분기점이 될 만한 일감이 들어왔다. 고객은 거대한 얼음 바위가 있는 언덕 꼭대기에 경관이 좋은 집을 짓고 싶어 했다. 언덕의 자연을 훼손할 게 뻔했다. 사우스 마운틴은 고민에 빠졌다.

존 에이브램스 혼자였다면 현실과 타협했을 것이다. 에이브램스는 동료들과 함께 해당 부지로 올라가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침묵은 금방 깨졌다. 한 동료가 "포기합시다"라고 말한 순간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그 일감을 포기한 사우스 마운틴은 회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고민에 들어갔다.

"이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우리는 '성장'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수동적인 작업 방식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성장'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이윤과 손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사우스 마운틴은 '성장'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기로 했다. 직원들과의 오랜 토론 끝에 무한 성장이라는 신화를 거부하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성장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성장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 자체를 위한 무한한 성장('암세포의 논리')은 거부한다. 우리는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규모를 확장하면서 우리가 지켜 온 가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저게 서민 주택이라고요? 농담하지 마세요"

사우스 마운틴은 성장을 거부하는 대신 직원들 각자가 꿈꾸는 다양한 가치를 실험하고, 회사가 뿌리 내리고 있는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사우스 마운틴은 마서즈 비니어드 섬의 서민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마서즈 비니어드 섬이 부자들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이 섬은 요즘 말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었다. 원래 섬의 거주자들이나 부자들의 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해 섬을 찾은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제 집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사우스 마운틴은 부자들의 집을 지어주면서 그 수익 중 일부를 보조금으로 전환해 작지만 아름답고 튼튼한 서민들의 집을 지었다.

나중에는 아예 정부로부터 섬의 한 지역에 다른 서민 주택 사업의 모델이 될 만한 소규모 임대 주택 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받아 성공하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완성된 세피에서 지역의 임대 주택 단지는 서민 주택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저게 서민 주택이라고요? 농담하지 마세요. 저도 들어가서 살고 싶어지는데요?"

대한민국의 '사우스 마운틴'은 어디에?

사우스 마운틴이 지난 30여 년간 해놓은 일은 이밖에도 셀 수 없이 많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꼈던 이들은 마치 "노는 것처럼 일하는" 사우스 마운틴의 오너 겸 노동자들이었다. 이런 사우스 마운틴의 경험을 읽어나가노라면 왕년에 '혁명'을 꿈꿨던 30, 40대 CEO들의 기업들이 종종 악덕기업으로 회자되는 현실이 떠올라 씁쓸하다. 세상을 바꾸길 바랐지만 결국 세상에 너무 쉽게 적응해버린 탓일까?

존 에이브램스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우리 회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깨달은 바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깨달음과 아이디어를 우리에게도 나누어주기 바란다. 당신과 우리가 서로에게서 배운 최상의 것과, 그 배움의 과정에서 얻은 사랑을 다가올 세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