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 먹는 '광우병 쇠고기' 뭐가 문제냐고?
[한미FTA 뜯어보기 438 : 기고] 한국인이 광우병 걸릴 가능성 훨씬 높아
미국인도 먹는 '광우병 쇠고기' 뭐가 문제냐고?
얻어낸 것 없이 한정 없는 퍼주기로 끝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우리네 삶에 미칠 영향은 매우 심대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식생활 문화에 미칠 영향은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협상단은 국민의 생명·건강과 관련된 내용을 무역에서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내던질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이미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조기 철폐하기 위해 광우병에 감염됐을 위험이 있는,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결정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미국의 식생활 문화와 한국의 식생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 역시 미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독자적인 기준으로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문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협상을 담당했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 FTA가 우리 문화, 특히 식생활 문화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검토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협상을 최종적으로 타결하는 과정에서 미국 섬유 시장의 부분적인 개방을 위해 한국 측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검역기준을 완화했다는 '소문'마저 들려온다. 아직은 소문일 뿐이지만, 유전자 조작 농산물 역시 미국과 한국의 식문화가 달라서 전혀 다른 위험평가를 해야 하는 분야다.

이 글은 미국과 한국의 식생활 문화를 비교 검토해서 '왜 광우병과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유독 우리 국민들에게 위험한지' 알리려는 목적으로 쓰였다.

우리 음식 문화와 광우병의 위험성

그 동안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는 광우병 감염 위험이 없다고 강변하면서 한미 FTA의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을 재개한 것이 정당하다고 홍보해 왔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일방적으로 약속해버렸다. 물론 '국제기준'에 따른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사실상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을 약속한 것이다. 그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결정인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설령 미국인들에게 안전하다 하더라도 미국과 전혀 다른 미각과 음식 조리 문화를 가진 우리들에게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20개월 이하의 어린 쇠고기이고, 미국인들은 우리처럼 뼈와 내장까지 먹는 것이 아니라 살코기만 먹는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알려진 광우병 위험과 관련해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먹는 쇠고기는 24개월을 전후한 쇠고기이고, 특히 국물을 내기 위한 뼈는 나이 먹은 소의 것일수록 국물이 진하고 맛있다고 한다.

이규태의 글에 따르면,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여사는 쇠고기에 대한 미각이 가장 세분화된 민족으로 우리 민족을 들었다고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사람들은 쇠고기를 35가지로 분류해 요리를 해 먹는데, 우리나라는 무려 120부분을 요리해 먹는다. 살코기로는 등심, 안심, 갈비, 사태, 차돌박이, 제비추리를 먹고, 양, 간, 곱창, 염통, 콩팥, 피 같은 내장에다가 우랑, 우신, 혀, 젖통살, 쇠고기, 쇠꼬리, 우족도 먹는다. 거기다가 쇠다리의 관절인 도가니까지 발라내고 척추뼈 속에 든 등골까지 빼먹는다.

우리가 미국의 쇠고기를 수입해서 살코기만 먹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소 뼈다귀까지 외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해 와 그 속에 스며 있는 골즙까지 우려먹는데, 웬만한 한국인치고 수입 쇠고기 뼈를 사서 사골국을 끓여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많이 포함된 부위까지 먹는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광우병 위험에 대한 노출 정도가 미국인과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된 위험 평가는 미국과 전혀 다른 기준을 가져야 한다. 이는 문화 상대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만 있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치명적인 위험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그들이 우리 모두가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동질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사골국을 끓이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외식을 할 때 설렁탕과 냉면을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단지 음식물을 선택하는 문제로만 볼 것인가. 우리들이 살아 왔던 삶의 방식에 대한 부정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인데도.
▲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한미 FTA 협상이 공식 타결되기 전날인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 FTA 협상 반대 집회를 열고 광우병으로부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한국인은 세계에서 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가장 많은 민족이다. 인간은 양쪽 부모로부터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는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는 메치오닌(M)과 발린(V)이 있는데, 양쪽 부모로부터 메치오닌을 받으면 MM형, 한쪽 부모로부터 메치오닌을 받고 다른 쪽 부모로부터 발린을 받으면 MV형, 양쪽 부모로부터 발린을 받으면 VV형이 된다.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MM 유전자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평균으로 보면 MM 유전자형이 38%, MV 유전자형 51%, VV 유전자형이 11%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국립보건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MM 유전자형 출현 비율이 무려 95%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MM형을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 보고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협상단이 우리 국민들의 이러한 유전적 특질까지 검토하고서 수입을 결정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발효음식 문화와 유전자조작 농산물

된장만 있으면 밥 한 끼를 뚝딱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옛날에 전쟁이 나서 임금이 피난을 가게 되면 먼저 관리를 보내 장을 마련해놓을 정도였다고 하니, 왕에서 노비에 이르기까지 장이야말로 한국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증명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장, 즉 간장과 된장은 콩을 쑤어 만든 메주를 띄워서 만든 것이다. 발효음식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의 음식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한미FTA에서 유전자 조작 농산물과 관련된 잘못된 협상으로 국민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한미 FTA 최종 협상에서 미국의 스콧 퀴전베리 섬유 수석협상관은 섬유 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하는 조건으로 유전자 조작 생물체에 대한 수입 규제 완화를 내걸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식용·사료용·가공용 조작 생물을 한국에서 수입할 때 수입승인 절차와 안전검사를 생략하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우리의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식품안전과 검역 주권을 포기한 셈이 된다.

콩의 경우를 놓고 생각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콩 자급율은 7.1%이다. 즉 92.9%의 콩이 외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상당수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다. 현재 소, 돼지, 닭의 배합 사료로 콩, 옥수수 등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다. 우리나라는 또 간장, 식용유와 같은 가공식품의 경우도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식용의 경우, 아직 유전자 조작 콩의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유전자 조작 콩이 섞일 비율이 3% 이내일 경우, 이를 비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식용 역시 유전자 조작 콩이 섞여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미 2000년 사료용으로 수입된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식용 옥수수로 둔갑해 유통된 것이 적발된 후 수입이 금지된 바 있다. 콩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이는 매우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현재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산 유전자 조작 콩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03년 118만6645톤에서 2005년에는 79만4322톤으로 줄었다. 세계적인 콩 수입국인 한국에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미국산 유전자 조작 콩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미국 협상단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한 요구를 막판에 제기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러시아의 일리나 에마코바 박사는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콩이 쥐의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실험 결과, 유전자 조작 콩이 섞인 사료를 먹은 쥐는 사산율이 55.6%나 됐고, 태어난 직후 사망하거나 제대로 자라지 않은 쥐도 많았다고 한다. 이와 달리 비유전자 조작 콩을 먹인 쥐는 사산율이 9%였고, 장기 발생도 정상적이었다고 한다. 이런 위험성이 사람에게는 안 나타날까?

미국의 경우, 콩은 주로 사료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유전자 콩이 그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위험이 우리보다 적다. 또 채식 운동이 일어나면서 두부를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의 영역이므로 유전자 조작 콩이 그들의 식생활에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콩은 단지 가축 사료용이 아니라 우리들의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위험성이 미국인들과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는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조작 콩도 수천 년 간 형성된 우리의 식생활 문화에 끼칠 영향을 검토한 후 그 수입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누구의 발언에서도 그런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이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우리의 환경, 공동체의 삶, 문화에 미칠 영향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주의자들은 공동체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반인간적인 발상을 국익으로 포장하는 뻔뻔한 얼굴까지 가졌다. 자신의 장기를 팔아 옷을 사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하는 사람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고 한 나라의 국익을 대표하는 협상단이라는 것이 우리사회의 비극이다.

우리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미 FTA 협상이 끝난 후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한 담화에서 "한미 FTA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반대자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이념적인 측면에서 FTA를 반대했다고 보는 노 대통령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FTA를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이념의 문제로 보는 것은 시장 지상주의적인 미국 모델이 한국의 미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본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념으로 볼 때, 그는 모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수입을 보장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에 협상의 손익계산에 대한 토론이 국회와 시민사회에서 진행될 것이다. 현재 문화와 관련된 논란은 스크린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스크린쿼터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문화를 '생활양식'이라 정의한다면, 식생활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화 영역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제 한미 FTA가 우리의 자연과 우리의 문화, 그리고 환경과 사회적 삶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독자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을 바탕으로 온 국민이 다 함께 한미 FTA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저 미친 시장주의자들을 제어하고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려면 우리 자신의 삶과 문화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깨달음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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