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는 대한한국 헌법의 개정"
[공무원을 위한 FTA 해설·6] 간접수용(下)
2007.06.04 09:09:00
"한미FTA는 대한한국 헌법의 개정"
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미국의 질서를 일찍이 보여 준 사건은 19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펜실베이니아 석탄 광산 판결'입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1921년 펜실베이니아 주가 주거용 건물의 지반을 침하시키는 방식의 무연탄 채굴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한 것입니다. 이 법률은 채굴장이 주변 건물로부터 500미터 이상 떨어져 있거나 혹은 광산의 소유자가 주변 건물을 소유한 경우에만 그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법률이 광산의 재산권 가치를 현저히 감소시킨, 도가 지나친 규제라고 판결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이 법률은 미국 헌법상 개인 재산권의 취득(taking)에 해당하므로, 주 정부는 광산 투자자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습니다. (☞ <표 14> 참조)

이 판결 이후 미국에서는 사유재산을 직접 '취득'한 것은 아니지만, 이와 동등한 효과를 갖는다고 판단될 수 있는 규제의 범위를 놓고 치열한 법리 논쟁이 전개되었습니다.

이런 논쟁의 결과로 나온 법리는 '취득은 아니지만 취득과 동등한 규제'라는 뜻을 지닌 '규제의 모습을 한 취득(regulatory taking)'이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규제는, 비록 직접적인 취득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국 헌법에 따라 보상해야 합니다 (☞ <표 14> 참조)

바로 이 미국 헌법의 법리가 한미 FTA 협정문에 반영된 것이 '간접수용' 조항인 것입니다. (☞ <표 12> 참조)

케이블TV 연결 장치, 건물에 연결하면?… 재산권 침해!

그런데 저는 단지 이 판례 하나만 가지고 한미 FTA 협정문이 한국의 헌법 질서를 미국의 헌법 질서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부득이하게 미국 헌법의 판례를 몇 개 더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82년 '로레토 사건'에서는, 뉴욕 주가 지역 주민의 정보 접근과 케이블 방송의 발전을 위해 제정한 법률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는 건당 1달러의 사용료만 건물 소유자에게 지불하면 그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세입자들을 위해 그 건물에 텔레비전 연결 장치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금속판, 연결 선, 상자 등의 연결 장치를 건물의 지붕과 외벽에 직접 부착하는 것은 해당 공간을 전면적으로 차지하는 것으로서, 이런 규제는 재산권의 취득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는 건물 소유자에게 보상을 해야 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1987년 '놀란 사건'에서는 캘리포니아 주가 공공 해변 2곳의 중간쯤 위치한 해안가 주택의 증축을 허가하면서, 그 허가 조건으로 공공 해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주택 앞의 해변을 지날 수 있도록 하는 공중 통행권을 붙인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런 규제는 재산권의 취득(taking)이며, 주 정부는 토지 소유자에게 통행권 인정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1994년 '돌란 판결'에서는 오리건 주 티가드 시가 파노 하천의 범람을 예방하기 위해 그 주변의 개발을 제한하는 한편 지역 교통량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도입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티가드 시는 파노 하천 지역에 있는 상가 건물 증축과 주차장 포장을 허가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토지 일부를 파노 지류의 산책로와 인도 및 자전거 전용도로로 기부·체납하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 규제에 대해서도 미 연방대법원은 재산권의 취득에 해당한다고 선고했습니다.

'규제인지 취득인지' 여부에 대한 미국의 판정기준

이처럼 '규제의 모습을 한 취득'의 법리가 미국 헌법질서에 정착되는 과정에서는, 과연 그 판단 기준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해 수십 년 간 법리 논쟁이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미국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판단 기준은 1977년 '펜센트럴 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입니다.

이 사건은 뉴욕 시가 1965년 역사 유적 건축물 법률을 제정한 데에서 비롯했습니다. 이 법률에 따르면, 뉴욕시는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유적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건물의 소유주는 건물을 잘 관리해야 하며, 건물의 외형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뉴욕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뉴욕 시는 이 법률에 따라 1913년 건축된 펜센트럴 역사를 유적 건축물로 지정했습니다. 추후 이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 위로 50층의 현대식 고층건물을 증축하겠다고 뉴욕 주에 허가를 신청하였으나, 뉴욕 주는 이 법률을 근거로 허가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건물 소유자가 뉴욕 시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국가의 규제가 규제의 차원을 넘어 재산 취득으로 나아갔는지 여부에 대한 세 가지 판정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판정기준은 ① 정부 규제의 성격이 무엇이고 ② 그 규제가 재산권의 경제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③ 재산 구입의 동기였던 합리적 기대가 이 규제로 인해 어느 정도로 장애를 받았는지 등입니다.

연방대법원은 이 기준을 적용해 뉴욕 시의 규제가 재산권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뉴욕 시의 규제는 역사성과 미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것으로, 문제의 역사 건물의 현재 사용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고, 건물 이용으로 적정한 수익을 얻는 데에 지장이 없으며, 건물 소유자가 건물 위의 공중 공간을 활용할 권리를 현저히 제약하지도 않았고, 만일 50층보다 낮은 층수의 건물 증축을 신청했다면 허가가 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한국 공무원이 왜 미국 판례까지 시시콜콜 알아야 하나요?

도대체 왜 이런 30년 전 미국의 판례까지 알아야 하냐고요?

이 판례에서 정한 세 가지 판단기준이 이제 대한민국 공무원 여러분의 업무처리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 기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래 <표 15>의 한미 FTA 협정문 조항입니다.
<표 15>
간접수용을 구성하는 지 여부의 결정은 정부 행위의 경제적 영향, 정부 행위가 투자에 근거한 분명하고 합리적 기대를 침해하는 정도, 그리고 정부 행위의 성격을 포함하여 관련 요소를 고려한다. (부속서 11-나 3항)

이처럼 협정문에 들어간 '간접수용(間接收用)'의 개념과 판단기준은 미국 헌법이 반영된 것입니다. 재산권의 절대적 보호라는 원칙을 따르는 미국 헌법은 국가의 규제마저도 헌법상의 취득 행위로 판단하는 법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한국의 헌법은 어떤가요?

물론 한국의 헌법도 어떤 규제의 효과가 헌법상의 '수용(收用)'과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판단은 한국의 헌법 조항과 한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결정합니다. 미국 헌법 질서와 미국적 환경에서 나온 위 세 가지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한국에서의 그것과 결코 동일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표 15>의 세 가지 기준과는 달리 '토지 재산을 건축이나 개발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가능성이나 신뢰는 헌법이 보호하는 재산권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헌법재판소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기존의 토지 사용을 할 수 없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국가가 보상을 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는 보상 조항이 입법되는 것을 기다려 그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89헌마214, 90헌바16, 97헌바78(병합)) (연재의 끝부분에서 그린벨트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 대해 따로 쓰겠습니다.)

미국인은 한국에서도 모국의 헌법을 맛봅니다

미국 통상법은 '투자 조항 협상의 목적이 수용 및 그 보상 기준을 미국법 원칙에 부합하도록 설정함으로써, 외국에서 사업하는 미국인이라도 미국의 법과 관행에 따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2102(b)(3)(D)조).

소르나라자흐 스코틀랜드 던디 대학 교수가 그의 저서 <해외투자 국제법>에서 '미국은 국제조약에서 재산권의 절대적 보호를 조문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입니다(<해외투자 국제법> 2판, 354쪽).
▲ 지난 4월 개헌 철회를 선언하는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철회했다. 하지만 한미 FTA를 통해 한국 헌법을 미국 헌법으로 바꾸는 엄청난 개헌은 이미 마친 후였다. ⓒ연합뉴스

'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에서도 모국의 헌법을 맛보게 하는 길이 바로 한미 FTA입니다. 한미 FTA 협정문은 미국의 헌법 질서가 한국에 적용되는 제도적 통로이자 한국 헌법으로부터의 일탈입니다.

그러므로 공무원 여러분은 미국인 투자자의 민원을 처리할 때에는 한국 헌법의 재산권 조항을 떠올리지 마십시오. 한국 헌법을 잊으십시오. 한국 헌법을 믿지 마십시오.

공무원 여러분은 이제 한국 헌법 대신 미국 헌법과 한미 FTA 협정문을 책상에 놓고 일해야 합니다. 그러면 미국인 투자자는 만족할 것이고, 여러분의 신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미국인 투자자의 민원에 대해 한국 헌법에 나온 재산권의 사회적 의무성 조항과 경제민주화 조항을 적용하려 한다면, 미국인 투자자는 매우 불쾌해집니다.

미국인 투자자가 국제중재 회부권을 행사할 때, 국제중재센터(ICSID)의 검색대에선 한국 헌법은 반입금지 품목입니다. 한미 FTA 협정문과 국제법만이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 투자자만 기뻐할까요?

여러분이 이렇게 '국제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면 기뻐할 사람은 미국인 투자자만이 아닙니다. 한미 FTA 협정문이 한국 헌법의 재산권 조항과 경제민주화 조항을 광에 가두면,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도 그로 인한 혜택을 볼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10년 사이에 형성된 기득권이 한국 헌법의 재산권 규제 조항으로부터 해방됩니다.

그래서 저는 한미 FTA 협정문을 '한국 헌법의 개헌'이라고 부릅니다. 안 그래도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 부동산 기득권 집단이 한국 헌법과 같은 거추장스런 허물을 집어 던지고 정부 정책에 맞설 수 있게 된 이 역사적 순간에 공무원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IMF 사태는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 나온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들은 판결문에 근거해 설명한 것입니다. 일부 판결문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의 '간접수용 법리의 합헌성 연구'(<저스티스> 2007. 2월호)를 참고했습니다.)



☞ 1회 보기 "프랑케슈타인과의 동거"-한미FTA로 공무원 업무지침 사라져

☞ 2회 보기 "공무원 여러분, 각별히 조심하십시오"-'최소기준대우'에 내던져진 한국

☞ 3회 보기 "재벌총수 여러분, '멋진 신세계'에 주목하세요"-국민기업의 경영권

☞ 4회 보기 "미국인은 선제적으로 배려하세요"-헌법 위에 놓인 내국민 대우

☞ 5회 보기 "한미FTA는 우리의 탐욕이 만들어 냈습니다"-간접수용(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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