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겐 기자 완장, 시민단체엔 미디어 접근 통제"
[현장] G20대응민중행동,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G20 반대 집회 열어
"경찰에겐 기자 완장, 시민단체엔 미디어 접근 통제"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 11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G20회의에 반대하는 국내외 노동·시민단체의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이들은 각국 정상들의 만찬이 열리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근처까지 행진한 후 해산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사람이 우선이다! 경제위기 책임전가 G20규탄 국제민중공동 행동의 날' 집회에는 1만여 명(경찰추산 3500명)이 운집했다. G20 행사 때문에 일터를 빼앗긴 노점상 문제부터 최근 잦아진 노사갈등, 4대강 사업과 자유무역협정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현안이 총망라된 자리였다.

"G20 개최국 중 한국 정부만 시민사회 미디어센터 접근 막아"

집회를 연 80여 개 사회·시민단체 모임인 'G20대응민중행동'은 본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G20 개최와 관련해 정부가 시민사회의 해외 언론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전에 정상회담을 연 나라에서 시민사회단체에 관례로 지급하던 미디어센터 출입증을 한국에서만 허용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미디어센터란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장소다. 이번에 마련된 미디어센터는 1330석 규모의 메인 프레스센터와 방송사 부스 132개가 들어선 국제방송센터, 정보기술체험관, 통역안내센터, 휴식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 4대강 범대위 활동가들이 각국 정상의 얼굴이 인쇄된 가면을 쓰고 4대강 사업을 비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이태호 G20대응민중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다섯 차례의 G20 회담에서 미디어센터의 접근권을 불허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토론토에서는 시민사회를 위한 독립된 미디어센터를 제공하기도 했다"며 "이는 우리의 발언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기자회견 역시 G20 회담장소가 아닌 거리에서밖에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 곧바로 4대강 범대위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범대위 활동가들은 각국 정상들의 얼굴이 인쇄된 가면을 쓰고 각국 언어로 4대강 사업을 비꼬는 피켓을 들고 섰다. 이들은 'G20 정상에게 알리는 4대강의 진실'이라는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는 세계 정상회의마다 찾아다니며 '4대강 인공화 개조사업'을 '기후변화 시대의 친환경적 대책'으로 위장 홍보하고 있다"며 "G20 정상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소통불통'과 '삽질'을 버리고 사람과 자연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권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G20 개최 전날인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G20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내외신 공동 브리핑에서도 4대강 사업을 홍보한 바 있다.

이후 G20대응민중행동은 한미 FTA와 노동 문제, G20회의에 대한 다양한 행사를 이어나갔다. 1부 행사로 진행된 '한미 FTA 강행, 노동탄압 이명박 정부 규탄대회'에서는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KEC와 3M, 발레오공조코리아 조합원들이 나와 실태를 증언했다.

▲ 11일 서울역에서 열린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가한 한 외국인이 '사람이 우선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집회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도 한미 FTA와 관련 발언에 나섰다. 이 대표는 "미국 상공회의소 의장이 어제 쇠고기 협상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며 "이건 FTA가 미국이 원하는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쇠고기 부문에서 광우병 위협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도 "자동차 연비와 안전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건 미국에 국민의 안전을 바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G20회의를 규탄하고 한미 FTA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1부 행사가 끝날 무렵 취재진들에게 지급되는 완장을 찬 전투경찰 2명이 주최 측에 발각되면서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태호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우리에겐 미디어 센터 접근도 막으면서 우리 행사에는 전경을 기자로 위장해 들여보냈다. 이게 G20 의장국의 현실"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체가 드러난 이들은 소속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광장을 빠져나갔다.

국내외 발언자, "투기자본 피해를 왜 약자가 져야 하나" 한 목소리

2부 행사에서는 G20회의 규탄하는 국내외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회사에 나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G20 국가들은 경제 위기 직후에 투기자본 규제와 노동권 보호를 외치다가 어느 순간부터 투기자본에 재정을 쏟아부으며 그 부담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고삐 풀린 투기자본을 제어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길은 복지 축소가 아니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내수경제와 영세상인을 살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국제건설목공연맹의 앰벳 유손(Ambet Yusin) 사무총장은 발언 전에 "뚜쟁(투쟁)!"이라고 한국어로 구호를 외쳐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유손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단순히 기존에 만들어진 국제 룰(rule)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며 "한국 노동권과 인권을 탄압하는 것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고 이에 맞서는 투쟁에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행진 대열에 상여 반입을 놓고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한 때 몸싸움이 있었지만 결국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에 앞서 G20회의를 개최했던 캐나다에서는 토니 클라크(Tony Clark)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 소장이 발언에 나섰다. 클라크 소장은 "이곳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토론토에서 시위를 벌였던 수만의 시민들이 했던 요구와 같다"며 "G20은 경제위기를 민중에게 전가하지 말고 금융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G20 회의를 개최하게 될 프랑스에서는 아멜리에 까농(Amelie Cannone) 프랑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 대표가 발언했다. 까농 대표는 "프랑스의 시민사회진영에서도 G20은 제대로 된 체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투쟁 에너지와 열정을 프랑스에 있는 동지들에게 전하고 다음 G20 정상회의에서 힘차게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큰 충돌 없이 행진 마쳐

행사를 마친 후 대응민중행동은 오후 4시30분경부터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공동 선언문(서울선언)'을 낭독한 후 G20 정상들의 만찬장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본래 서울역에서 남영역까지 3개 차선을 허용한 경찰이 막상 행진이 시작되자 서울역 광장 입구를 봉쇄하면서 처음부터 긴장이 퍼졌다. 행진 시 신고한 물품 중 사용을 불허했던 꽃상여가 등장했다는 게 이유였다.

10여 분간 몸싸움과 실랑이를 벌이던 참가자들은 경찰이 잠시 길을 열어준 틈을 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순순히 행진을 허용한 경찰은 대신 꽃상여를 회수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했지만 사람들은 상여를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전달하는 방식으로 행진 대열 앞까지 이동시켰다. 이후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행진 대열이 남영역에 다다들 때까지 특별한 제지를 하지 않았다.

5시 께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비는 행진 앞자락이 남영역에 도착할 즈음에는 돌풍을 동반한 장대비가 됐지만 하지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끝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남영역에서 10여 분 간 마무리 집회를 연 후 해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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