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때문에 하루 손해가 1800억원? 계산기 두드려 보니?…"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현대기아차는 '부풀리기 달인'
"파업 때문에 하루 손해가 1800억원? 계산기 두드려 보니?…"
현대기아차는 '부풀리기 달인'?

지난 5월 중순부터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부품 결손이 지속하자,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이 천문학적 규모라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는 5월 말까지 파업이 지속할 경우 4만8000여 대의 생산 차질과 매출 827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하루 1800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는 성명을 냈다. 당장 공권력을 투입하라는 이데올로기 공세의 핵심 근거였다.

하지만 실제 현대기아차가 입은 생산 차질은 이들이 주장한 추정치의 2%에 불과했다. 오죽했으면 노동부 고위 간부가 "현대자동차가 생산중단 될 것처럼 얘기했는데, 현대차에 속은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화가 났다"고 밝혔을까. 현대차 말만 믿고 신속하게 공권력을 투입했는데 알고 보니 거짓이었다는 말이다.

오늘은 거창한 '경제' 얘기 이전에 '산수'와 '상식'을 따져보려 한다. 무려 50배 가까이 부풀려진 피해액은 도대체 어떻게 계산된 것일까? 전 세계 자동차산업 '톱 5'에 들어가는 현대기아차가 벌이는 숫자놀음은 의외로 간단하다. 계산기만 두드려보면 나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 농성에 들어간 유성기업 노동자들. ⓒ연정

계산기 한 번 두드려 봅시다

현대기아차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생산라인이 가동되지 않아 4만80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8270억 "매출 손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일단 단순 논리로만 보아도 허점이 보인다.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해야'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지, 단순히 생산을 못 했다고 해서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살피기로 하고, 일단은 이 수치들로 단순계산법을 동원해보자.

8270억 매출 ÷ 4만8000대 ≒ 1723만 원

다시 말해 평균 가격 1723만 원의 자동차 4만8000대를 만들지 못했으니 8270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보았다는 계산이다. 생산하지 못한 자동차의 차종은 승용차, 상용차, SUV 등으로 다양할 것이고 가격대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다양한 자동차들의 평균 판매가격이 1723만 원 정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비교적 단순한 차종을 생산하는 곳의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최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타임오프와 노동탄압에 항거하여 한 노동자가 자결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6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킨 바 있다.

당시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산공장은 이틀간 노조의 조업거부로 쏘나타와 그랜저 약 1200여 대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 생산차질액이 25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사측은 추산했다"고 한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아산공장은 YF쏘나타와 그랜저HG라는, 비교적 단일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다시 한번 계산기를 두드리면,

250억 생산차질액 ÷ 1200대 ≒ 2100만 원

즉, 생산하지 못한 쏘나타와 그랜저의 평균 판매가격이 2100만 원가량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랜저의 가격이 쏘나타보다 비싸지만, 아산공장에서는 그랜저에 비해 쏘나타가 훨씬 많이 생산된다. 그래서 평균 판매가격에 그랜저가 미치는 영향은 큰 편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현대기아차가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을 계산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파업기간 동안 생산되지 못한 차량 대수에다가 각 차량의 판매 가격을 곱한 매출액 총액을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산법, 일반인이 보기에도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노동자들이 차량을 모조리 때려 부수기라도 했나?

생산라인이 정지된 기간 동안 만들지 못한 차량은 영원히 생산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시 라인이 돌아가면 정상적으로 생산된다. 단지 예정보다 조금 늦게 생산되는 것일 뿐이다. 보통 현대기아차는 잔업과 특근 등 연장근무를 늘리는 방식으로 늦춰진 생산물량을 곧바로 만회하곤 한다. 그런데 파업기간 동안 잠시 늦춰진 생산물량을 모조리 피해액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이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 사원이 입은 피해액은 치료비와 함께 입원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피해액 산정법은 황당무계하다. 그 사원이 입원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출근했다면 팔았을 차량의 판매가격 총액을 피해액이라 주장하는 꼴이다.

따라서 한 조합원의 자결로 노동자들이 이틀 동안 항의파업을 벌인 것을 두고 250억의 손실이 났다는 것은 부풀려도 한참 부풀린 것이다. 노동자들이 1,200대의 차량을 모조리 때려 부수기라도 했다면 모를까, 이틀 뒤에 멀쩡히 생산되는 차량의 가격까지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 지금부터 현대기아차가 '천문학적 피해' 운운하는 것은 모조리 의심해봐야 한다. 노동부 고위 간부까지도 속아 넘어가지 않았던가. "현대차 아산, 총15억2000만 원 손배해상 청구" - 지난해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아산공장에서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현대기아차가 2차례에 걸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관련 언론기사들 제목이다. 이런 대목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숫자놀음이 개입되어 있다.

현대기아차 스스로 부풀리기 명수임을 고백하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것은 두 가지이다. 작년 11월 17일 기습파업으로 딱 16분간 라인이 정지된 것을 빌미로 3억2000만 원, 12월 9일 마찬가지로 기습파업으로 55분간 라인이 정지된 것을 빌미로 11억7000만 원을 청구한 것이다.

여기서도 현대기아차의 계산법은 동일하다. 16분간 라인이 정지됨으로 인해 YF쏘나타 16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으니, 1대당 2000만 원씩 총 3억200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55분간 라인이 정지되어 쏘나타와 그랜저 59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했으니 11억7000만 원의 손해가 났다는 식이다.

그런데 지난 1~2주 사이 현대기아차 사측은 갑자기 이 손해배상소송의 청구취지를 변경하여 손해배상 청구액을 축소했다. 얼마나 축소했는지 알면 깜짝 놀랄 수준이다. 먼저 3억 2000만 원의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1400여만 원으로, 11억7000만 원에 대해서는 5600만 원으로, 각각 애초 청구금액 대비 고작 4.57%, 4.85%만 실제 손해액으로 고쳐온 것이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현대기아차 측은 자신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보다 최소 20배 이상 부풀려서 피해를 입었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했던 것이다. 게다가 축소해서 온 금액조차 현대기아차 스스로 산정한 피해액이니 최대한 높은 액수로 계산해왔을 것이 분명하다. 법원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피해액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피해 부풀리기 수준은 가히 '달인'의 경지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피해액을 수십 배씩 부풀려 "노동자 파업에 수십~수백억 손해배상 청구"라고 보도자료 다 뿌려놓으면, 각종 언론사는 막강한 광고주 현대기아차가 써준 대로 기사를 내보낸다. 그러다가 몇 개월 지나 본 소송이 진행될 때쯤이 되면 슬그머니 피해액을 수십 분의 일로 줄여서 법원에 제출한다. 실제 소송에서 구체적으로 다투다 보면, 판사들이 현대기아차의 황당무계한 계산법을 절대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쯤이 되면 이미 노동자들은 "불법파업으로 수백억 손실을 끼쳐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장본인"이 되어 있다. 어떤 언론도 현대기아차의 황당한 계산법을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차별과 착취에 신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이 멈추면 마치 한국 경제가 결딴 날 것처럼 떠벌이지만, 사실 기계 고장이나 오작동, 불량이나 (산재)사고 등으로 라인이 몇십 분씩 멈추는 일은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손실되는 생산물량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물량과 견주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앞에서 사례로 든 16분, 55분 라인정지로 인한 생산물량은 금세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양치기 소년' 현대기아차의 엄살을 믿지 마세요

호들갑을 떠는 현대기아차나 언론의 태도를 바꿀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그들이 떠벌이는 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꿔보자. 피해 부풀리기 달인의 경지에 오른 현대기아차의 모습은 흡사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을 닮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믿어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은 그저 재미삼아 거짓말을 일삼았고, 그에 대한 피해는 마을 사람들의 '민방위 훈련'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부풀리기는 잔업특근으로 망가져 온 노동자들의 "밤에는 잠을 자자"는 소박한 요구를 짓밟는 피해로 이어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 명의 징계·해고와 10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가압류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수백억~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는다고 엄살을 떨어온 현대기아차의 경영실적은 어떠한가? 현대차는 올해 1/4분기에만 1조8000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고, 기아차는 9500억 원의 순익을 기록해 현대기아차 합계 2조7000억 원이 넘는 순익을 올렸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말에는 무려 10조 원이 넘는 순익을 기대해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엄살만 피우면 공권력까지 동원해주는 든든한 정권이 있으니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무엇이 두렵겠는가?

따라서 유성기업을 필두로 당분간 현대기아차가 주도하며 부품사의 민주노조 사업장들에 대한 공격은 멈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때마다 양치기 소년은 "현대차 라인 서면 나라 경제 절딴 난다" "하루에 수백억 수천억씩 손실이 난다"는 얘기를 고장 난 레코드처럼 틀어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속지 말자. 아니, 그네들의 말을 믿어준다 하더라도 아주 조금만 믿어주면 된다. 앞에서 본 것처럼 우리의 양치기 소년은 최소 20배~50배가량을 부풀리고 있으니, 그가 떠드는 엄살은 딱 1/20 내지 1/50 만큼만 믿어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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