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버림받고 노조에 버림받아 죽고 싶은 생각뿐"
'소금꽃' 김진숙 마지막 인터뷰 "정리해고 철회까지 절대 안 내려간다"
2011.06.28 17:59:00
"회사에 버림받고 노조에 버림받아 죽고 싶은 생각뿐"
지난 6개월 동안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파업을 진행해온 한진중공업 노조가 '조건 없는' 현장복귀를 선언했다. 조합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결정이었다.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한 노조원들은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권력에 끌려간 조합원들도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농성장 밖을 지키고 있다.

노조 지도부와 사측의 합의안은 △원하는 조합원들은 희망퇴직을 할 것 △정리해고 등 사안은 이후에 협의할 것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퇴거 문제는 노조가 책임질 것 등이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6개월 넘게 파업해도 아무 진척이 없었는데 그렇게 한다는 것은 결국 정리해고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노조 지도부의 '배신'에 대해 김진숙 지도위원은 "조합원들이 공권력에 끌려나가는 것보다 더 참담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28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부산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에 174일째 오른 김진숙 지도위원으로부터 심경을 들었다. 김 지도위원이 있는 타워크레인은 27일 저녁 이후 전기가 끊긴 상태다. 김 지도위원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귀한 시간을 내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했다.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이상 이 인터뷰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마지막 인터뷰가 될 수도 있다. 다음은 김 지도위원과의 일문일답. <편집자>


▲ 법원이 용역직원을 고용해 노조원에 대한 강제퇴거 집행을 진행하자 85호 크레인 45m 높이에서 17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뉴시스

"공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불법 저질렀다"

프레시안 : 상황이 어떤가?

김진숙 : 강제 행정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집행관들이 어제 들어와서 조합원들 강제로 끌어냈다. 경찰이 3000명이 왔었다고 한다. 원래 (법원이 내린) 가처분결정 내용상 노조 사무실은 출입이 허용되고 크레인도 생산시설을 방해하지 않는 한 출입이 허용됐었다. 그런데 공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가처분 결정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조합원들 끌어내렸다.

어제는 사측에서 크레인에 12명만 남으면 용역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믿고 조합원들이 10여 명만 남았는데 사측이 그 약속을 아직도 안 지키고 있다. 나는 크레인에서 완전히 고립됐다. 전기는 끊겨 있고, 어제부터 저녁 식사도 못 하고 있다. 크레인 중간에 올라와 계시는 조합원은 식사가 왔는데, 나는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단식을 오래 한 탓에 위가 상해서 밥을 못 먹는다. 그런데 죽을 공급하는 조합원이 못 들어오고 있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아무도 오도 가도 못 한다. 용역 때문에 다 고립돼 있다. 지금 크레인에 조합원 십여 명이 있는데 비가 많이 와서 큰일이다. 남아 있는 조합원들이 어제 밤새도록 비바람도 다 맞았다. 크레인 아래는 용역과 경찰들로 양쪽이 시커멓다. 용역들이 완전히 빙 둘러섰다.

"조합원 끌려나간 것보다 집행부 배신이 더 참담하다"

프레시안 : 어젯밤을 어떻게 보냈나. 지금 심경은?

김진숙 : 6월 10일 희망 버스가 올 때 용역을 투입해서 조합원들을 끌어내리는 장면을 본 이후로 지금까지 잠을 한 시간도 못 잤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위에서 그 광경을 다 봤으니 오죽하겠나.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서 조합원들이 지금까지 6개월 넘게 투쟁했다. 나는 174일째 크레인 올라왔는데, 행정 대집행으로 조합원들이 끌려나가는 것보다 집행부가 조합원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게 더 참담하다. 회사에 버림받고 노조에 버림받아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 힘든 싸움에도 그런 얘기 안 하려고 하는데. 어제 끌려나간 조합원들도 크레인이 보이는 맞은 편에서 지금 비 맞고 있다. 8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국회 청문회도 있고, 희망버스도 오는데, 대체 왜…"

프레시안 : 조합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지도부끼리 노사 합의안을 타결했으니 분노가 크겠다.

김진숙 : 말도 못하게 분노한다. 오로지 한 가지.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조합원 동의도 없이…. 조합원은 그 전날 3시 반부터 7시까지 간담회 하면서 노사 합의에 격렬히 반대했다. 청문회도 잡혀 있고 희망버스도 오는데 왜 (서둘러 합의하나).

공권력이 농성장을 둘러싸고 투입 직전까지 가니 집행부가 부담을 느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노조 지도부가 정리 해고자를 버린 걸로 판단한다. 조합원들이 반대하는데 지회장이 현장 복귀 선언을 했다. 지회장이 (조합원들과의 마라톤 간담회에서) 7시부터 다시 간담회를 시작한다고 말해놓고 그 자리에 안 나왔다. 조합원들이 (노조 지도부의 결정에 반대해) 농성도 하고, 기자회견도 막으려고 했는데 지회장이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뿌렸다.

나중에 트위터로 보니 지회장과 사장이 같이 화기애애하게 서 있더라. 하지만 합의안 체결권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있다. (한진중공업 지도부 혼자 체결한 합의안은) 아무 구속력도 없다. 지도부는 오로지 조합원들 싸움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말려든 거다.

합의문에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했는데 희망퇴직은 2년 전부터 이미 받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 하나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데, 정리해고 철회가 안 됐는데 어떻게 합의안에 찬성하겠나. 조합원들이 다 반대했는데 지도부는 일방적으로 숨어서 합의안을 몰래 체결했다. 아무 전화도 받지 않았다. 민주노조라면 이걸 누가 인정하겠나. 내일 오전 11시에 민주노총에서 합의안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상급단체도 인정하지 않는 합의안이다.

"나는 완전히 고립됐다"…"법도 재벌 아래, 국회도 재벌 아래"

프레시안 : 다시 조합원들이 농성장에서 끌려나갈 가능성이 큰가? 만약 또 다시 경찰 병력이 투입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진숙 : 지금도 그런 위험은 상존한다, 경찰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길 양쪽에 경찰 버스가 쫙 서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어서 제대로 소통도 안 된다. 나는 완전히 고립됐다. 174일을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서 있었는데 무슨 선택을 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 : 이재용 한진중공업 대표이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진숙 : 어제 (강제 행정집행) 과정들을 보면서 진짜 대한민국에서 재벌의 힘이 얼마나 무소불위인지 (새삼 느꼈다). 법도 재벌 아래, 국회도 재벌 아래다. 국회 청문회까지 잡힌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하게 불법으로 조합원 끌어내고, 노조 집행부가 거기에 동조하고, 조합원들을 분열시키고 서로 상처를 입힌 광경을 보면서 지난 30년 동안 느껴온 것을 어제 두어 시간 만에 뼈저리게 느꼈다. 국회 청문회도 다 무시하고 법의 이름으로, 공권력의 이름으로 노동자를 짓밟는 걸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 사장 쫓아내면 해결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정리 해고가 철회될 때까지 절대 안 내려갈 거다.

- 85호 타워크레인에서 핀 '소금꽃', 지금 한진중공업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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