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미군기지 백혈병', 작은 마을서 어린이 두명이…
캠프캐럴 기지 인근 어린이 두 명 백혈병 등 희귀병 발병
2011.08.17 15:45:00
이번엔 '미군기지 백혈병', 작은 마을서 어린이 두명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1000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인근 주민들 중에 희귀병인 백혈병과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린 12세 어린이 환자 2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주민 2명은 이미 10여 년 전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은 마을서 어린이 두 명 희귀병 발병은 드문 사례"

'캠프캐럴 고엽제 대책 회의 진상 민간 조사단'은 17일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기지 인근 주민들이 마셔온 지하수가 백혈병을 유발하는 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으로 오염됐다"며 "정부는 기지 인근에 사는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건강관련 역학 조사를 실시하고, 기지 내외도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이들은 "불과 수십 가구밖에 안 되는 캠프 캐럴 최근접 마을에서 백혈병과 재생불량성빈혈 등 조혈기계 악성질환이 여러 건 확인된 것은 캠프 캐럴의 위험요인들에 의한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은 마을에서 어린이 두 명이 비슷한 악성 질환에 걸린 사례는 굉장히 드물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10년 간 10~14세 어린이가 백혈병에 걸릴 확률은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10만 명당 1.02명, 림프성 백혈병은 1.61명에 불과하다.

미군 기지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PCE·TCE는 기름 성분을 세척하는 유기용제에 주로 포함돼 있으며 신경·생식계 독성과 함께 백혈병·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만들었던 노동자들도 TCE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다가 백혈병 등 희귀병에 걸린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실시된 한·미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 캠프 캐럴 기지 인근 주민들이 20여 년 전부터 마셔온 지하수에서 PCE가 먹는 물 기준의 26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 삼성물산이 실시한 캠프 캐럴 기지 내 환경오염 조사에서는 기준치의 1000배가 넘는 PCE가 검출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한·미 공동조사단, 제대로 조사했나?"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미군이 공개한 자체 보고서에도 PCE·TCE가 든 유기용제, 농약류, 제초제, 등 100개 이상의 다른 화학물질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면서도 "그러나 한·미 공동조사단은 오직 '고엽제 드럼통' 하나만 찾는데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고엽제 외의 발암물질이 인근 주민의 건강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미 공동조사단은 고엽제 이외의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소파(SOFA , 한·미 행정협정)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한·미 공동조사단이 지난 15일 발표한 '공동조사 중간 결과'에서 "캠프 캐럴 기지 안에서 채취한 '수질'과 인근 지역에서 채취한 '토양'만을 조사한 것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이동수 교수는 "기지 안의 토양이 먼저 오염되고, 토양을 따라 인근 마을 지하수로 발암물질이 이동했을 것"이라며 "기지 안에서는 수질이 아닌 토양을, 기지 밖 마을에서는 토양이 아닌 수질을 먼저 검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사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직 기지 인근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주민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지하수는 농업용수로 쓰인다"며 "오염된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쓰면 사람들이 먹는 농작물도 오염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 공동조사단은 캠프 캐럴 기지 내 발굴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 극히 제한적인 지역만을 조사하고 있다. '캠프캐럴 고엽제 대책 회의 진상 조사단'은 △칠곡 주민과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할 것 △기지 주변 주민의 건강에 대한 전수 역학 조사를 진행할 것 △비공개로 일관한 나머지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원인 밝혀달라 해도 당국은 은폐에 급급"

장영백 캠프 캐럴 고엽제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 대표는 "지난 5월 고엽제가 묻혔다는 주한미군 고엽자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며 "미군 당국이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자료가 존재한다고 의문을 제기하니 마지못해 발표한 내용 중에는 독성 화학물질을 기준치의 1000배 이상 쓴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주민에게 주의 한 번 주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 주민은 미군 당국의 발표 자체도 믿을 수 없는 심정으로 살아간다"며 "그동안 미군이 어떤 행태를 했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기지 내 많은 땅이 엄청나게 오염됐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인을 밝혀달라고 해도 (정부와 미군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며 "후손을 위해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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