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반도체 백혈병' 사망자…이번엔 매그나칩
"삼성반도체만의 문제 아냐…노동부는 근본 대책 내놓아야"
2011.09.07 17:22:00
또 '반도체 백혈병' 사망자…이번엔 매그나칩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또 다시 산재보상보험을 신청할 예정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청주노동인권센터, 청주 지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오는 8일 매그나칩 반도체 청주사업장에서 일했던 고(故) 김진기 씨의 백혈병 사망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에 산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고(故) 김진기 씨는 14년간 매그나칩 반도체의 임플란트 장비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방사선, 혈액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소와 맹독성 가스인 포스핀 등을 다뤘지만, 일하는 동안 방독 마스크조차 지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08년 갑상선 질환이 생겼고, 지난해 4월에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다가 6월 22일 '만성 골수 단핵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그는 지난 4월 갑작스럽게 병세가 악화돼 급히 골수를 이식했지만, 5월 28일 골수이식의 숙주반응으로 피부가 녹아내리면서 숨을 거뒀다.

반올림 측은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고인과 동일한 공정에서 근무했던 20명 중 동료 2명에게서도 혈액 이상이 발견되고 있다"며 "한 명은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오른 경험이 있고, 또 한 명은 혈소판 수치가 기준보다 적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사측이 2008년~2009년에 배기장치를 설치하는 등 설비를 보완했지만, 김 씨의 동료들은 여전히 발암물질인 방사선 노출에서 제대로 보호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불안해한다"며 "특히 김 씨는 과거 16년 전부터 일했으니 과거 노출은 더 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올림 등 시민사회 단체는 기자회견에 앞서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속히 인정할 것과 고용노동부에 반도체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보건대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특히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사용 화학물질 목록조차 정보 비공개처분을 하거나 최근 삼성반도체가 내놓은 '퇴직자 암 지원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단시야적인 미봉책을 발표하는 것 말고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최근 반도체 사용물질 공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노무사는 "지금도 노동부 산하기관에서는 영업 기밀을 이유로 자료들을 여전히 비공개한다"고 반박하며 "정보 공개에 대해서 노동부에 공식적으로 질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노무사는 "설사 앞으로 정부가 반도체산업에서 쓰이는 유해물질을 제대로 모니터링한다고 할지라도 과거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산재를 불인정하는 근거를 마련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삼성반도체만이 아니라, 전체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위한 근본적인 안전보건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회원들. 사건이 알려지자 삼성반도체 이외에도 하이닉스, 삼성 LCD 공장 등에서 "화학물질을 만지다가 희귀병에 걸렸다"는 제보자가 계속해서 나왔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정부가 삼성뿐만 아니라 전체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위한 안전보건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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