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관리 실명제?…MB 정부, 70년대로 퇴행"
이준구 교수 "개발독재 시대에나 걸맞을 정책…MB, 시장 무시 지나쳐"
2012.01.04 12:18:00
"물가관리 실명제?…MB 정부, 70년대로 퇴행"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주요 생필품마다 담당 공무원을 정해 목표한 물가인상률을 관리하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 도입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1970년대에나 통할 현실성 없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보수 언론에서조차 쏟아진다.

<중앙일보>는 4일자 사설에서 "개발연대식 물가 관리가 통하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라며, "정공법(正攻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인 금리와 환율을 건드리지 않은 채 개별 공무원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현 정부가 고집한 고환율 정책에 대해 "아무리 국제원자재 값이 올랐다 해도,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이 수입물가를 부채질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뒷북치기는 가계부채만 팽창시키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 등 대기업에 유리한 고환율 정책에 대해 <중앙일보>마저 비판하고 나선 게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 역시 이날 "'배추값 담당 국장'과 '샴푸값 담당 과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품목별 담당자를 정해놓고 물가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건설공사 현장을 구간별로 나눠 책임지도록 하던 1970년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중동정세 불안과 국제 원자재·곡물값 급등, 기상이변 같은 물가 변수를 공무원들이 어떻게 조절할 수 있겠는가. 장관이 정유회사들에 직접 으름장을 놔도 안 되던 일을 국·과장이 나서 될지도 알 수 없다"라며 "군사독재 시절에도 물가를 강제로 누르면 내리는 척하다가 곧 원래 가격으로 튀어오르며 부작용만 낳았다"라고 꼬집었다.

한동안 글이 뜸했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모처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썼다. 이 교수는 3일 밤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가리켜 "신자유주의를 내걸고 집권한 정부에 걸맞지 않는 우격다짐식의 정책이 아닌가요?"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란 것은, 나는 물가 상승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라며 "물가 상승의 압력은 기본적으로 모든 상품에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지 개별 상품별로 작용하는 게 아닙니다. 개별 상품과 관련된 가격상승 요인은 그 비중이 지극히 작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정인이 특정 상품의 가격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그 상품의 생산,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 하나의 상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물가가 불안해진다고 인식한다는 말이지요"라며 "그와 같은 인식은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모르는 데서 나온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MB가 생각하는 대로 상품 하나하나에 대해 간섭을 해나가면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나는 결코 그렇게 되지 못할 거라고 믿습니다. 더군다나 그런 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은 어떻게 하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내가 늘 개탄하는 바지만, 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1970년대로 퇴행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라는 것도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개발독재시대에나 걸맞을 정책"이라고 꼬집은 뒤, "나는 시장이 만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정부처럼 시장의 기능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도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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