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의 직분에 충실하라
[김상수 칼럼]<119> 사실법이 꼭 지상의 척도일 수 없다
2011.08.31 12:27:00
곽노현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의 직분에 충실하라
현실 획책(劃策)을 작동하는 기득권세력

검찰과 곽노현 교육감의 대립은 문제의 2억 원이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과 "없었다"는 것에 있다. 박명기 교수에게 "선의로 주었다"는 주장과 "사퇴의 대가로 주었다"는 검찰의 단정은 정당하고 합법한가에 달려 있다. 오늘 현실에서는 대단히 난감한 문제다.

사람들의 판단도 이리저리 쉽지 않다. 워낙 '가짜보수' 기득권신문들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외통수로 몰아가고 '도덕프레임'에 걸린 일부지식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 정론을 표방하는 신문들도 나서서 교육감직 사퇴를 직접 거론하니 거의 일방의 현실인 듯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꼭 민선 교육감 직을 사퇴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일까? 이보다 훨씬 더 나라에 엄중한 사건과 사태들을 당장 외곽으로 밀어내고자 하는 세력의 기획과 책동은 전혀 보이지 않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뉴시스
이 문제의 사안의 본질은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 그리고 보수를 참칭(僭稱)하는 세력은 있지만,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보수도 아닌, 바로 기득권세력들이 법에 기대어 여론을 헷갈리게 하고, 이 헷갈림을 자꾸 부추기는 기득권신문들과 사실상 부패권력에 이미 포획된 텔레비전 뉴스가 "진보의 도덕성" 운운으로 가짜구도를 남용하여 일반여론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사태가 지금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나는 본다.

특히 조,중,동은 거의 매일 다급하게 곽노현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생중계하는 건 다반사고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식으로 부풀리거나 내용을 각색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또 한 사람 당사자인 박명기 교수의 처신이다. 박명기 교수가 대형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일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국내 굴지 로펌으로 이명박 집단 정권의 법률 전담이라 여겨질 정도로 현 정권 출범 전부터 최근까지 이명박과 여권이 관련된 소송 거의를 전담해왔다.

특히 2007년 대선 때 불거진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 당시 이명박 측의 변호를 담당한 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와 관련 박연차의 변론을 맡은 곳도 '바른'이며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중수부장이 억대의 돈을 받기로 하고 퇴임 후 선택한 곳도 '바른'이다. 박 교수는 이명박 집단 정권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어 선거에 나왔다고 했고, 또 재정적으로 궁핍한 것으로 알려진 박 교수가 기본 착수금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바른'을 왜? 어떻게? 선택하거나 선택당할 수 있었는지는 큰 의혹이다. 이는 사실상 MB가 대표하는 기득권의 입장에 박명기가 갑자기 놓인 것과 같다. 기득권자들에겐 눈엣가시인 곽노현을 내치기 위한 연합전선이 구축됐다는 얘기가 이래서 돈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건, 검찰에 대한 불신이 이번에도 그대로란 사실이다. 피의사실공표와 수사과정에서의 잦은 말 바꾸기 등, 이런 검찰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깊다. 이는 현실권력에 꽉 잡혀 있으면서도 검찰 자체가 또 다른 현실권력임을 뜻한다. 이것이 근본문제다.

그러면, 이번 사안의 사리(事理)와 정황은?

사안의 사리와 정황은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의 미비에 있다. 공직선거법 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 등으로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를 승낙한 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규정의 적용은 금품이나 공직의 제공이 후보자의 사퇴와 인과관계가 필수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아직 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하지 않으면 최소 10억 원은 돌려받게 될 입장이었던 박 교수가 2억 원을 받고 사퇴를 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7억 원 설도 그렇다. 10억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왜? 7억 원만 받고 사퇴했겠는가?

따라서 검찰이 곽 교육감을 단죄에 올리겠다면 최소한 당시 박 교수가 국가로부터 반환받았을 수도 있었던 선거비용에 상당하는 돈이나 그 이상의 대가를 곽 교육감이 박 교수한테 제공했다는 실재적인 확증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 확증사실을 통한 인과관계도 없는데 돈을 주면 무조건 죄가 된다는 막연한 주장은 형법이 금기시하고 있는 법의 확대해석으로 이는 법적용의 사리와 정황에 맞지 않는다.

"공권력은 명확한 검을 휘둘러야"

곽노현 교육감의 기자회견 전문을 나는 네 번 반복해서 읽었다. 회견 내용을 다시 보자면, "후보단일화를 위한 뒷거래는 너무나 명백한 반칙이라 제가 살아온 방식"과는 다르다 했다. 또 자신은 "선거에서 관련된 위법과 반칙은 전혀 없었다"고 했고, "법은 분별력에 기초"를 두어야 하고, "사안의 차이를 몽롱하게 흐려버린다면 법은 왜곡되거나 혼탁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검찰에 주문하기를 "공권력은 명확한 검을 휘둘러야"하고 "사람을 죽이는 검이 아니라 살리는 검을 사용해야" 된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현실은 여론몰이로 거의 사람을 죽이는 마녀사냥식이다. 한 사람 곽노현을 죽일 지경으로 집요하게 내몰고 있다. 그러니 곽 교육감이 말한 "공권력은 명확한 검을 휘둘러야"는 말은 더한층 절실한 우리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정치적 신의(信義)와 법적용의 문제에서

정치적 신의가 있는 후보자는 자신을 위해 사퇴한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치르면서 쓴 경비에 대하여 나 몰라라 하기가 어렵다.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선거에서는 공정성을 위해 대가성 뒷거래를 불허해야 하지만 선거 이후는 또 다른 생활의 시작"이니, "선거에서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해서", "곤란한 형편을 영원히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학자이기도 한 곽 교육감은 "법의 특징과 수단은 합법성에 있고 목적은 인간다운 행복한 삶"에 있지, "합법성만 강조하고 인정을 상실하면 몰인정한 사회가 되고 그건 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 했다.

이런 곽 교육감의 태도가 '공직선거법 232조'인 금품으로 유혹해 상대 후보자를 사퇴시킨 것으로 법을 확대하여 적용해서 보는 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을 최소한으로 해석해야 하는 형법 법률적용의 일반적인 태도와는 크게 어긋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사실법이 꼭 지상의 척도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믿음에 대해서

▲ 진보진영 교육ㆍ시민단체들은 30일 "시민사회가 참여한 지난 교육감 후보 추대 및 단일화 과정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이뤄졌다"며 "검찰은 마구잡이식 의혹 부풀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

이번 사안이 터지기 이전까지 우리사회를 걱정해 온 지식인들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곽 교육감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곽 교육감이 법학 교수 시절 보여준 깨끗하고 도덕적인 이미지와 삼성그룹 편법승계의 부당성을 알린 '스톱 삼성' 운동을 통해 반부패 전사로 일했던 곽 교육감의 과거 행적이나 교육감이 되고 난 이후의 교육개혁에 매진하는 교육감으로의 그에 대한 역할에 대한 믿음은 비록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 하여도 가볍게 철회될 문제는 아니다.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이라는 자리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라도 곽 교육감에 대한 믿음은 애초에 교육감으로 뽑았던 그 원칙으로부터 더 존중되어야 한다.

궁박해서 어쩌면 자살하겠다는 상대 후보였던 박 교수를 도와줬다고 일방적으로 죄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곽 교육감의 말처럼 사람살이의 인정이 참교육일 수도 있다. 2억 원을 건넨 건 신의 있는 자가 베푸는 선의의 선거비용 보전행위라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애초에 지녔던 곽 교육감에 대한 믿음을 더 일관되게 하고, 더 강화시켜야 하지 않겠는가고 주장한다.

원칙의 문제에 대해서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문을 조금 더 인용하자면, "제가 배우고 가르친 법은 인정이 있는 법이자 도리에 맞는 법입니다. 이번 일은 저의 전 인격적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저에게는 최선의 조치였습니다. 이것이 범죄인지 아닌지, 부당한지 아닌지, 부끄러운 일인지 아닌지는 사법당국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특히 뒷부분 "범죄인지 아닌지"를 "사법당국"에 "맡기겠다"고 한 말은 바로 원칙에 대한 말이고, 사안의 당사자로서 곽 교육감은 이미 할 말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이 시점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절대로 직을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것은 합리화되기 어려운 행위"라는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2억 원을 건넨 건 단일화의 대가로 비칠 소지가 크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아니다. 돈을 줬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지탄의 대상이 되는 건 옳지 않다.

그런데도 일방의 사퇴만을 요구할 수 있을까? 여기서 간과되는 게 있다. 개인적 책임은 도덕적이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책임을 혼돈하거나 한꺼번에 덤터기로 덧씌워서는 안 된다. 이는 인권의 핵심인 죄형법정주의 원칙도 배반하는 일이 된다. 알아서 먼저 굴복할 이유란 전혀 없다.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도 전에 항복하고 그에 따라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들을 나서서 배신하면 안 된다.

그래서 원칙은 너무나 간명하다. 지금은 특정 주제인 곽 교육감 사퇴문제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이런 정황일수록 사태를 냉정하게 보면서 과연 우리사회 적은 누구인지?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혹시 이중개념 틀에 묶여 완고하고 미비한 법을 적용할 것을 주문한다거나 섣부른 도덕적 잣대만으로 곽노현 사안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는지, 차분하게 따져 물어야 할 때다.

현재는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정의의 원칙이 필요하다. 자, 그럼?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복잡한 문제가 전혀 아니다. 곽 교육감은 그 직을 사수할 뿐 더러 역할을 강화시키도록 우리사회 변혁에 뜻을 지닌 자들이 도와야 한다. 그리고 곽노현 교육감은 지금 교육감으로의 자기 직분에 충실히 하는 게 지금 그의 원칙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작고했지만, 독일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인용하면서 글을 끝낸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의심하는 자>

"나는 묻는다. 수많은 그대들의 나날을 앗아간-
일은 충분히 잘 되었는가. 그대들의 말은,
어눌한 대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인가.
말은 그럴싸하지만, 그대들이 한 말은 조금은 진실을 벗어난 것이 아닌가,
너무 다의적인 것이 아닌가? 모든 가능한 오류에 대한 책임은 그대들의 것이다.
하나의 의미는 사물의 모순으로부터 너무 떨어지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너무 단순한 하나의 의미만을 가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대들의 말은 별 쓸모가 없을 것이다.
그대들의 일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들은 참으로 일의 흐름 속에 있는가?
바뀌어가는 일 일체와 일치하는가? 그대들은 바뀌어 가는가?
그대들은 누구인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가?
그대들이 말하는 것을 누가 쓸 것인가?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것은 정신을 총총하게 하는가? 아침에도 읽을 만한 것인가?
그것은 목전의 사실에 맞닿아 있는가? 그대 앞에 놓인 주장은
쓰일 수 있는 것인가? 적어도 반론이 될 수는 있는가?
모든 것은 검증되는가? 경험적으로? 어떤 경험으로?
무엇보다도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그대들의 말을 믿는다고 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바로 가기 : www.kimsangs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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