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언론 사태' 대선까지 가길 바라나?
[김주언의 '언터처블'] '수첩공주' '원칙공주', 박근혜를 위한 랩소디
2012.06.29 10:36:00
박근혜, '언론 사태' 대선까지 가길 바라나?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의원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못지않은 '불통' 이미지가 깊다. 이번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룰 결정과정에서도 박 의원의 고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수언론은 이를 '박근혜의 원칙'이라고 부르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먹통'으로 들린다. 서울대 정치학과 학생들도 박 의원의 문제점을 '불통'이라고 꼽는다. 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명박산성'으로 대변된다면, 박 의원의 먹통 이미지는 '수첩공주'라고나 할까. 수첩에 적혀 있지 않으면 입도 뻥긋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지난해 10월 개설된 박근혜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 계정 이름은 '수첩공주'다. ⓒfacebook

박 의원의 먹통 이미지는 대 언론관계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박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려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성사된 방송 대담이나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감정 섞인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당혹케 한다.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조율되고 준비된 인터뷰에선 누구보다도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고 원칙을 중시하며 인자한 어머니처럼 조신하게 처신했던 그에게 급작스럽게 닥친 질문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것이다.

박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손 앵커가 곤란한 질문을 잇달아 제기하자 "저랑 지금 싸우자는 겁니까"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이로 인해 '발끈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한 바자회에서 "복지를 돈으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말 모르세요?"라고 대답해 다시 한 번 구설에 올랐다. 같은 해 오세훈 전 시장 사퇴 이후 안철수 열풍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는 "병 걸리셨어요?"라고 되물어 기자에게 치욕을 안겨 주었다는 반응을 얻었다. 평소 준비되지 않은 답변에는 대꾸조차 않으려는 박 의원이 가끔 보여주는 해프닝이라고나 할까. 이런 행동에서 '먹통'의 이미지가 솟아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박 의원은 이중적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이 논란을 빚자 당시 기자들에게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휴, 아무리 당했다고 대통령이 사적인 감정을 그렇게 표출해서야 되겠어요? 언론에 감정을 갖고 대해선 안 됩니다. 내가 당했다고 사적 감정을 내놓아서 되겠습니까. 위험한 거죠". 고 노대통령은 보수언론의 악의적 비난보도에 대응한 것이었지만, 박 의원은 당시 정상적 인터뷰에 발끈한 것이다. 질문한 기자들에게 말문이 막힐 정도로 무안을 준 것도 근본적 대언론관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MBC 파업사태를 두고 터져 나왔다. 박 의원은 서울 노원구의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이 MBC 파업 장기화 문제를 거듭 묻자 이렇게 말했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노사가 서로 대화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장기화되면 가장 불편해지고 손해 보는 게 국민 아니겠는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원칙공주'다운 지당하신 말씀이다.

박근혜의 말은 틀렸다. 다섯 달 가까이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인들의 투쟁을 단순한 노사갈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너무 한가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MBC 노조 파업투쟁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재철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편파·왜곡 보도를 강요했다. 김 사장은 이에 저항하는 언론인들에게 징계와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 일터가 망가졌고 언론인들의 자존심마저 짓뭉개졌다. 게다가 김 사장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황이다. 삼척동자가 보아도 정권의 언론탄압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노사합의'만을 부르짖고 있다.

박근혜 의원은 이전에도 방송파업과 관련해 수차례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미뤄왔다. 심지어는 연합뉴스가 파업 중인 사실도 몰라 구중궁궐의 '얼음공주'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 의원의 수첩에는 언론사 동조파업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의견표명치곤 내용이 없다. 파업의 핵심인 공정방송과 김 사장의 비리규명, 100명을 훌쩍 넘는 징계자와 해고자 처리 등 핵심은 비켜갔다. 한 달 가까이 늦춰지고 있는 19대 국회 개원협상의 최대 쟁점인 언론청문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이 없다.

▲ MBC가 지난 27일 주요 일간지에 낸 광고 ⓒMBC
김재철 사장은 최근 신문에 광고를 내어 노조의 투쟁을 '불법파업', '정치파업'이라며 야당 의원들을 매도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은 대선 때 편파방송 할 세력을 규합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MBC 파업 현장을 방문한 데 대해 "근로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분규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사장이 낸 비난광고는 이 원내대표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이 원내대표는 "언론사도 개인회사와 똑같아서 노사분규는 노사자율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잘 알려졌다시피 박 의원이 실질적 주인인 새누리당의 이른바 '종박세력' 대표주자이다. 그가 이런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박 의원의 말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의원의 언론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2007년도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일단의 언론관을 밝힌 적이 있다. 그것도 원론 수준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언론개혁의 본질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고 밝혔다.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언론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권력이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자유는 가장 근원적인 자유로 핵심은 보도의 자유이며 보도의 자유 핵심은 취재의 자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불과 5년 전의 말을 잊어버렸나 보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부르짖던 그가 MBC 파업사태를 노사분규쯤으로 인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신문의 방송 겸영과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지지에 대해서도 찬성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시대인데 매체 간의 겸업을 막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특정후보 공개지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양비론이 문제다. 만약 싸우지 말라는 식이라면 원칙이 무너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미디어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로 처리됐고 이른바 '조중동 종편'이 탄생했다. '조중동 종편'은 지난해 12월 개국과 동시에 일제히 박 의원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박 의원은 미디어법 날치기처리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2008년 연말에는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2009년 2월에는 "한나라당이 많은 것을 양보했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이어 7월에는 여야 합의처리를 강조하며 강행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한마디로 반대하는 척하다가 날치기 처리에 동참한 것이다. '원칙공주'의 언행불일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리투표 논란과 통과 무효라는 국민여론이 빗발치는 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

박 의원의 뜻대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되고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보수신문들은 방송채널을 확보하는 특혜를 받았다. 이에 대한 보답의 차원이었을까. 종편들은 개국특집 특별인터뷰를 통해 '박비어천가'를 소리 높여 불렀다. 특히 TV조선은 박 의원에게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고 추켜세웠다. 특정 정파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칭송이 이 보다 더 할 수 있을까.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지지에 찬성하는 그의 소신이 관철된 셈이다. 이 때문에 그는 MBC가 지난 총선 때 보여준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편파보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특정후보 지지가 대선 때까지 지속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 지난해 12월 1일 개국한 <조선일보> 종편 TV조선은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형광등 100개 아우라'라는 자막으로 누리꾼의 빈축을 샀다. ⓒTV조선

박 의원 이러한 소신은 부산일보 사태와도 맞물려 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제로 빼앗은 '장물'인 정수장학회와 무관함을 강조한다. "정수장학회는 이미 사회에 환원된 공익재단"일뿐더러 자신은 이미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 그가 실질적 소유주임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이런 태도에는 정수장학회 소유의 부산일보가 대선 때 자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나 할까. 신문발행 중단과 노조위원장 해임, 편집국장 징계 등으로 파행을 겪어온 부산일보 사태에 오불관언의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박근혜 의원의 언론관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의 언론에 대한 편린들만 엿보았을 뿐이다. 원론적으로 언론자유를 뿐이지 실제로는 자신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났다. 게다가 기자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보이듯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회피하거나 질문한 기자에게 면박을 주는 등 '먹통'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이은 일방독주형 대통령이 또다시 탄생한다면 대한민국에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 더 이상 '용비어천가'에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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