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도 '노동 유연화' 진통
빌팽 총리, 학생시위 강경진압하며 새 노동법 강행 다짐
2006.03.13 11:25:00
프랑스에서도 '노동 유연화' 진통
'68혁명' 이후 40여 년만에 파리 제4대학(소르본대학)에 경찰력을 투입하게까지 했던 프랑스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 정책과 관련한 갈등이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의 강경 입장으로 더욱 고조되고 있다.

빌팽 총리는 대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지지율 하락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해소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신규채용 장려책" vs "고용불안정 가중" 맞서**

빌팽 총리는 12일 최대 민영방송인 〈TF1〉의 저녁 8시 뉴스에 직접 출연해 높은 청년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인들이 노동시장 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새로운 노동관계법이 시행될 것이라고 확인하고 다만 노동계 대표들과 협의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지난주 의회에서 통과된 새 노동관계법의 핵심에는 최초고용계약(CPE) 제도가 있다. 이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고용할 경우 고용 뒤 최초 2년간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도모한 것으로,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시켜 고용주의 신규 채용을 장려하고 청년 실업자의 취업 기회를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마련된 조치다.

빌팽 총리는 CPE를 통해 지난해 11월 파리 외곽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를 불러왔던 이민자들의 불만인 50% 이상의 실업률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노동계와 학생들은 새 조치가 일자리 창출을 빌미로 모든 봉급생활자들의 고용 불안정을 가중시키며 근로자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만 명을 동원한 반(反) CPE 시위를 몇주째 벌이고 있다.

***빌팽 총리, 독일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며 강경 대응**

특히 11일 새벽에는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파리 제4대학(소르본대)에 경찰력이 투입돼 400여 명의 시위대가 강제 해산됐다. 68년 혁명의 중심 무대였던 소르본대 점거 농성과 경찰력 투입은 1968년 이후 극히 드문 사례다.

프랑스 〈AFP〉 통신은 이런 시위가 1968년 이후 처음이라며 프랑스 68혁명의 상징이 반 노동법 시위의 상징으로 재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사회당 소속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경찰의 무력진압에 강한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빌팽 총리는 그러나 12일 TV 출연에서 "프랑스는 이웃 나라들에서 이미 도입된 개혁을 따라 잡고, 23%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팔짱을 끼고 방관할 수는 없다"고 말해 강경 방침을 재확인했다.

빌팽 총리는 또 최초 고용 2년만에 해고된 사람들에게 추가 실업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등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학생, 좌파 진영은 CPE를 철회하지 않으면 저항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 내에서도 빌팽 총리 반대 목소리 높아져**

이같은 혼란 속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내년 선거에서 그의 뒤를 이어 출마할 예정인 빌팽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몇주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AFP〉는 전하고 있다.

프랑스의 주간지 〈르주날뒤디망쉬〉는 12일 여당의 한 고위급 인사가 빌팽 총리의 독선을 비난하고 나섰다고 보도해 당내에서도 빌팽 총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 인사는 "빌팽은 어떤 협의도 없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파리지앵〉은 '위기에 빠진 빌팽의 앞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파 진영에서도 빌팽에 대한 혐오감이 확산될 것"이라는 당내 다른 인사의 말을 전했다.

CPE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으로 빌팽 총리의 업무 수행 능력은 또한번 도마에 올랐다. 빌팽 총리는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문제, 퇴역 항공모함 조르주 클레망소호의 처리 문제, 인터넷을 통한 파일 공유 규제 시도에 대한 의회내 논쟁에서 모두 '쓴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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