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사람들과 자연의 끈질긴 도전 ①
고공 40m, 목숨을 위협받는 평화 유배자들과의 옥중 인터뷰
강정마을 사람들과 자연의 끈질긴 도전 ①
앞으로는 강정 바다가 돌고래를 부르고 뒤로는 한라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곳. 안으로는 강정천과 구럼비가 아이들을 품어주는 작지만 아름다운 곳, 제주도 강정마을이다. 그런데 지금 강정마을은 국가의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존총회 장소 바로 옆 생명평화 강정마을, 이곳을 파괴하는 아이러니

며칠 전 폐막한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는 '제주형 의제' 와 제주해군기지 중단 결의안 채택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 해군, 제주도의 '친환경적 해군기지 건설', 'WCC 제주해군기지 반대는 주권침해' 라는 주장과 로비에도 불구하고 세계자연보전연맹 공식회원단체 43곳의 후원을 받아 '강정결의안' (Motion 181)이 받아들여졌다. WCC 마지막날인 15일 제11차 회원 총회에서 '강정마을 사람, 자연, 문화 그리고 유산에 대한 보호'가 본회 의제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전 세계 비정부 회원기관의 지지(찬성269,반대120,기권128표)에도 불구하고 정부 회원기관의 반대(찬성20, 반대68, 기권60표)로 최종 결의안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 범섬과 한라산 그리고 강정천과 구럼비가 있는 세계적 환경마을 강정 ⓒ 조성봉

WCC 총회에서는 제주형 의제로 ▲곶자왈 보존 ▲제주해녀 지속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 ▲세계환경수도 조성 및 평가인정시스템 구축 등의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정부와 해군 그리고 제주도는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지 못하도록 총회장 내·외부에서 각종 로비와 압력을 행사했다.

정부는 해군기지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행사 시작 전 해외 비정부기구(NGO) 회원단체 22명을 입국 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강정마을에서 오는 주민들의 진입 도로를 사전 통제하고 총회장 내·외부에서의 강정 살리기 홍보활동을 방해하면서 WCC가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면 한국 사회의 혼란이 가중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운영위원회는 강정결의안(motion181)에 대해 총회 상정 철회를 위한 표결을 기습적으로 신청해 정부기구 단체에게도 빈축을 샀다.

국방부와 제주도는 기존에 실시한 환경영향평가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구럼비를 폭파시켰고, 태풍으로 350억 원어치의 케이슨(Caiccon,방파제구조물) 7개가 파손됐는데도 공사는 친환경공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붉은발말똥게 등의 야생 생물 서식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또한 WCC총회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계가 있는 삼성으로부터 태블릿 PC 및 현대기아자동차 하이브리드차를 협찬 받는 등 거대 기업의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WCC는 국제적인 환경올림픽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한국 정부, 제주도, 대기업에 이용당하면서 참가 단체들의 신뢰를 잃었다.

한편 강정마을 주민, 평화활동가들과 국내외 환경시민단체들은 WCC 기간 내내 각종 공연과 행진, 생태안내, 토론, 간담회 등 다양한 평화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활동들이 세계 환경단체들에게 국가 폭력으로부터 생겨난 강정의 아픔을 알리는 기제가 됐다.

▲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 행진 후 외국 참가자들과 춤추는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 ⓒ 생명평화강정캠프

국가 폭력으로부터 생명, 평화, 민주주의가 무시되어온 강정마을

2012년 9월 현재까지 강정마을 해군기지사업과 관련해 강제 수용된 토지만 총 210필지(284,515㎡)에 달한다. 압수된 차량만 20여대에 손해배상 및 벌금 등으로 5억 원, 그리고 집시법 위반, 업무방해, 공유수면관리법 위반, 일반교통 방해 등으로 연행된 사람만 6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구속 수감된 사람은 강동균, 김종환, 김미량 등 마을 주민과 송강호, 김동원, 김복철, 박석진, 정연길 등 총 21명이나 된다.

해군기지사업은 2007년 사업 결정부터 민주적 절차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시작됐다. 현재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입지선정에 대한 부당성은 여전히 유효한 문제다. 또 해군 측에서 직접 제시한 환경영향평가 저감 대책인 오탁수방지막은 수직 길이가 5m가 되어야 하나 실제 설치된 것은 1m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해군은 문화재청 허가사항 위반, 케이슨 운반선인 플로팅독(SFD 20000호)의 선박안전검사 누락, 발파에 사용된 화약을 신고 되지 않은 경로로 이송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 지난 3월 일부 구럼비가 발파되었고 지금도 콘크리트 차량은 공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조성봉

해군과 시공사 측의 이러한 불법적인 행태는 행정기관이 아닌 지역주민이 직접 감시하여 밝혀낸 것이다. 시위와 집회에 참가한 평화활동가들을 구타하고 연행하는 경찰, 수많은 불법 폭력과 불법 공사의 증거를 갖고 변호하는데도 연행된 활동가들을 구속하는 검찰과 법원 등의 행태는 국가의 폭력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강정마을에서는 주민, 활동가, 종교인들이 시멘트 트럭과 중장비를 해군기지 공사장에 들이는 것을 지켜주기 위해 동원된 경찰들과 경비용역들에 의해 폭행, 폭언과 함께 고착(경찰들이 쳐 놓은 사람의 장벽에 가두는 행위)과 불법 연행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 측으로부터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고소되어 지금도 재판을 치르는 중이다.

▲ 해군기지공사장 앞 가톨릭 미사 중 경찰에 의해 성체가 훼손됐다. 쓰러져있는 문정현신부 ⓒ 박용성

특히 매일 오전 11시에 진행해온 가톨릭 미사 시간에 경찰들이 들어와 방해하며 문정현 신부의 성체를 떨어뜨리고 밟는 등 종교의 신성함과 성체의 의미를 훼손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이 일자 문 신부 고의로 했다고 위키트리를 비롯한 온란인에 홍보했고, 이후 주민들과 강정마을 활동가들에게 더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환경영향평가 재 진행 요구에 묵묵부답인 정부

강정마을 구럼비 앞 바다는 수심이 깊고 조류와 파도가 강해서 사석식경사제와 케이슨공법으로 방파제를 지을 경우 이번 볼라벤 태풍이 왔을 때처럼 쉽게 파손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환경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입지타당성과 환경영향평가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성환 신부, 정연길 목사, 박석진, 김영재, 이용 등 5명의 평화 지킴이들이 화순항 케이슨 제작장을 점거했던 이유도 해군기지사업지로는 최악의 조건인 파도와 조류가 강한 강정 바닷가를 선정한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350억의 예산이 낭비되었고 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바다생태계의 파괴를 걱정한 것이다.

특히 볼라벤과 덴빈이 수많은 40톤 테트라포트(Tetrapod, 삼발이)와 7개의 8,800톤 케이슨을 파손시키며 수백 억의 정부 예산은 낭비됐다. 이를 지켜본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하는 해군기지사업이 완공 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정부, 해군, 기업, 제주도 등은 군사와 해양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무시한 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한국과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대형 국책사업이라고만 강조한다.

태풍 볼라벤으로 파손된 케이슨 ⓒ 조성봉

국가의 폭력을 몸으로 느끼지만 마음은 강정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9월 6일 새벽 화순항 케이슨 제작장을 점거하고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며 40m 고공에서 농성을 벌인 다섯 명의 활동가는 경찰에 연행됐다. 이 중 세 사람은 단순 참가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석방됐지만 박석진 평화활동가와 정연길 목사는 체포적부심이 기각되어 교도소로 이감되었다. 현재 영장실질심사 중인데 도주 우려와 기존 강정 활동을 참작해서 검찰과 법원에서는 구속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불법적인 연행 과정과 구속 수사 이유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구속을 강행한 것이다.

평상시 마을 주민들이나 평화 활동가들, 경찰들이 다칠까봐 안타까워했던 그들의 현재 심경을 들어보고자 강정 활동가들이 옥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연길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교회 목회자로 2008년 촛불정국 시기에 1000여명의 시민 평화행동단과 함께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에 참여했다. 지난해 8월 강정에 내려와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사업을 반대활동을 벌였다. 올해 3월 구럼비 발파 때 다시 제주로 내려와 비폭력 평화 활동을 전개했다.

강정마을의 기지사업단과 공사장 정문에서 항상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안경을 쓰고 있는 박석진씨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군대에 있었던 1991년 명지대 강경대 학생이 경찰의 진압과정 중에 살해당한 후 양심선언을 하고 수배생활과 옥살이를 겪었고 전경문제를 통해 한국군의 비민주적, 비자주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이후 집회 현장에서 젊은 전경들을 대할 때 자신의 문제가 그때 해결되지 않아 후배인 이 친구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하곤 했다.

국가 폭력에 노출된 강정평화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경찰과 용역들에 의해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쳐지고 끌려가고 경찰서에 수감된다. 이런 일들의 최전선에 있는, 그리고 지금은 수감되어 있는 박석진 씨와 정연길 목사는 오랫동안 겪어온 국가 폭력에 노출됐었다. 하지만 그들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강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로부터 내면의 자유와 위로를 받고 그들은 강정의 생명평화의 이야기를 하고 미래의 희망을 꿈꾸며 행복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강정해군기지는 생명,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박용성 : 외부 사람들이 부르는 별칭이 특이하던데요. 소금사탕이라고.

정연길: 본명은 졍연길이고 목회를 하고 있는데 목사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별칭을 불러줄 때 더 기분 좋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를 세상에서 소중한 사람이 되라고 소금사탕이라고 부릅니다.

박용성: 강정 평화 활동 이전에 촛불 정국에 여러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장 정문에서 기도하는 정연길 목사 ⓒ 이우기
정연길: 2008년 촛불 정국 전에는
다른 정치활동과 사회 참여활동은 거의 안했어요. 작은 공동체를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고 내면의 성찰이나 목회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었어요. 이 정권이 국민을 알기를 너무 가벼이 여기면서 몰상식한 폭력으로만 국가를 운영하는 게 가슴이 아팠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박용성: 강정 평화 활동을 하기위해 내려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정연길: 강정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다가 2011년 9월 2일 구럼비로 가는 길에 펜스가 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강정에 처음 왔어요. 그리고 올해 3월 6일 구럼비 폭파가 있을 때 강정에 내려와서 지금까지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어요. 무지막지한 국가 폭력에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마을 주민들 곁에 있고 싶었고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어 왔습니다.

박용성: 화순 케이슨 위에서 고공 농성하다 구속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상황과 소회를 설명해줄 수 있나요.

정연길: '어렵습니다. 위험합니다. 사람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안전 보장이 힘듭니다.' 지상 40m 공 크레인 위에서 현장 대처를 하기 위해 급파된 한 인부의 무전 내용이 들렸습니다. 그러자 무전기 저 편에서는 '진압해! 즉각 실시해!'라는 말만 계속 반복해서 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국민의 목숨과 생명의 위험성보다 훨씬 더 우선이면서 소중하게 여겨지는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 심한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 화순항 케이슨제작장 고공 40m에서 농성하는 활동가를 보호장치 없이 끌어내리는 인부들과 아래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경찰들 ⓒ 장현우

'진압해'라는 이야기를 40m 고공 크레인에서 듣는 순간 소름이 오싹 끼쳐 왔습니다. 전혀 훈련받지 않은 공사장 인부들이 고공 크레인의 진압조로 투입되었습니다. '그 위험천만한 명령을 내린 상관은 누구이고 묵묵히 따르는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용산처럼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참으로 무모한 결정이었습니다. 매트리스도 안전망도 고가사다리도 없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어떤 사전 설득도 접촉도 없었습니다. 무조건 힘으로 찍어 누르고 팔다리를 꺾고 밧줄로 옭아매고 무릎으로 짓이겨져서 제압당했고 몸이 40m 상공에서 노출되면서 옮겨지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경찰은 3차 진압을 시도하는 대형 바구니에 탑승하여 뒤늦게 나타나서 검거만 하더군요.

삼성물산은 돈 좀 가졌다고 돈 몇 푼 더 벌기 위해서 시위대의 목숨뿐만 아니라 경찰, 직원, 용역들의 목숨도 거머쥐고 흔들었습니다. 누가 돈에게 권력과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도 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까요? 누가 내 옆의 소중한 생명들을 하찮게 여기며 '죽음의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요?

박용성: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이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연길: 강정해군기지는 생명,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생명과 자연 만물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에 대해 상호 존중과 예의를 갖추어야하지요. 강정에서는 생태계를 파괴하며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인 개발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둘째, 평화는 전쟁기지를 늘리는 것과 살상 무기를 더 확보하는 것으로 절대 지켜질 수 없습니다. 평화는 평화로써만 지켜질 수 있다고 봅니다. 셋째, 민주주의는 주민들의 동의와 국민적인 합의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소중한 가치입니다.동의와 합의 없이 오로지 경찰 폭력에 의존해서만 진행되니 자본도 똑같은 폭력을 따라가게 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제주해군기지는 절대 안 됩니다.

박용성: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정마을이 어떻게 변화되길 바라는지요.

정연길: 지난 5년간 벌여온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은 전 세계 '비폭력 평화운동'의 모범으로 손꼽히며 연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들의 우정과 연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이 전 지구촌 사람들이 아끼고 흠모하며 즐겨 찾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평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용성: 현재 구속되면서 유치장에서 주로 하는 활동이나 내용은 무엇인지요.

정연길: 여러분들이 마음 모아 보내주신 사식, 다과류, 과일 등으로 유치장 내에서 PX를 차려도 될 정도입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격려와 사랑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보고 있습니다. 백배 명상과 기도 그리고 체력 단련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건강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곳으로 평화의 휴식을 취하러 오세요.(웃음)

박용성: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지킴이 그리고 국민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연길: 두려움을 자극하고 공포를 극대화 시켜서 국민들을 통치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어떻게 종식시킬 수 있을까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폭력으로 구속으로 벌금으로 길들일 수 있는 만만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절대 아닙니다. 그 당당한 선언과 행동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강정마을을 위해 마음을 모아주세요

이미선: 박석진씨는 강정마을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데요

박석진: 강정에서 지킴이들 사이에서는 '해민'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다들 본인들이 편한 대로 부르지만.(웃음) 해민은 예전에 민주화 투쟁을 하다 수배 중일 때 친구가 지어준 가명입니다. '해방민중, 해방민족'을 표현한 말인데 당시는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과 PD(people democracy,민중민주)의 이념논쟁이 한창일 때였죠. 어쭙잖은 인식이었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별로 틀린 것 같진 않습니다.

이미선: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에서 활동하시는데 강정마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는데요.

▲ 박석진 활동가 ⓒ 송동효
박석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에서 2006년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몸을 담았어요. 지금 강정에 와 있는 건 단체의 결정보다는 제 의지가 더 강합니다. 올 3~4월 구럼비가 폭파되는 걸 보며 이에 저항하다 이곳의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낸 시간들이 절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때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관계들 때문인 것 같아요. 해군 측의 불법적인 파괴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감내했어요. 다치고 체포되고. 다행스럽게도 제가 그들과 함께 있었고 많이 울고 많이 아파했어요. 그러면서 '일'이었던 강정싸움이 제 삶의 일부가 되었어요.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제 신념이 되었고, 함께 행동하는 게 제 생활이 되었고, 그들과 제가 '우리'가 되었죠. 그게 제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이미선: 이번 케이슨 점거를 하고 연행되었을 때 느낀 점이 있다면?

박석진: 케이슨 운반선 점거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평화 지킴이들의 마음속에 한번쯤은 자리했을 투쟁의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경량800톤의 7층 건물 규모의 거대한 구조물은 제주해군기지 사업의 핵심인 방파제 공사의 골간을 이루며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을 갖던 대상이었어요. 이곳에 올라간다는 것은 그들의 행위를 상징적으로 부정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국 해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긴 시간을 버티진 못해서 안타까웠지만요.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곳에서 우리의 외침을 펼칠 수 있었어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의 무책임이었습니다.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진압 업무마저 공사장의 인부들과 용역직원들에게 맡겨버렸지요. 경찰들도 인정하는 사항인데 40m 고공이어서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그물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하지 않은 채 우리들을 그 고공에서 끌어낸 것입니다. 인부들에게 끌려나오며 잠시 제 몸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느꼈어요. 40m 상공에서 말이죠. 순간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 기억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 느낌을 함께 행동했던 정연길 목사님에게 말했더니 그도 같은 느낌이었다 하더군요. 그러면서 말했습니다. '몇 명 정도는 죽어도 할 수 없다'는 경찰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저나 정목사님 그리고 다른 3명의 평화지킴이들이 떨어져 죽었어도 경찰이나 건설업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 용산에서, 그리고 쌍용차 사태에서 보여준 정치권력의 일관된 태도이지요. 강정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선: 평화의 관점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박석진: 제주해군기지는 사업의 목적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며칠 전 장하나 의원이 폭로한대로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요구에 한국이 부응하는 것입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의 한가운데 제주가 서 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민군복합항' 자체를 스스로 부정한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이 사업이 강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져야 합니다. 해군기지가 우리 국민의 안전과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와 제주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강정마을 일대의 해군기지 공사장이 쑥대밭이 되었고 강정 앞바다에 떨어트린 케이슨 7개가 폐기물이 되어버렸습니다. 350억 정도의 엄청난 재정을 낭비한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지금도 케이슨 폐기물들은 강정 바닷가를 나뒹굴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들을 해체하기 힘들어 폭파하게 된다면 제주 바다의 생태 파괴가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평화와 환경적인 관점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되어야 합니다. 안보와 평화, 입지 타당성, 관광과 경제성, 환경과 생태 등 모든 측면에서 말입니다.

이미선: 박석진님이 바라보는 강정마을의 미래는 어떤가요?

박석진: 얼마 전 구럼비에 들어갔던 분의 말을 들으니 아직도 많은 부분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멈추면 구럼비를, 그리고 강정의 그 아름다운 바다를 지켜낼 수가 있습니다. 얼마간의 훼손은 오히려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을 것입니다. 공사를 멈추고 저 삼발이들을 걷어내고 그곳에 평화의 공원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교훈이 되는 평화의 공간으로 기억될 겁니다.

▲ 강정평화대행진 ⓒ 조성봉

이미선: 곧 구속적부심이 열릴 예정이라던데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박석진: 지금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며칠 후 구속적부심이 열릴 예정이어서 관련 준비를 차분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모든 것들을 모아서 구속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준비할게 많이 있기도 하지만 검사가 '도주우려'가 있어 꼭 구속을 시켜야 한다고 강변을 하더군요. 설사 제주 강정에서 쫓아내도 다시 돌아올 건데 도주 우려라니 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웃음)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건강하게 잘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선: 구럼비와 강정천 그리고 강정마을을 아끼는 국민들을 '강정앓이' 라고 하는데, 평화와 생명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석진: 30여명도 안 되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이 공사장에서 차량을 막아보겠다고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하는데 300~400여명의 경찰이 몰려오더군요. 하루에도 몇 번씩 공사장 정문에서 옆으로 끌려갔는데요. 최고기록은 하루 9번까지 소위 '고착'(경찰들이 쳐 놓은 사람의 장벽에 우리를 가두는 것)을 당해봤어요. 한번 끌려나올 때마다 그 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몸에는 시퍼런 멍과 생채기들이 생깁니다. 경찰들이 끌어낼 때 얌전히 끌어내진 않기 때문이죠. 남녀 경찰 상관없이 꺾고 비틀고 꼬집습니다. 그래서 좀 과한 경찰을 붙들고 늘어지면 오히려 우리를 폭행 범으로 몰고 연행, 고소, 고발을 합니다. 기가 막히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이 듭니다. 하루 종일 그렇게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이런 처절한 상황이 잘 알려지지 않더라고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마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힘겨운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강정마을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 강정을 지켜낼 겁니다. 이를 위해 좀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쉽지 않지만, 지금 함께하지 않으면 영영 함께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의 파괴 그리고 좌절과 자포자기'가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정부와 해군 그리고 기업이 노리는 겁니다. 그전에 함께 해야 합니다. 마음을 모아주세요. 그리하면 함께 할 방법들은 찾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가능한 방법으로요.

▲ 2012 생명평화대행진 ⓒ 생명평화대행진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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