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개 소수민족이 '군부 반대'로 결집한 까닭
[버마이야기] ② 민주화운동과 민족간 화해운동
130개 소수민족이 '군부 반대'로 결집한 까닭
버마(미얀마)는 130여개의 민족이 있는 다민족국가다. 버마족, 카렌족, 카야족, 몬족, 아라칸족, 친족, 샨족, 카친족 등이 있는데 이들 8개 민족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48년 해방 이후 카렌족은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투쟁을, 공산주의 계열은 사회주의 이행을 촉구하는 무장투쟁을 전개하게 된다.
  
  대부분의 소수민족들은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무장투쟁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들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은 독립 영웅인 아웅 산 장군 생전에 이루어졌던 협약을 준수하라는 것이었다. 그 협약은 1947년 아웅 산 장군과 소수민족 대표들 간에 체결한 협약으로 영국 식민주의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함께 투쟁할 것과 소수민족의 자치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고조된 불만
  
  각 소수민족에게는 고유한 언어와 문화가 있다. 군부는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교육이다. 버마에서는 소수민족의 자녀들이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버마어로 적힌 교과서로 공부해야 한다.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는 집에서나 배워야 한다. 또 '군대는 아버지' '군대는 어머니'와 같이 군인을 찬양하는 내용이 교과서에 담겨 있어 소수민족들과 버마족 모두에게 거부감을 사고 있다.
  
  소수민족의 일부 아이들이 공부를 등한시 하는 것은 자신의 언어가 아닌 버마어로 배우는 것과 교과서 내용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군부가 운영하는 교육제도 자체의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시민들의 교육수준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1962년부터 이뤄진 중앙집권체제로 소수민족들이 자치권을 잃고 정치운동을 못하게 된 것도 문제였다.
  
▲ 아라칸주의 강제노동 : Ponagung Division의 Kren Khum과 Pann Ni-lar 마을 주민들이 인도로 향하는 고속도로(가스 송유관 경로가 될 수 있음) 공사 현장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 ⓒANC

  또 다른 문제는 자원 채굴에 관한 것이다. 버마는 천연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자원의 대부분은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소수민족들에게 자원의 혜택은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들은 오히려 자원으로 인해 강제이주와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으며, 무차별한 채굴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소수민족들의 불만이 군부가 아닌 버마족 모두에게 향해 있다는 것이다. 소수민족들이 보기에 이런 문제들은 군부가 아닌, 버마족에 의해 자행되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소수민족들의 투쟁 대상은 군부와 버마족이 되었다. 하지만 버마족 역시 소수민족과 마찬가지로 군부로 인해 많은 희생을 당하고 있다.
  
  민주화와 민족 간 화해 운동
  
  이런 와중에 8888 민중항쟁 세대들은 다민족 간의 화해운동을 전개했다. 1962년 쿠데타 이후의 운동은 민주화와 지방자치권 운동이 중심이 되었는데 8888 민중항쟁 이후에는 다민족 간의 화해운동도 함께 하게 된 것이다.
  
▲ NCUB 로고 ⓒwww.ncub.org

  버마의 화해운동이라고 하면 군부를 위해 만들어 놓은 교육, 정치, 경제, 종교 때문에 다민족 간에 쌓여왔던 오해를 풀고 버마족도 다른 소수민족과 같은 피해자라는 것을 알리는 운동을 말한다.
  
  8888 민주항쟁 세대의 화해와 연대운동 세력은 버마연방민족회의(National Council of the Union of Burma, NCUB)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92년 버마 마니플라우(Marnerplaw) 지역에서 버마족과 다른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만들었다. 무장투쟁, 정치운동, 국제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버마연방민족회의(NCUB)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민주화된 미래의 버마를 위한 헌법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소수민족 무장투쟁 단체들과 함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학생민주전선(ABSDF)의 활동가들 역시 화해운동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버마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웅 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 안에도 다양한 민족들이 있다. 민족민주연맹이(NLD)가 90년 총선거에서 82% 이상의 국민들의 놀라운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재 군부독재 치하에서 소수민족들은 자신들의 근거지에 투자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소수민족들의 오해와 미움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은 버마족 역시 같은 입장이다.
  
▲ 대우 인터내셔날의 가스개발에 항의하는 시위가 서울 서울 대우빌딩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NLD 한국지부

  대표적인 사례는 대우 인터내셔널이 아라칸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대해 아라칸족과 버마 시민들이 모두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그들은 버마 군부, 대우 인터내셔날, 한국 정부에 대해 반대 운동을 벌이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우 인터내셔널 사업을 중단하라는 운동뿐만 아니라 미국 유노칼(UNOKAL)의 카렌주 사업, 프랑스 토탈(TOTAL)의 버마 남부 해안 사업을 중단하라는 운동 역시 해왔다. (☞관련 기사 : "몇푼 이익에 버마 군부와 손잡은 한국 기업들, 즉각 철수하라")
  
  군부와 함께 하는 천연자원 개발 사업을 안 하는 것은 곧 버마의 민주화와 다민족 간의 화해를 위한 것이고, 투자 중단 운동 역시 일종의 화해운동이다.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버마 시민들이 원하는 민주화는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땅에서 평화롭게, 평등하게 사는 것이다. 고조되는 다민족간의 불만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버마 시민들은 자신들이 벌이는 민주화 운동에 국제사회가 참여하기를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 필자 마웅저(Maung Zaw) 씨는 버마 8888 항쟁 당시 고등학생으로 시위에 참가한 후 버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왔다. 1994년 군부의 탄압을 피해 버마를 탈출, 한국에 왔고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중이다.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결성에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마웅저와 함께(http://withzaw.net)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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