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 전경련을 찾은 까닭은?
금산분리ㆍ중소기업 등에 날 선 토론...의도된 마찰?
2007.10.29 18:54:00
정동영이 전경련을 찾은 까닭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29일 전국경제인연합 회장단을 만나 정 후보의 경제 정책의 핵심인 금산분리, 중소기업 육성, 노사문제 등을 두고 날선 토론을 벌였다.
  
  이날 정 후보는 모두발언에서부터 강연하듯 금산분리 고수, 중소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의 사안을 짚으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전경련 조석래 회장도 작심한 듯 자신의 입장을 길게 풀어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양 측은 일치된 의견 하나 내지 못한 채 팽팽한 토론만을 벌였다.
  
  정 후보 측은 전경련 측과의 의견 대립과 마찰을 브리핑을 통해 상세히 전하는 등 '오른쪽' 과의 전선을 명확히 해 집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여실히 드러냈다.
  
  "금산분리는 원칙" vs"투자 극대화의 문제"
  
  정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가진 회동 모두발언에서 "전경련에 금산분리 원칙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느냐"고 물은 후 먼저 후보 측의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는 "아직 10년 전 외환위기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일부 종금사가 사금고화했던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은행의 기본 기능은 대출심사를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 돈이 떼일 것 같으면 회수하면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일 텐데 은행을 기업이 소유하게 되면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봐도 전 세계 100개 은행 중에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경우는 독일 6개 은행 등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분리돼 있다"고 했다.
  
  전경련 조석래 회장은 정 후보의 발언 도중 사이사이 끼어들며 동의를 표했으나 정 후보의 금산분리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 회장은 최근 전경련이 금산분리를 폐지해야 할 규제로 적시한 '규제개혁 종합연구보고서'를 언급하며 정 후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조 회장은 "얼마 전 규제개혁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총리실에 전달한 게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우리가 제안한 규제개혁 안에 대해 100% 수용해서 우리나라를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외국에서 많은 투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조 회장은 이어진 비공개 토론회에선 반론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조 회장은 "100대 은행 중 몇 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며 "실제로 법으로 금산분리를 강요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결국은 재원을 투자해서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본다"며 "자기가 은행을 가졌다고 은행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이에 회동에 배석한 박영선 의원은 "국민의 법 감정상 재벌의 은행 소유는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또 경쟁업체와의 정보의 배분 문제에서 정보 독점의 위험성이 노정된다"며 "외국 산업자본이 국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반론했다.
  
  한편 김진표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산업 지주회사와 금융 지주회사를 분리한 다음 금융 지주회사를 강화하는 점진적 방안을 택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이에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산업 지주회사와 금융 지주회사를 나누어 숨통을 열어주는 게 신성장 동력을 살리는 길"이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노동운동에 엄정한 법 집행을" vs "법집행만으로 안된다"
  
  양 측은 노사관계와 중소기업 육성을 두고도 팽팽한 평팽선을 달렸다.
  
  조석래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투자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은 노사화합이 잘 되지 않아 그렇다"며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하게 되고 노동운동에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서 투자하는 사람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또 "현재 절대절명의 과제는 일자리 창출 아니냐"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힘과 자본을 다 쏟아야 하는 것이라 현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우대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도 했다.
  
  이에 정동영 후보는 "법과 원칙은 당연한 대전제이지만 노사관계는 법만 내세워서는 안된다"며 "타협과 중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왜 노동조합을 헌법이 보호하는지 한번쯤 생각해야 한다"며 "대기업은 사회적 약자와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비정규직이 비공식적으로 850만에 달한다. 전경련이 앞장서서 상생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노동운동가 출신 이목희 의원도 "대기업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일부 있는 것은 인정하나 여론의 힘에 조정되고 있다"며 "대기업은 진정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는가. 투명 경영,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가를 묻고 싶다"고 반격했다.
  
  모두발언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동방성장해야 한다"고 입을 맞췄던 중소기업 문제에서도 양측은 불협화음이 났다.
  
  이원영 의원이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깎는 문제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조석래 회장은 "자꾸 단가인하만 보면 너무 좁은 시각으로 대 중소기업 관계를 보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또한 경쟁이 필요하다. 우리가 너무 중소기업만을 보호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도 경쟁력 향상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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