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못 치르고 떠도는 영혼들
[버마이야기] ⑬ 사이클론이 남긴 참상
장사도 못 치르고 떠도는 영혼들
지난 3일 버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로 인해 옛 수도 양곤을 비롯해 이라와디, 바고, 몬, 카렌 등 중남부 5개주에 있는 13만 명 이상의 시민이 사망하고 약 2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더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재민들에게 식수에서부터 다양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버마 군부는 이재민들을 돕기 보다는 5월 신헌법초안 국민투표, 2010년 새 선거'추진에 바빴다.
  
  사이클론 나르기스에 관해서는 4월 29일부터 <CNN>이 보도해 왔고, 망명한 버마 민주화 운동가들이 일하고 있는 외신 방송 <DVB>, <자유아시아방송>(RFA) 등도 계속 보도해왔다. 사이클론이 강타하기 48시간 전 인도 기상청은 태풍이 가는 방향, 시간, 최대 시속의 강풍 등'정확한'정보들을 전했다는 소식도 있다.
  
▲ 사이클론 피해 지역의 처참한 모습 ⓒ로이터=뉴시스

  버마 기상청장인 우 톤 나웅(U Tun Naung)은 4월 30일 <RFA>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이클론에 대해 군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톤 나웅은 군부에 보고한 것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는 듯이, "집권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버마 안에 있는 시민 기자들은 외신을 통해서 사이클론이 온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군부에 의해 언론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는 소식을 알릴 수 없었다.
  
  5월 2일 사이클론이 강타하기 몇 시간 전에 국영방송들은 사이클론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계속해서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비 방법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또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없는 지방 주민들은 그 소식을 알기가 어려워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 식수를 나르는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나르기스가 버마를 강타하기 이틀 전인 1일 미국 대사관을 시작으로 버마에 있는 여러 국가의 대사관에서는 버마 내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해안 지역에 있다면 대피하라고 여러 방식을 통해서 알려줘 외국인 희생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버마 군부가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줬다.
  
  사이클론 피해가 발생하기 전부터 버마 안에서 활동 하고 있던 국제 구호단체들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가 13만 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군부의 공식 발표는 사망자가 3만 몇 천 명밖에 없는 것으로 나온다. 지금 군부는 사망자의 숫자조차 정확히 밝히 않을 뿐만 아니라 해안 지역 섬들의 피해 소식도 사이클론이 지나간지 12일이 지난 16일 현재까지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집을 잃은 많은 이재민들은 현재 근처의 절이나 학교에서 마치 난민촌처럼 거주하고 있다. 그들은 덮을 것 없이 땅바닥에서 자고, 식수를 비롯해 모든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국민투표 실시로 바쁜 군인들은 이재민들이 수용된 곳을 방문해 그들을 도와주기라도 하는 듯 사진만 찍어댔다. 그렇게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국영방송에는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버마에 몇 안 되는 국제 구호단체들의 활동도 한계가 있다. 시민들이 만든 국내 구호단체들이 있긴 하지만 군부는 이들 단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군부는 구호단체에서 모금한 돈과 식량 등 구호 물품 등을 가로채가거나, 구호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한편 침수되었던 해안 지역은 현재 바닷물이 빠져 나갔지만 저수지의 물에 염분이 남았고, 시체들이 떠다니기 때문에 도무지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 물 말고는 달리 마실 물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병들로 인해 조만간 사이클론으로 인한 직접적인 희생자보다 훨씬 많은 2차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다.
  
▲ 물이 빠지지도 않은 곳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버마인들 ⓒ로이터=뉴시스

  그렇기 때문에 군인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구호단체들은 너무나 열악한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계속 일하고 있다. 버마 국내 구호 활동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재민들에게는 돈, 구호물품과 함께 의료와 물, 집을 이재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지금도 많은 국제 구호단체들과 전문가가 버마 안에 들어가서 구호 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버마 정부는 그들의 비자 신청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한 군부는 유엔이나 국제 사회가 지원하겠다는 제안도 대부분 거절했다. 군부는 구호단체들을 통해 버마의 열악한 상황이 더욱 국제 사회에 알려질 수 있고, 또 국민들의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 질까봐 염려하기 때문이다.
  
▲ 국제사회에서 온 구호품마저 가로채는 버마 군부를 비난하는 만평

  하지만 군부는 단지 외교의 차원에서 조금씩 구호물품을 받아들이면서 "버마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구호물품뿐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조금씩 들어가는 구호 물품들마저도 군인들을 통해서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버마에서는 사람들이 죽으면 삼일장이나 칠일장을 치른다. 버마의 문화에서는 죽은 사람을 장례시켜 주지 않으면 극락에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례식을 꼭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이클론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에게 가족들은 여러모로 힘든 상황임에도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군부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군부가 합법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신헌법의 찬반을 묻는 선거를 예정대로 하고 있다.
  
  이런 무자비한 버마 군부에게 이재민은 더 이상 기대하고 싶지 않아 한다. 버마 국민들은 국제 사회의 개입을 깊이 희망하고 있다.
  
  * 필자 마웅저(Maung Zaw) 씨는 버마 8888 항쟁 당시 고등학생으로 시위에 참가한 후 버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왔다. 1994년 군부의 탄압을 피해 버마를 탈출, 한국에 왔고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중이다.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결성에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마웅저와 함께(http://withzaw.net)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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