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회견에서 드러난 "MB정부의 거짓말 행각"
[칼럼] 한미FTA로 쇠고기 문제 덮으려면 속죄부터 해야
대통령 회견에서 드러난 "MB정부의 거짓말 행각"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기자 회견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을 한가지 공개했다. 쇠고기 수입개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서 불가피했다고 처음 밝힌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줄곧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해왔다. 지난 4월18일 한미 간 합의 이후에도 정부 여당은 일관되게 그런 주장을 내세우며 국회의 조기 비준을 촉구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 대통령이 이를 정면으로 뒤집고, 한미 FTA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합의하게 됐다고 뒤늦게 밝힌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 이번 회견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먼저, 이대통령의 회견문을 보자.

"… 한미 FTA 비준이야말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의 하나라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 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습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예상됐습니다.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다보니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습니다.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문' 중)

요컨대, 한미 FTA 연내 처리를 위해서는 쇠고기 수입개방이 불가피했고, 그런 차원에서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쇠고기 수입 개방 결정이 한미 FTA와 연계돼 이뤄진 것임을 처음으로 명백히 밝힌 것이다.

FTA 위해 쇠고기 합의해 놓고선 "별개"라고 거짓말 계속

쇠고기 수입 개방과 한미 FTA의 연관성은 사실 일찍이 짐작돼온 바이긴 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내에서 그런 판단·결정이 언제부터 이뤄진 것인지 확인하기는 힘들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 이미 그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관련 문서가 공개되지 않아 입증되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번 사과문을 통해 확실해진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 연내 처리를 위해 미국 요구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기로 합의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이번 합의가 이뤄진 4월 18일 이후부터는 이명박 정부 안팎에서 FTA와 쇠고기 수입 문제가 "별개"가 아니라 "긴밀하게 연계된 것"임이 기정 사실로 돼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율배반적 태도다. FTA를 위해 쇠고기 수입 개방 합의를 이미 해놓고선, 야당이나 국민들에게는 줄곧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 문제는 별개"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해왔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승수 국무총리(5월26일)

"쇠고기 문제는 FTA와 별개의 사안이지만, 국민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과 함께 축산업 발전대책도 차질 없이 마련해 나가야 한다." (FTA 관계장관회의, 국무총리실 보도자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5월19일)

"정부의 기본 입장은 지난 정부나 이번 정부나 일관되게 '쇠고기 문제와 한미 FTA 문제는 별개'라는 것인데, 별안간 쇠고기 문제가 불거진 것은 그것대로 해결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빌미로 쇠고기 문제와 한미 FTA를 연결시키는 것은 조금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쇠고기 문제는 쇠고기 문제대로 풀고, 한미 FTA는 한미 FTA 문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외교부 방침이다." (내외신 기자회견, 외교부 보도자료)

국회 외교통상위원회(한미FTA청문회, 5월13일)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 "한미 FTA와 쇠고기 검역절차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임에도 쇠고기 청문회로 변질돼 한미 FTA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 : "야당이 쇠고기 문제를 한미 FTA와 연계시키겠다는 것은 한미 FTA 비준동의를 거부하겠다는 정략적인 정치공세이자 무책임한 국정 발목잡기일 뿐이다."

김광원 한나라당 의원 : "쇠고기는 검역의 문제이고 한미 FTA는 통상개방의 문제로 아무 관련이 없다. 쇠고기 협상은 농해수위에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 "쇠고기 수입 문제는 시장 개방의 문제가 아닌 검역의 문제이고 국민건강에 관계되는 문제로 FTA 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미국이 FTA를 연계했지만 쇠고기 협상은 국민 건강상 중요하다는 점에서 양보한 것은 절대로 없다."


정부-한나라당 고위당정회의(5월6일)

"총리께서 한미 FTA비준동의안을 꼭 통과시켜달라고 말씀을 하셨다. 우리도 그 필요성에 관해서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이 쇠고기 수입 문제와 한미 FTA비준동의안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한승수 총리 등이 참석한 고위당정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발언, 한나라당 대변인 브리핑)

한편, 지난 5월 13~14일 국회 청문회에서 유명환 외통부 장관,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허위 증언을 했다며 최성(민주당) 권영길(민노당) 등 9인의 의원이 5월 22일 대검찰청에 '청문회 위증죄'로 고발한 바 있다. 유명환 장관과 김종훈 본부장의 경우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별개"라고 증언한 대목이 고발 사유로 포함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번 회견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위증'이었음을 입증해준 셈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 두 달 전엔 정 반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회견문에서 밝힌 내용은 두 달 전 자신이 한 말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 직후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한미 쇠고기 협상(타결)은 한미 FTA가 없더라도 해야 하는 문제다.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진 것인데 미루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우리는 사는 쪽이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게 사면 되는 것이다. 강제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양보했다 안했다는 말할 필요없는 것이며, 오픈(개방)하면 민간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다.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도시민들이 값싸게 먹을 수 있다. 우리가 양보를 했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 정치논리라고 생각한다."(연합뉴스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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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한미 FTA가 없더라도 해야 할 문제"였다가, 이번 회견에는 "한미 FTA 연내 처리를 위해 불가피한" 문제로 바뀐 것이다. 두 달 전 언급할 때 "솔직히 말하면"이라고 전제했었다. 똑같은 문제에 대해 지금은 이대통령의 말이 전혀 달라졌다. 그렇다면, 이번 회견에서 한 말이 "솔직하지 않은 말"이 되든지, 아니면 그때 "솔직하게 말하면"이 실은 그 반대였다는 얘기가 된다.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문제를 분리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 참여정부 시절에 세워진 핵심 기조였다. 당시 이정우 정책실장, 정태인 비서관 등 초창기 핵심 참모진과 김근태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지지층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거의 '구국의 일념'처럼 추진했던 노무현 대통령조차도 이 원칙만은 최소한 지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국가로 인정된 후 작년 10월에 가진 한미간 쇠고기협상에서도 미국측 요구를 거부하고 기존 수입위생조건을 고수하여 회담이 결렬됐던 것이다.

그런데, 그 때와 별반 달라진 것 없는 상황에서 이명박정부는 출범 2개월도 안돼그 원칙을 깨뜨리고 국민들의 먹을거리 안전 문제를 FTA 비준 문제와 연결시켜버린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역시 두달 전인 지난 4월말 이대통령이 방미후 여야 지도부와 가진 회동에서 한 말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이 너무 일방적으로, 졸속으로 이루진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민주당으로부터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통령께서는 쇠고기 협상은 참여정부에서 세웠던 조건과 일정을 그대로 따라 이행한 것이라는 배경설명을 하셨다. 미국에서 오하이 규정이 확정이 되면 거기에 따라서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하는 것이 이미 참여정부에서 세워놓았던 계획이었고 다만 미국에서 자동차 재협상 문제를 거론한 것이 우려가 되서 그 시기만 고려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설명을 하셨다.(4/24 여야 지도부 초청 청와대 회동에 대한 한나라당 대변인 브리핑)

뒤늦게 FTA로 쇠고기수입 합리화, 자기당착에 빠져

이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할 때, 그동안 정부 여당이 주장해온 것과 대조해보면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는 한미FTA의 연내 처리를 위해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을 합의해주었으면서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FTA와 쇠고기는 별개"라고 국민들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해왔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쇠고기 수입을 개방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뒤늦게 한미 FTA를 구실로 내걸다보니 결국, 자신들이 그동안 해왔던 말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격이다.

거짓말에도 등급이 있다. 그전까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4월18일 이후 정부여당이 "FTA와 쇠고기 수입문제는 별개"라고 강변해온 것은 결국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최악의 "의도적 거짓말"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앞에 인용한 발언들은 모두 그 이후에 나온 것들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공연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한 일인지 아는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기초적인 문제이니, 한 가지 사례로 대신하겠다.

미국의 클린턴은 경제 활성화, 만성 적자재정 탈피, 소수집단 인권 신장 등 여러 면에서 정치를 잘한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대통령으로는 드물게 재선에 성공하고 두번째 임기말에도 국정수행 지지도가 60~70%대였다. 요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20%선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그런 클린턴이 탄핵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었다. 르윈스키 스캔들 때였다. 그러나 막상 탄핵사유는 스캔들이 아니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엔 간통죄가 없다. 불륜행위 자체는 힐러리에게 탄핵당할 일일지언정 정치적 탄핵 사유는 되지 못한다. 탄핵이 추진됐던 유일한 이유는 '거짓말'이었다. 연방 대배심에서 클린턴이 "나는 그 여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 빌미가 된 것이다. 그것이 위증이라 하여 탄핵 위기에 몰린 것이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결코 해선 안되는 것이 국민들을 속이려 드는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정부는 존재가치가 없는 최악의 정부다.

FTA 문제로 전세 만회하려면 먼저 회개와 속죄부터

이 대통령 회견을 신호탄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부터 한미FTA를 앞세워 국민들을 '설득'하고 쇠고기정국을 돌파하려 할지 모르겠다. 쇠고기문제와는 달리 FTA에 대해서는 대기업을 비롯 지지층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이 대통령 회견이 있던 날 밤부터 그런 모습이 감지됐다. MBC <100분 토론>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토론 초장부터 반대편 참석자들에게 다짜고짜 "한미FTA에 찬성하느냐"고 따져물으며 공세적으로 나왔다. FTA문제로 쇠고기 난제를 돌파하고자 작심하고 나온 듯한 모습이 사뭇 시사적이었다.

쇠고기문제를 향후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은 정부 여당 마음이다. 한미FTA 전선으로의 확전을 통해 전세의 역전을 꾀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려면 반드시 치르고 가야 할 통과의례가 있다.

국민들의 기본적 먹거리 안전문제를 자동차 몇 대 더 파는 문제와 연결시킨 것 자체야 대통령 및 정부 고유의 정무적 판단 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라 치자. 그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심판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회견문으로 볼 때 이 정부가 논란의 여지 없이 분명 잘못한 것이 있다. 이전 정부가 지켜온 방침과는 달리 쇠고기와 FTA 비준문제를 연계시켜 미국 요구대로 합의해놓고 나서도 지금까지 "쇠고기와 FTA는 별개"라고 국민들에게 거짓 강변해온 대목이다. 그에 대한 회개와 속죄의 의식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통과의례로라도 그런 절차가 선행되어야만 이 정부는 비로소 쇠고기문제와 FTA문제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예의도 없이, 돌연 낯빛을 바꿔 "한미FTA를 위해서라도 미국 쇠고기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쇠고기문제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설득하려 드는 것은 몰염치한 짓이다. 이미 알 것 다 아는 시민들에게 또 다른 '사기꾼의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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