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KBS 접수 '초읽기'…신태섭 이사 '퇴출'
방통위 '보궐 이사' 기습 추천…신태섭 "법적 대응 고려할 것"
2008.07.18 15:09:00
MB, KBS 접수 '초읽기'…신태섭 이사 '퇴출'
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전체회의에서 신태섭 한국방송(KBS) 이사가 이사 자격을 상실했다며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 이사로 추천했다. 신태섭 이사는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반대해 방송통신위원회 등 이명박 정부의 눈총을 맞았다.

방통위가 사실상 신태섭 이사를 '해임'한 것이나, 방송법 등은 방통위의 KBS 이사 추천권만 명시하고 있을 뿐 해임에 관한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사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해 명시하고 있는 방송법 제46조를 봐도 이사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면직' 권한은 역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방통위의 기습적인 안건 처리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 사안 중에는 보궐 이사 추천에 관한 건이 없으나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송도균 부위원장과 형태근 위원이 회의시작 직후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처리됐다. 이로 인해 당사자인 신태섭 이사는 물론 KBS 이사회, 심지어는 방통위 대변인실도 이날 이 사안이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해임' 권한 없는 방통위가 '자격 상실' 확인?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신태섭 KBS 이사가 동의대의 징계 처분을 받아 이사 자격에 대한 결격사유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이사에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법 제48조에 따르면 공무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되는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며 "신태섭 이사는 사립학교법 상 징계에 의한 해임 조치를 받은바 있고 이는 국가 공무원법 제 33조 결격 사유 제8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에 의한 해임'에 해당되어 KBS 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사의 결격 사유는 재직하는 동안 이사가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이므로 이러한 사유가 발생했다면 이사로서의 자격은 상실된다"며 "KBS 보궐 이사로 한국지방정부학회 회장 및 부산대 행정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강성철 교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사 추천 권한을 가졌을 뿐 KBS 이사 해임 권한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태섭 이사를 해임한다'고 표현하지 못하고 '보궐 이사를 추천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박재문 대변인은 "오늘 전체회의에서 신태섭 이사가 '해임' 된 것이 아니라 방송법 제48조에 따른 이사의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문 대변인은 "방송법 47조에 보면 '이사의 결원이 있을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46조의 규정에 의해 그 보궐 이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며 "이에 따라 방통위는 강성철 교수를 추천한 것"이라고 했다.

신태섭 이사는 지난달 23일 동의대학교로부터 △학교의 허락 없이 한국방송 이사직을 맡았고 △이사회 활동으로 수업에 지장을 줬다는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 방통위는 신 교수가 해임 통보를 받은 지 30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기습적으로 보궐 이사 추천안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범 방통위 공보팀장은 "방통위는 신태섭 이사를 해임한 것이 아니라 동의대에서 해임된 지난 1일부터 이사 자격을 상실했음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며 "방송법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이사 자격 상실 시점으로부터 30일 내에 보궐이사를 추천하기 위해 급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태섭 "KBS 장악 시나리오 진행…법적 대응 논의할 것"

신태섭 이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늘 이 안건이 처리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은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임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변호사들과 함께 법률적으로 대처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 이사는 "대학은 KBS 이사를 맡았다고 해임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학에서 해임됐다고 이사직에서 밀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게다가 법원에 동의대의 해임 처분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낸 상황인데 해임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이사에서 해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방통위원회와 동의대가 이명박 정부가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탈법적으로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8월 전에 KBS 장악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제 곧 정연주 KBS 사장의 사퇴 압박 수순만 남겨두지 않겠느냐"고 했다.

KBS이사회 김성오 사무국장은 방통위의 보궐 이사를 추천한 데 대한 이사회의 입장을 묻자 "무슨 말이냐. 방통위가 새 보궐 이사를 추천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이사의 선임과 추천에 관련해서는 KBS이사회는 아무런 힘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사의 해임과 관련해서는 방송법과 한국방송공사 정관에 명확히 나와있는 바가 없어 지난 이사회에서 신태섭 이사가 동의대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데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에 관한 판단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는 것으로 본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며 "이사가 자발적으로 사퇴한 것 외에 이사가 자격을 상실한 경우는 선례가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방통위 박재문 대변인은 "비공개 사안으로 오늘 전체회의에 올린 의결 사안 중엔 신태섭 이사의 자격 상실 및 보궐 이사 추천에 관한 안건이 없었다"며 "상임위원 중 두 명이 긴급 안건으로 올려서 처리했고 비공개 사안이라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방통위 회의 운영규칙에 따르면 방통의 의사일정은 회의시작 24시간 전에 공개돼야 하지만, 5명의 위원중 1명이 제안할 경우 긴급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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