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전문가' 크루그먼, 노벨경제학상 수상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도 맹활약
2008.10.14 09:11:00
'금융위기 전문가' 크루그먼, 노벨경제학상 수상
'노벨경제학상 예약자'이자 "케인즈 이후 가장 글을 잘 쓰는 경제학자"로 꼽혀온 폴 크루그먼(55)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마침내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크루그먼 교수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197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경제성장 이론가 로버트 솔로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1년 전미 경제학회가 독보적 업적을 남긴 40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을 정도로 일찌감치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처음으로 주목받는 경제학자가 된 것은 국제무역이론 연구에서 무역의 발생원인을 새롭게 설명한 '독점적 경쟁이론'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이 이론은 무역발생을 설명하는 고전적 이론인 비교우위가 없더라도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선호나 규모의 경제 등에 따라 국가들이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웨덴 한림원이 그의 수상이유로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했다'는 평가를 내놓은데서 보듯, 도시의 형성과 산업의 입지를 설명하려는 경제지리학의 발전에도 큰 업적을 세웠다.
▲ 13일(현지시간) 폴 크루그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아시아 외환위기 예고하며 국내에서도 명성 떨쳐

크루그먼 교수는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경고한 논문으로 잘 알려졌다. 1994년 <포린어페어즈>(11∼12월호)에 게재됐던 '아시아 기적의 신화(The Myth of Asian Miracles)'라는 논문에서 그는 동아시아 신흥국들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분석하면서, 이미 무너진 동유럽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총요소 생산성 등으로 대변되는 효율성의 향상이 아닌 자본과 인력 등 생산요소의 과다투입에 따른 발전이 조만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년 뒤 아시아 후발 개발국들은 그의 예언대로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겪었다.

또한 크루그먼은 금융위기를 겪고있는 나라들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등 위기를 겪고있던 국가들에 강요한 고금리.긴축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필요한 것은 유동성 확대와 이를 수반한 인플레이션"이라고 역설해 객관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학자로도 명성을 얻었다.

크루그먼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가장 신뢰받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학자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2005년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경제세미나에서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주는 외국 자금의 상당액이 부동산 속으로 잠겼고 부동산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버블이 터져 2010년 이전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내다봤고, 그 해 8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 강연에서 "3년후 세계경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세계경제는 지금 위기를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 같은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경제학자로는 <뉴욕타임즈(NYT)>의 최초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영입돼 200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칼럼을 쓰고 있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공화당은 소수 부자를 위한 급진적인 정치세력"

특히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후 공화당은 "소수의 부자를 위한 정치적 세력이며, 중산층을 몰락시키는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이라고 규정한 뒤 날카로운 정치경제적 글쓰기에 천착해 왔다.

<AP통신>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들이 현 금융 위기를 일으켰다고 비판해온 크루그먼 교수가 올해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고 전한 것도 이때문이다.

이 통신은 또 "크루그먼은 과학자일뿐 아니라 여론 형성가(opinion maker)이기도 하다"는 토레 엘링젠(Ellingsen) 노벨 경제학상 심사위원의 말도 전했다.

지난 10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크루그먼은 "현재의 금융위기는 대공황에 가깝다"며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금융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사람들이 사려고 하는 것은 미 재무부 채권(T-bills)과 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왜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의 '저격수'가 됐는지는 2003년 그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묶어낸 <대폭로>, 그리고 최근 <미래를 말하다>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는 <미래를 말하다>에서 세계 최대 부국이라는 미국이 국민의료보험도 없는 최악의 불평등 사회가 된 현실을 개탄하며,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민주당이 집권하길 바라는 '당파성'을 숨기지 않을 만큼 '현실참여형 학자'의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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