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일본식 용어
[소준섭의 正名論]<5>
'대통령'은 일본식 용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대통령'이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이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바뀌어져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용어의 기원이 군사용어인 데다가 특히 일본의 정신과 혼(魂)이 깃든 용어이기 때문이다.

함성득 교수는 그의 저서『대통령학』에서 '대통령'이라는 말을 한국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만들어낸 말이 전혀 아니고, 가장 전형적인 일본식 용어이다. 현재 중국에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를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것이 바로 이 '대통령'이라는 용어이다.

중국 청나라 시기 군 장교 직위인 '통령'

우선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통령(統領)'으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통령'이란 중국에서 1894년 "청일전쟁 때 북양함대의 해군 丁 통령과 육군 戴 통령이 뤼순에서....."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청나라 후기 무관 벼슬의 명칭인 근위영 장관(近衛營長官)으로서 오늘날의 여단장에 해당한다. 당시 통령은 여단장급이고, 통제(統制)는 사단장급이었으며, 통대(統帶)는 군단장급이었다. 갑신정변 당시 조선에 진주한 청나라 위안스카이(袁世凱)의 상관이었던 우창칭(吳長慶)의 직위가 바로 이 '통령(統領)'이었다.

또한 중국에서는 고대 한나라 시대 북방 유목민족인 흉노 군대의 장군을 '통령'으로 지칭하는 등 소수민족 군대의 장군을 '통령'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으며, 지금도 무협소설가 워룽성(臥龍生) 등이 지은 대중적인 무협소설에서 '통령'이라는 말이 가끔 등장한다. 물론 이 경우 비공식적이다.

현재 중국에서 '통령'이라는 말은 벼슬 명칭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다만 "중국 여자 축구가 세계 여자축구를 통령, 統領한다." 등의 용례처럼 "한 손에 모두 장악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동사로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통령'이라는 벼슬은 있었는데, 곧 조선 시대에 조운선 10척을 거느리는 벼슬을 통령이라 불렀다.

우리나라의 기록에서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신사유람단으로 일본에 다녀온 이헌영이 1881년 펴낸「일사집략(日槎集略)」이라는 수신사 기록에서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글에서 일본 신문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 뒤 1884년『승정원일기』에서도 고종이 미국의 국가 원수를 '대통령'이라고 호칭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바로 상해 임시정부가 최고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선택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승만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는데, 당시 이미 일본에서 'president'의 번역어로서 대통령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었고, 일본 사정에 밝았던 이승만이 이를 인용하여 차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에 차용되었던 이 용어가 지금까지 그대로 계승되면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용어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일본 정신

한편 '통령'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고대 시기부터 사용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통령'이라는 용어가 '무문(武門)의 통령', '사무라이 무사단의 통령' 등 '사무라이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라는 군사적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阿蘇氏 武家의 통령이 되었다"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군사적 수장이나 씨족의 족장을 의미하는 용어로 매우 흔하게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왕용(女王龍)의 신화 등에서도 그 여왕용을 수행하는 기사를 '통령'이라고 칭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고이즈미 이래 일본 수상의 참배문제로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제의 신사(神社)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예를 들어 '아스카(飛鳥) 신사(神社)'를 설명할 때에도 그 신사를 수호하는 신(神)으로서의 '대국주신 통령(大國主神統領)'이라는 말이 출현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통령'이라는 용어를 다른 나라의 직위를 설명하는 번역어로 이용해왔다. 이를테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의『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의 두령 송강(宋江)을 '통령'이라 지칭하고 있고, 로마 시대의 '집정관(consul)'이라는 직위도 '통령'이라고 번역하며, 또 십자군전쟁 당시 '46대 베네치아 통령'이라고 부르고 있는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통령'이라는 용어를 애용해왔다. 특히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통령'에 취임하여 '통령정부'를 구성했다고 한 사실은 우리에게도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이 모두 일본식 번역어이다.

일본은 'president'를 번역하면서 자신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통령'이라는 용어에 "큰 대(大)" 자 한 글자를 더 붙여서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최소한 1860년대 초부터 일본에서는 이미 '대통령'이라는 용어가 출현하기 시작하고 있다.『일본국어대사전』에는 1852년에 출간된『막부 외국관계 문서지일(文書之一)』에서 처음 출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president'는 원래 'preside(회의를 주재하다, 의장으로 행하다)'로부터 유래된 용어로서 '여러 가지 단체의 장(長)'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당시 미국이 굳이 이 용어를 사용한 까닭은 시민혁명을 거쳐 유럽과 달리 신대륙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자긍심을 가졌던 미국으로서 권위적이고 민중 위에 군림하는 성격을 지닌 '황제'나 '왕'이라는 용어 대신 민주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반대로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군사적 용어인 데다가 강력한 지배와 통솔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president'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던 원래의 목적과 완전히 상반되는 번역 용어라 할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president'의 번역어로서 1817년 '두인(頭人)'이라는 비칭(卑稱)의 성격을 띤 호칭을 사용한 이래, '총리(總理)', '국주(國主)', '추(酋)', '수사(首事), '추장(酋長)', '방장(邦長)', '백리새천덕(伯理璽天德; 옥새를 관리하고 천덕, 天德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으로서 황제의 의미와 상통한다)' 등의 용어를 사용해 왔다. 여기에서 '두인', '추', '추장' 등의 비칭은 중화사상에 의하여 구미 국가를 여전히 오랑캐나 번국(藩國)으로 간주한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다. '통령'이라는 용어는 중국에서 1838년에 이미 나타나고 있고, '대통령'이라는 용어도 1875년 경 출현하기는 하지만 두 가지 용어 모두 이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1870년에 이르러 '총통'이라는 용어가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 신사(神社)를 지키는 신(神)을 국가수반의 호칭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군사 문화와 일본 문화라는 두 가지 요소는 여전히 우리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군사적 성격과 봉건적인 일본 문화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는 '대통령'과 같은 용어의 사용은 최대한 지양되어야 할 터이다. 아무리 양보한다고 해도 '일본 신사(神社)를 지키는 신(神)'을 우리나라의 국가수반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의 현상도 기실 '대통령'이라는 용어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군사적 성격 및 봉건적 성격과 결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대통령의 무소불위적인 권력 행사를 통제해야 한다는 강력한 여론이 존재하고 있는 지금, 먼저 '대통령'이라는 권위주의적 용어를 바꾸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막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구한말 시기 위안스카이(元世凱)가 조선에 진주할 때 당시 최고 지휘관의 직위가 '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치욕적'이며, 일본 무사단이나 신사와 관련 있는 용어로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의 직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민주와 평화를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민족적 자긍심의 관점 그리고 국가 이미지의 차원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통령' 용어의 대안으로서는 역사적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임시정부의 원수(元首)로 사용되던 '국무령(國務領; 1926년 12월,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 국무령에 취임한다)'이나 '주석(主席; 1932년 9월,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 주석에 취임한다)'이라는 용어가 1차적 고려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겠다. 그런데 '주석'이라는 호칭은 'president'의 본래 의미와 가장 가까운 장점이 있으나, 워낙 '김일성 주석' 등의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약점이 있다.

한편 중국은 현재 'president'를 '총통(總統)'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타이완에서는 '총통(總統)'이라는 용어를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박정희 정권 당시 영구집권 시도로서 총통제가 거론되었던 역사로 인하여 '총통'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바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대통령'이라는 용어의 대안을 정확하게 마련하는 일은 향후 학계 연구자들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특히 향후 민족의 통일을 성취한 이후 통일국가의 국가수반 호칭에 대한 준비라는 측면에서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선 최근 거론되는 개헌 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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