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제2의 아프가니스탄 되나
[현지통신] 요르단 내 최대 난만촌, 자타리에서는
시리아, 제2의 아프가니스탄 되나
시리아 사람들의 자유에 대한 요구가 정권유지에 눈이 먼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군의 총에 짓밟힌 지 만 삼년이 되어가고 있다. 시리아의 소요는 안정되기는커녕 나날이 더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고, 정부군-반군 간 교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매일 거의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UN)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내전으로 희생된 사람은 6만 명, 실제로 실종자와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케이스를 고려하면 그 수는 20만 명까지 치솟는다. 시리아 반정부군에 참여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반정부군에 대한 외부의 지원이 증가해 교전이 치열하지는 상황에서, 고통받는 대상은 힘없는 민간인이다. 소위 중동에 분 '아랍의 봄' 바람에 정권이 붕괴된 주변 국가들과 달리 시리아의 경우는 분쟁이 장기화되고 내전의 양상을 띤지 오래다.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외부 용병의 유입이 증가하여 내전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시리아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 요르단 내 시리아 최대 난민촌 자타리 ⓒ김태언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 공식 등록된 수만도 70만 명을 훌쩍 넘었고, 등록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00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로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요르단, 터키, 레바논, 이라크와 이집트로 피난을 간 사람들은 비좁은 난민촌에서 극단적인 날씨와 부족한 식량, 물자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목숨을 걸고 위험한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은 시리아를 벗어나서도 또 다른 장애물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시리아에서 남쪽에 국경을 맞댄 요르단은 공식 집계 24만 명이라는, 가장 많은 수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다. 난민촌의 수와 시설이 한정된 터키는 최근 들어 난민의 유입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더 많은 수의 난민이 요르단과 레바논으로 유입되었다. 매주 거의 7000명에 달하는 난민이 요르단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요르단 북부 자타리 난민촌과 주변 난민촌의 수용 능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천문학적 규모의 국제사회 지원도 그 수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현실이다.

현재 요르단 북부에는 공식적으로 4개의 난민촌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규모는 마프락 지역의 자타리 난민촌으로 현재 수용인원은 공식적인 수치와 달리, 대략 15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타리 난민촌 외 람사 지역에 킹 압둘라 파크 난민촌 그리고 사이버시티 난민촌 등이 있는데 각각 수용규모는 700~900명 정도이다.

요르단으로 넘어온 시리아 난민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공식적으로 여권을 가지고 국경을 넘어 요르단 내 통행이 자유로운 난민, 그리고 여권 없이 비공식적으로 국경을 넘어 통행이 자유롭지 못한 난민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국경을 넘자마자 요르단 군인에게 인도되어 트럭으로 바로 자타리 난민촌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대부분의 난민이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시리아에서 공식적으로 요르단 국경으로 가는 길은 매우 위험하다. 또한 국경에 도착해도 시리아 군이 통행을 허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한 달 전에 국경이 봉쇄됐다. 따라서 현재 요르단으로 넘어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서 국경 근처로 간 후 주로 시리아군의 감시가 허술한 밤에 국경을 넘는다.

시리아 난민들에 따르면 자타리 캠프로 보내진 난민은 공식적으로는 캠프를 떠나는 게 허용되지 않았다. 난민촌에 도착하면 UNHCR에 난민신청을 하고, 대략 2주~3달에 거쳐 난민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17만 명의 난민을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난민들은 자타리 캠프내의 혹독한 추위, 안전 등의 이유로 밤에 몰래 자타리 캠프를 빠져나가 이르비드, 람사, 자르카, 암만 등의 도시로 가서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캠프 안에 있으면 식량, 물자 등을 캠프 내에 있는 구호단체 등에서 얻을 수 있지만 도시로 나간 난민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큰 도시 내에 있는 시리아 난민을 돕는 단체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수는 매우 제한적이고, 물가가 비싼 요르단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자타리 난민촌은 요르단 북부도시 마프락에서 동쪽으로 10키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의 사막 기후는 2월의 날씨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햇볕은 뜨거웠고 바람은 매서웠다. 자타리 캠프 입구엔 두 개의 검문소가 이중으로 둘러져 있었는데 번잡한 택시, 트럭, 상인 등이 한데 엉켜있는 것이 국경지대를 떠올리게 했다. 철조망 근처에 10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고 있었고 입구 주변에서는 갓 도착한 난민들이 매트리스, 음식 패키지 등을 받고 있었다. 자타리 캠프는 원형으로 캠프를 둘러싼 도로가 있고, 그 바깥쪽으로는 난민이 캠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중무장 한 군인이 300미터 간격으로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족 당 3평정도 되는 천막 혹은 운이 좋은 경우 새로 지어진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캠프를 가로 세로로 크게 가로지르는 주도로를 따라 각 종류의 상점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종류는 담배, 과자, 과일류부터 휴대전화, 샌드위치 가게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심지어는 중동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물담배를 파는 카페까지 있었는데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모두 시리아 난민들이고 이들 물건은 주변도시 람사에서 온다고 했다. 캠프의 특성상 모든 물건은 도시보다 비쌌고 유통기한이나 신선도 등 질은 매우 떨어졌다. 캠프 내부에서 일하는 구호단체 직원은 위생 등의 이유로 캠프 내에서 그 어떤 음식도 사지 말 것을 충고했다.

▲ 자타리 난민촌 내 상점 ⓒ김태언

캠프의 규모는 어마어마했고 그 안에 각국 정부, 구호단체 등에서 만든 각종 병원과 시설 등은 하나의 도시를 방불케 했다. 끝없이 늘어져 있는 모래 위 텐트 주변에는 변변한 배수, 오·하수 처리시설 등이 없었다. 비가 오면 곧바로 홍수로 이어졌고, 오 하수 시설 부족과 물 부족으로 인해 설사 등 각종 전염성 질환이 만연했다. 자타리 캠프 내의 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여름이 되면 캠프 내의 각종 전염병 창궐이 심각해질 될 것이라 귀띔했다. 2012년 6월에 자타리 캠프가 문을 열 당시 1만 명에 불과했던 난민 수가 올여름엔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사막 기후의 뜨거운 여름에 별다른 위생시설이 없는 천막에서 5명이 넘는 한 가족이 모두 생활한다는 것은 각종 질병을 불러오기엔 충분한 조건이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빈곤한 도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큰 규모의 난민촌에는 놀 것이 없어 구호물자를 시설을 실은 트럭에 올라타고 돌을 던지는 어린아이, 멍하게 눈이 풀린 젊은 청년, 전쟁에서 부상을 입어 몸이 불편한 사람, 외국인이 신기해 말을 거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구호물자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받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난민신청을 위해 선 긴 줄에서의 다툼 등 암울한 '기운' 외엔 긍정적인 활기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난민촌을 둘러보는 동안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때리려는 사람이 셋이나 있었다. 이들은 아사드를 돕는 중국인을 죽여버릴 것이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중국인과 한국인을 외적으로 잘 구별하지 못하는 그들의 눈에는 내가 중국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주변사람들이 겨우 뜯어말리고서야 나에게서 떨어진 그들의 눈빛은 증오와 분노가 가득했다. 자타리 난민촌 내에는 질서를 유지하는 군인, 경찰이 한 명도 없었고, 전쟁에서 갓 빠져나온 사람들로 가득 찬 난민촌 내에는 구타, 살인 등 각종 폭력이 만연했다. 시리아 난민의 90%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빈곤 등 각종 열악한 상황에 시리아 난민은 고통은 지속되고 있었다. 전쟁은 중동에서 가장 순수하고 친절하기로 유명했던 시리아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은 상처와 고통을 남겼다.

*시리아 난민을 위한 모금 캠페인 바로가기
(이 캠페인에는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참여연대, 개척자들, 평화바닥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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