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이해도' 낮은 검찰, 어이없는 '징역형' 구형
[최진봉의 뷰파인더]<34>검찰은 언론 자유의 의미를 아는가?
'언론 이해도' 낮은 검찰, 어이없는 '징역형' 구형
한국 검찰에게 언론자유란 어떤 의미일까? 최근 검찰이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약 40분에 걸쳐 낭독했다는 300여 쪽 분량의 최후변론을 보면 언론자유에 대해 한국 검찰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언론 이해 못하는 검찰, 악의적인 '징역형' 구형

먼저 검찰은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언론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과 역할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권력(예를 들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권력의 비리를 감시하는 기능을 가진 정부 기관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들은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과 다른 정부 기관들, 즉 다른 권력 기관들과 관련 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권력기관을 감시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에 의해 설립 및 운영되고 있는 감시기관에 의해서만 권력기관에 대해 감시를 시행할 경우, 권력 기관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권력기관간의 유착이 용이한 정치구조 속에서 국민들의 편에 서서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역할을 위임받은 집단이 바로 언론이다. 언론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국민이 주인인 국가의 운영을 위임받은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권력 기관에 대한 감시기능을 수행한다. 이번에 고소를 당한 프로그램 <PD수첩> 의 경우도 쇠고기라는 국민들의 중요한 먹거리를 수입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국민들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감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상적인 언론의 감시 활동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러한 언론의 지극히 정상적인 감시활동에 대해 "악의적 왜곡보도로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야기했다"며 징역형을 구형한 것은 언론의 권력감시 활동을 억압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검찰과 일부 보수신문들이 <PD수첩> 제작진이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PD수첩> 제작진들은 취재원본에 비추어 보면 왜곡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인터뷰 내용의 오역을 문제삼아 프로그램 전체를 악의적 왜곡 보도로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백보 양보해서 설령 약간의 오역이 있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전체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고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 이었다면 이는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오역이 악의적인 의도 없이 취재과정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면 더더욱 처벌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언론의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의 감시를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획적이고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겠지만, 국민들에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정상적인 취재 활동과 취재내용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만약, 정부와 검찰이 언론인들의 정상적인 취재 활동에 대해 수사나 처벌을 하게 되면 언론인들의 권력기관 감시 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PD수첩>이 민동석·정운천 개인을 비난했나?

두 번째로 검찰은 <PD수첩>의 제작 의도와 프로그램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검찰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림식품부 정책관 등 협상에 나선 공무원들을 무능하고 직무에 태만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친일 매국노라는 치욕적인 표현에 비유했다"고 강조하면서, 공무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PD수첩>을 직접 시청한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필자는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공무원들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당시 방송된 <PD수첩>은 한·미간 쇠고기 협상이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 보는데 프로그램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이를 위해 한미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듣기위해 공무원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들 공무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미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정책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즉, 인터뷰를 했던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입장과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검찰은 이를 꼬투리 잡아 < PD수첩> 제작진들이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형을 구형했다. 프로그램 제작 당시 인터뷰를 했던 공무원들은 정부를 대표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전달자였고, <PD수첩>은 그들이 전달한 정부 정책이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시대에 역행하는 검찰의 징역형 구형

결론적으로 검찰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무리한 명예훼손 적용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검찰은 이번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수사와 징역형 구형을 통해 제작상의 사소한 실수가 하나라도 있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언론인들에 대한 경고를 통해 언론의 정부기관에 대한 감시와 비판 활동을 위축하려 하고 있다. 검찰은 자신들의 이러한 행위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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