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준·한승철 검사 향응·촌지 파문…"내가 경고했지!"
'검사와 스폰서' 실명 공개…일부 검사 "인지상정"
2010.04.21 08:14:00
박기준·한승철 검사 향응·촌지 파문…"내가 경고했지!"
문화방송(MBC) <PD수첩>이 방송 전부터 검찰의 격렬한 반발을 산 '검사와 스폰서' 편을 20일 방영했다. <PD수첩>은 부산·경남 지역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성 접대를 포함한 향응과 촌지를 제공한 홍두식(가명) 사장의 문건을 검증하는 식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PD수첩>은 이중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당시 창원지검 차장검사)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술 접대 등 향응을 받았다'는 홍 사장의 주장을 부인했으나, <PD수첩>은 식당, 룸살롱 등을 찾아가 주인, 여종업원 등의 확인을 받았다.

"내가 당신한테 답변할 이유가 뭐 있어"

특히 <PD수첩>은 홍 사장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거나 거세게 부인하는 박기준 지검장 등과의 통화 내용을 그대로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홍 사장의 문건을 보면, 박기준 지검장은 2003년 부산지검 형사1부장 검사로 재직할 당시 수차례 향응을 받았고, 함께한 일부 검사에게는 성 접대도 있었다.

이런 폭로를 놓고 박기준 지검장은 "한두 번 만난 적은 있는데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재차 확인하는 최승호 PD에게 "내가 당신에게 답변할 이유가 뭐 있어. 네가 뭔데,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하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박 지검장은 "내가 경고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확인하는 것은 그 친구(홍 사장을 지칭)가 법정에서 증거 조작을 하고 그 다음에 명예 훼손 범행하는데 같이 가공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통해서 당신에게 경고했을 거야. 뻥긋해서 쓸데없는 게 나가면 형사적인 조치는 물론 민사적으로도 다 조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20일 방영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MBC

그러나 당시 부산에서 홍 사장이 주로 접대했다는 횟집과 룸살롱 주인은 "검사를 많이 데려와서 먹었다", "진짜 몇 년 동안은 많이 데리고 한 달에 몇 번은 꼬박꼬박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3번이나 같은 검사를 태워 룸살롱으로 안내했다"는 홍 사장 회사의 한 직원은 박기준 검사장의 사진을 보고 "이 분이 맞다"고 확인했다.

심지어 홍 사장은 박기준 검사와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박 검사는 홍 사장과의 통화에서 "너와 나의 관계는 동지적 관계고 우리의 정은 끈끈하게 유지된다, 이런 걸 느끼는 것이잖아"라고 말하는가 하면 천성관 전 검찰총장 임명을 두고는 "내가 천성관 아주 친하거든, (나는) 무조건 발령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사들, 폭탄주를 그렇게 많이 먹는다…아가씨들이 기겁한다"

검찰 내부의 비리를 단속해야할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홍 사장의 문건에 술 접대 등 향응을 받은 것으로 이름이 올랐다. 특히 2009년 3월 30일자에는 이 자리에 있던 일부 부장검사에게 성 접대가 있었으며 한승철 부장에게 "택시비 100만 원을 상납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에 한승철 감찰부장은 "그 양반이 뭐하는 사람이냐"며 "내가 그 양반을 굳이 불러서 자리를 같이 해야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저는 바로 왔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고 부인했다. 또 그는 "그 식당 자체가 횟집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다 보이고 열려있다"며 "어떻게 택시비를 100만 원을 주느냐, 그런 곳에서 어떻게 주느냐"고 반박했다.

▲ 20일 방영돤 MBC <PD수첩> '검찰과 스폰서'. ⓒMBC

그러나 이날 자리에 함께 한 것으로 기록된 A부장검사는 "한승철 당시 차장검사와 함께 (홍 사장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B부장검사도 "남이 (알고) 만나자고 해서 그 사람을 만나는데 나는 못만나겠다고 해야하느냐"며 에둘러 인정했다.

홍 사장이 검사를 자주 접대한 것으로 알려진 룸살롱의 주인은 "검사, 의사들 독특하다. 검사는 폭탄주를 그렇게 많이 먹는다. 장사하는 우리들은 좋은데 아가씨들은 기겁한다. 그래서 더블팁을 준다"고 말했다. 또 1, 2층은 룸살롱 3, 4층은 모텔 구조로 되어 있는 이 룸살롱에서 일하는 한 여종업원은 한 부장검사와 모텔에 간 사실을 밝혔다.

'스폰서' 두고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는 검사도

한편, <PD수첩>이 익명으로 처리한 전·현직 검사 중에는 '스폰서 관행'을 "인지상정"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었다. 한 검사는 "우리가 외식할 때 우리들이 계산하는데, 보통 내가 하려고 하면 그런 사람들이 와서 (계산)하는 그런 것은 있었다"면서 "그것은 어느정도 인지상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부서 검사가 10명이나 되고 부원들 고생하고 하는데 술 한 잔 사주고 이렇게 하다보면 제가 비용이 들고 그럴 때가 있다"며 "그러면 수차례 거절하다가 하도 그러면 '홍 사장 한 번만 해줘'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것까지 탓한다면 제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1980년대 후반 홍 사장이 한달에 200만 원씩 정기적으로 현금 상납을 했다는 전직 지청장은 당시 홍 사장의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자 "내가 검사를 데리고 왜 갔을까,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모가지'다"라고 당황해 했다. 그 자리에 함께한 검사는 "개업식이었는지, 그 며칠 후인지 간 기억이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검찰은 홍 사장에 대한 사기 혐의를 수사 중 검찰 접대 내역이 적힌 수첩을 압수해 가져가 주요 대목에 스티커를 붙여가며 확인하기도 했으나 이에 따른 자체 감찰이나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다. 또 홍 사장이 "검찰의 비리, 향응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최승호 PD는 "2005년 노회찬 전 의원이 떡값 검사 명단 발표했을 때 검찰은 침묵했다. 2007년 떡값 전달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나왔지만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았고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스폰서 논란도 사퇴로 마무리 됐다"며 "그리고 2010년 향응 성접대 했노라는 고백이 나왔다. 자신의 허물의 번번히 외면해온 검찰이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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