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의 당대표자회, 진짜 주목할 인물은 '장성택'
[한반도 브리핑] 북한의 후계체제 어떻게 볼 것인가?
44년만의 당대표자회, 진짜 주목할 인물은 '장성택'
북한의 후계체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근거 없는 권력 갈등설이 난무하고, 후계국면은 곧 혼란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붕괴론의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미 후계체제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그리고 후계체제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장성택 관리체제다. 9월로 예정된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공식적인 후계자로 등장할 것인가? 대부분이 그렇게 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왜 당대표자회인가?

북한은 9월 상순에 당 대표자회 개최를 예고했다. 당 대표자회는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의 기간에 발생하는 중요한 현안이나 조직 개편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다. 지금까지 북한 역사에서 두 번 열렸다. 1958년 1차 당 대표자회는 이른바 8월 종파사건 이후 당 조직 개편의 필요성 때문이었고, 1966년의 당 대표자회 역시 대외 정세 악화와 당 총비서제 신설 때문에 열렸다.

이번에 예고된 당 대표자회는 과거와 다르다. 북한은 1980년 6차 당 대회를 개최한 이후 30년 동안 당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불안정한 대외 정세에서 장기 경제계획을 내세우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1960년부터 10년 간격으로 열린 당 대회는 북한의 장기 전망이 발표되는 자리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의 체제 전환 상황에서 북한은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정리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외 정세는 불투명하고,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런데 왜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가 필요한가? 당의 인사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당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 그리고 당 군사위원회의 상당수가 사망했다. 당 비서국의 일부 전문부서들도 공석이다.

북한이 밝힌 당 대표자회 개최 목적 역시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장성택이 당에서 어떤 위상과 역할을 갖게 될 것인가? 그리고 김정은의 공식 등장이다.

우선 장성택의 당내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그는 이미 당 행정부장으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검찰소, 재판소에 대한 당적 지도를 책임지고 있다. 검열 권한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또한 지난 6월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당대표자회가 개최되면, 그는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 정, 군의 주요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 후계체제의 실질적인 관리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어떤 지위를 차지할 것인가는 예상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선정되고, 공표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필자는 후계자의 기반 구축과 실질적인 후계자 선정이 시차를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의 활동은 여전히 알려진 것이 없다. 물론 최근 들어 김정은에 대한 찬양 노래인 '발걸음'이 하부 단위까지 확산되고,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 가능성을 암시하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국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가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를 맡고 있다고 주장하나, 근거가 없다. 국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확인할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도 눈에 뛰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이 1964년 김일성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당 선전선동부에서 활동한 경험과 비교해 보면 분명 차이가 나는 행보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 관리체제가 우선 등장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 준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왜 김정일 위원장은 장성택 관리체제를 선택했을까? 건강 악화로 조기에 후계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은 커졌다. 그러나 김정은은 너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후계체제의 시차가 발생한 것이고, 그 공백을 장성택 관리체제로 극복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9월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 관리 체제의 인적 구성이 주목된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장성택 부위원장(동그라미) ⓒ연합뉴스

장성택 관리체제의 특징

북한 정치체제는 당분간 장성택 관리체제로 운영될 것이다. 장성택의 위상과 역할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수준에 달렸다. 김정일 위원장은 장성택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중이다. 점차적으로 권력 위임의 범위가 넓어 질 것이다. 이른바 장성택 관리체제라고 부를 수 있다. 몇 가지 측면에서 이 체제의 정책 결정 특징을 예상할 수 있다.

첫째는 절차적 정당성의 중시다. 위임 권력은 정당성을 중시한다.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내각 개편은 화폐 개혁 이후 북한 경제 운영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러나 4월 달에 이어 왜 두 달 만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는지, 왜 장성택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이 '김정일 위원장의 제의로' 이루어졌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령이나 문서로 된 인사발령 보다, 모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모아 놓고 인사발표를 한 것은 장성택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절차를 통해 권력 위임에 대한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결정이나 인사는 제도의 틀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성택은 제도를 초월하는 수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부처간 협의의 과정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군부, 외무성, 그리고 대남 부서의 조정은 최고지도자의 결정 방식보다는 협의의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이 조정 능력을 발휘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군에 대한 통제 능력은 점차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수령의 권위와 관리자의 조정은 다를 수 있다.

셋째, 정책 결정은 혁신보다 안정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선제적 개혁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 참여 문제나, 대남관계에서의 결단, 그리고 경제개혁의 추진 등은 김정일 위원장의 주도로 이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실무 부서는 기본적으로 원칙에 충실하다.

그러나 최고 지도자는 유연할 수 있다. 관리자 중심의 부처간 협의의 필요성이 커지면, 정책 결정의 탄력성은 약화된다. 6자회담을 예로 들어보면, 외부적으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북한이 과거보다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어떤 대북정책이 필요한가?

장성택의 부상은 북한 체제의 장래로 보면 긍정적이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장성택이 검열 사업을 주도하면서 강경 정책에 편승한 바 있다. 그것은 실각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선택하는 자기 보호의 행위 유형이다. 현재 상황에서 관리자로서의 위상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관리체제가 몇 년간 지속된다면, 그의 개혁 성향이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최소한 2000년대 들어와 중요한 경제 개혁과 외교적 전환의 현장에 그가 있었다. 주변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안정과 개혁 지향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단계적인 후계체제 구축 과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정치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처럼 6자회담이 표류하고, 남북관계 긴장이 지속되고, 포괄적 제재가 유지되면, 북한은 움츠릴 것이다.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협상의 유연성은 제한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대북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붕괴론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망상이다. 중국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서 붕괴한 국가 또한 없다.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1999년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에 했던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기가 희망하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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