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대테러동맹, 美-파키스탄 외교게임 '절정'
파키스탄 "대미 협력 재검토" 성명…중·러엔 '러브콜'
2011.05.13 12:21:00
'빛좋은 개살구' 대테러동맹, 美-파키스탄 외교게임 '절정'
파키스탄이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국방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 주재 회의를 가진 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과의 대(對)테러 협력 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위원회는 "미국과의 대테러 협력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기 위해 정부 기구 간 공동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 작업은) 파키스탄의 국익과 국민의 열망에 부합하도록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악화일로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에서 미군에 의해 일방적으로 수행된 빈 라덴 사살 작전과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무인정찰기 공격이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날 파키스탄 국방위원회의 성명은 미국에 대한 경고장이다.

같은 날 파키스탄 외교부가 캐머런 먼터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해 항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취해진 조처다. 살만 바시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먼터 대사에게 빈 라덴 사살 작전은 파키스탄의 안보와 주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향후 영공 침해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시르 장관은 미국이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파키스탄에 사전 통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먼터 대사는 파키스탄 영공 침해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대한 파키스탄의 잇따른 강경한 항의성 조치는 자국 내 여론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길라니 총리는 전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여론이 당신들(미국)을 반대한다면 나는 저항할 수 없다"며 "나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길라니 총리는 미국과 "신뢰의 결손"이 발생했다면서 "왜 미국이 일방적으로 (작전을) 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우리가 함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 협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뢰 결손이 생기면 정보 공유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양국 간 신뢰에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묻는 <타임>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 탓이 아니다. 그들(미국)에게 물어보라"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잇다. ⓒAP=연합뉴스

파키스탄, 미국과 대립 속 中‧러시아에 '손짓'

그러나 파키스탄이 미국에 완전히 등을 돌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길라니 총리는 9일 의회 연설에서 "현 상태에서 파키스탄과 미국의 공식적이고 외교적인 소통관계는 건설적이며 솔직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파키스탄과 미국의 유대관계를 강조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의 동맹군이 된 파키스탄에 180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군사비로 들어갔지만,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학교와 도로 건립 등을 지원하기 위해 75억 달러를 추가로 보내는 방안의 미 의회 승인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파키스탄과의 갈등이 생겨난 이후 몇몇 미 의원들은 파키스탄이 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파키스탄 원조와 양국 동맹관계를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항의에도 아랑곳않고 무인정찰기 공격을 계속 감행하고 있다. 길라니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공습이 있을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미국은 지난 6일과 10일에 이어 12일에도 무인정찰기 공격을 감행해 무장단체 소속 5명을 숨지게 했다.

하지만 미국 역시 파키스탄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만은 없다. 미국은 내륙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카라치항(港)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국가 중 유일한 핵보유국이어서,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인 '비확산'을 감시하기 위해 미 정보기구 요원들이 파키스탄 국내에 체류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파키스탄이 아예 미국에 등을 돌린다면 이는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이날 파키스탄이 중국과 러시아에 연달아 우호적인 손짓을 보낸 것도 미국에 보낸 일종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테러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라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진 않지만 우리의 심장은 함께 조화롭게 뛰고 있다"며 러시아에 강한 친밀감을 표현했다.

길라니 총리 역시 중국이 건설을 주도한 펀자브주 원자력발전소 개소식에 참석해 "이번 원전 완공은 원자력 과학기술 분야에서 파키스탄과 중국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증명한 또 하나의 사례"라며 "양국 간 최상의 우호 협력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파키스탄에 힘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다음주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을 파키스탄에 보내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케리 위원장은 빈 라덴 사살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내주 초 파키스탄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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