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굶고 있다" 북미 FTA 18년의 참상
[해외시각] "이래도 지고 저래도 지는 게 FTA 게임의 법칙"
2011.11.22 17:34:00
"멕시코가 굶고 있다" 북미 FTA 18년의 참상
"○○ FTA는 투자자들에게는 폭넓은 권리를 허용하지만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립서비스'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좌빨'의 발언이 아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하이오주(州) 유세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했던 말이다. 당시 오바마는 "나는 중미 FTA(CAFTA)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NAFTA에도 반대했다"며 "앞으로도 NAFTA 같은 무역 협정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3년 후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한국과의 FTA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비판자들은 FTA가 국제 투자자본에만 이득이 될 뿐 미국과 상대국 모두의 성장과 금융 안정성, 일자리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도 FTA는 여야 간, 계급 간, 진영 간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FTA가 체결되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물, 식량, 의료, 행정 등 기초적 삶의 조건들이 악화되리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FTA 찬성론자들은 이를 '괴담'으로 치부한다.

지난 1994년 NAFTA가 발효된 이후 멕시코의 상황이 FTA 이후 한국의 앞날을 점치는데 유효한 가늠자가 될 수 있을까? 로라 칼슨 멕시코시티 국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미국 <포린폴리시인포커스>(FPIF) 칼럼을 통해 NAFTA 이후 멕시코의 모습을 소개했다.

전체 인구의 25%, 어린이들의 20%가 영양실조 상태임에도 병적인 비만율 또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의 상황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2003년 국제 식량회사 '콘프로덕트인터내셔널'(CPI)이 멕시코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제소해 배상금 5840만 달러를 타낸 사례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멕시코의 참상이 FTA 때문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를 한국의 미래로 볼 수도 있는 것일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한국 농민들의 FTA 반대 시위 ⓒ프레시안(최형락)

NAFTA 때문에 굶주리는 멕시코

NAFTA가 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 이후 수백만 명의 멕시코인들이 기아 상황에 놓였다. 농장 노동자들은 나라 전체를 먹여살릴 만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유혈이 낭자한 '마약과의 전쟁'이지만 많은 멕시코인들은 조용하고 완만한 기아라는 폭력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는 '음식 부족' 상태(기본적인 식품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직면해 있는 멕시코인들의 수가 2008년 1800만 명에서 2010년 2000만 명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멕시코 어린이들의 20%가 현재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기준 국립영양연구소(NIN)의 혁신적인 (기아 퇴치) 일일 프로그램에는 72만8909명의 5세 미만 영양실조 아동이 등록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5%가 기본적인 음식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식량위기 이래 적절한 음식을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 비율은 3% 증가했다. 영양실조 아동의 수는 올해 정부가 줄이려 한 목표치를 40만 명이나 초과했다. 신생아들의 영양실조 지수도 심각하다. 이는 산모의 건강 상태로부터 비극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멕시코인들의 식생활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은 NAFTA 이후다. 이는 수백만 명이 단지 고픈 배를 움켜잡고 침대로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멕시코는 지난 15년 동안 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병적인 비만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아동 비만과 과체중, 당뇨는 고질적 기아와 함께 주요한 보건 사안이 됐다.

이는 부자들이 지나치게 뚱뚱하고 가난한 자들이 지나치게 말랐다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불평등 때문에 모두가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어렵지만 말이다. 비만은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마실 수 있는 물에 접근할 수 없어 싸구려 '코카 콜라'를 마시고, 더 이상 신선한 '로컬 푸드'(지역에서 생산된 음식)를 구할 수 없어 아이들에게 감자칩 한 바구니를 안겨줘야만 하는 것은 바로 가난한 자들이다.

국제 비만 연구 학술지는 전 세계에서 이른바 '서구식 식단'(학술지의 정의에 따르면 "포화지방과 설탕 함유량은 높지만 식이섬유 함유량은 낮은 정제된 음식")이 퍼져 있는 것은 곧 "비만의 고통이 가난한 자들에게로 옮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NAFTA 세대'는 이런 패러다임을 아주 잘 보여 준다. 식량 연구가이자 활동가인 라즈 파텔이 "포식했지만 굶주렸다"(stuffed and starved)고 묘사한 상태 말이다.

(파텔의 책 <경제학의 배신>(북돋움 펴냄. ☞서평 바로보기)과 <식량전쟁>(영림카디널 펴냄)은 국내에도 출간돼 있다. 'stuffed and starved'는 <식량전쟁>의 원제다 : 편집자)

국제 식량가격의 상승으로 또다른 식량 위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멕시코는 기아의 확산과 그 결과로 인한 식량 폭동 등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폭동이 폭력 사태로 이어지거나 아랍 국가들에서 발생한 것 같은 사회적 대격변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언론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NAFTA의 식량 (불)안전보장 모델

무엇인가 끔찍하게 잘못됐다. NAFTA에 서명하면서 번영이 예정돼 있던 것만 같았던 이 나라는 식량 유통 체제에서의 극심한 구조적 문제의 국제적 사례가 됐다. 식량의 생산에서부터 무엇을 얼마나 소비할 것인지까지 말이다.

멕시코의 영양실조 문제는 자신들이 소비할 기초적 식량 생산에서 '식량안보' 모델로의 이행을 강제한 NAFTA와 다른 신자유주의 프로그램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식량안보'란 한 국가의 안보가 식량을 수입할 만큼의 충분한 소득이 있냐에 달려 있다는 가정이다. 이 모델은 농장의 고용을 식량 안보와 분리하며 한 국가 내의 식량 접근에 대한 불평등은 무시한다.

식량안보 개념은 NAFTA의 배경이 됐던 '비교우위론'과 직결된 시장 접근에 기초를 두고 있다. 비교우위론이란 단순히 말해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 각국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생산 잠재력을 집중시켜야 하며 무역 자유화가 국경을 넘는 (시장)접근을 보장하리라는 것이다.

비교우위론에 입각하면 멕시코의 대부분 지역은 주 식량 작물인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산출량이 교역 상대국들인 북쪽 이웃나라 미국, 캐나다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멕시코는 옥수수는 수입으로 대체하고 경작지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작물들을 재배하는데 전력했다. 예를 들어 열대 과일이나 채소, 계절에 맞지 않는 과채류(한국이라면 겨울 수박과 같은 : 편집자) 같은 것 말이다.

단순명쾌한 얘기다. 옥수수 농사를 짓던 300만 명의 비효울적인 농부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들어내 그들의 값싼 노동력이 '비교우위'를 형성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제 공업으로 옮겨주기만 하면 된다. 토착 공동체의 쇠퇴나 완전한 농노제를 선언하는 것과 같은 인간적‧문화적 결과는 이 방정식을 푸는데 있어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다.

NAFTA 발효 17년 후 200만 명의 농민이 정부 지원도 없이 헐값에 토지를 넘기고 떠났다. 그들은 산업계에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대신 그들 중 다수가 대규모 인구이동의 일부가 됐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이주는 연 50만 명에 달한다. NAFTA 발효 후 초기 몇 년 동안 옥수수 수입은 3배로 늘었고 생산자 가격은 반으로 떨어졌다.

한 작물에서 다른 작물로의 전환은 대부분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가격은 유동적이었고 생산량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또 돌이 많은 소규모 농지에서 이런 방식은 전혀 적합하지 않았다. 이 땅들은 과거 옥수수를 키워내며 농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식량을 보장해 주었던 곳이다. 틈새시장도 총 농업 생산량의 2% 이상으로 성장하는데 실패했다.

산업적 농업과 농산품 수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지역은 이주노동자들인 농업 노동자들에 대한 극악무도한 권리 침해와 광범위한 환경오염, 물 낭비, 토지와 자원의 극단적인 집중화를 특징으로 한다.

굶주리는 자들에게 이는 누가 밥을 먹고 누가 굶주리는지를 국제 시장 가격이 정한다는 의미가 됐다. 멕시코 소비자들은 이제 또띠야(멕시코인들의 주식인 옥수수 전병 : 편집자) 등 늘상 먹는 음식을 사는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국제 식량가격의 급상승은 기본 식량을 수백만 멕시코 빈곤층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어내 버렸다.

식량 의존성

NAFTA 이후의 멕시코에서 국내 식량 소비량의 42%는 수입이다. NAFTA 이전 멕시코는 식량 수입에 18억 달러를 썼으나 지금은 24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쓰고 있다. 멕시코 학자 에르네스토 라드론 데 게바라는 몇몇 기초 작물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지적한다.

멕시코는 쌀의 80%, 대두(大豆)의 95%, 기타 콩류의 33%, 밀의 56%를 수입한다. 멕시코는 또 세계 제일의 분유 수입국이다. 한때 번창했던 멕시코의 낙농업을 NAFTA가 결딴내 버렸고 시장이 초국적 분유 산업에 점령당한 사태는 유아들의 영양실조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멕시코는 국내 소비량의 33%를 수입한다. 33%란 숫자는 많아 보이지 않지만 실제 소비량은 엄청나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착시다. 라드론 데 게바라는 NAFTA 이전 수입량은 25만 톤 정도였으나 1300만 톤으로 늘어났다고 전한다. 초국적 무역 회사들은 국산품보다 수입품을 더 선호하는데 이는 미국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신용거래 방식 때문이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옥수수도 수입하고 돈도 수입하는 두 배로 남는 장사"다.

미 농무부는 현재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멕시코는 식량의 80%를 외국(주로 미국)에서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의 정의에 따르면 식량 수입에 쓰이는 돈이 총 수출액의 25% 이상인 국가는 식량 의존국이다. 산유국의 경우 이런 정의는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나라들도 국민들을 거둬 먹이고 기본 식량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쇠퇴했음이 목격되고 있다.

게임의 규칙 :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네가 진다"

멕시코의 식량 체계를 기업이 접수한 사태는 식량‧보건 분야의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초국적 식량 회사들은 단지 멕시코 내로 식량을 자유롭게 수입하는 업자일 뿐만 아니라 생산자이며 수출자이고 수입자다.

NAFTA 이후 기업들은 믿어지지 않는 양의 인적‧자연 자원을 먹어치웠다. 축산업은 지역 시장을 위한 소규모 농장에서 타이슨, 스미스필드, 필그림즈프라이드와 같은 축산 대기업의 손으로 넘어갔다. 대규모의 수자원 사용과 수질‧토양 오염은 전국에 걸친 보건‧환경적 재앙을 낳았다. 산업화된 사육 기법과 집중화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없앴다.

콘프로덕트인터내셔널(CPI) 기업의 사례를 보자. 초국적 기업인 CPI는 옥수수로 만든 음료수용 과당 시럽에 멕시코 정부가 부과한 세금 때문에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2003년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NAFTA에 소송을 제기했다. 멕시코가 이 세금을 부과한 이유는 수천 명의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많은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사탕수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또 멕시코 정부가 NAFTA 체제 하에서도 미국 설탕 시장의 두터운 진입 장벽을 뚫지 못해 좌절을 맛본 탓도 있었다.

2008년 NAFTA 중재심판위원회는 멕시코 정부가 CPI에 584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멕시코는 올해 1월 25일 이를 완납했다. CPI는 판결이 있었던 그 해 370억 달러의 순이익을 봤다. 멕시코 정부가 CPI에 낸 배상금은 빈곤층 5만 가구에 기초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액수다.

CPI가 100% 소유한 자회사 '아란시아 콘프로덕트'는 국제적 대기업 카길, '마세카/아처스 대니얼 미들랜드' 등과 함께 멕시코 내에서 가장 강력한 초국적 식량기업 가운데 하나다. 많은 농업 기업들은 국제 식량가격 상승에 맞춰 수확물들을 사재기함으로써 2007년 또띠야 위기를 불러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멕시코 국내 시장을 고사시켜 매입가의 두 배 가까운 가격으로 되팔았다. 2007년 또띠야 위기란 수만 명의 멕시코인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또띠야 가격이 50%나 오른데 항의한 사건이다.

NAFTA와 다른 FTA들은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가게에서 무엇을 살지, 누가 일자리를 얻고 누구는 얻지 못할지, 로컬 푸드로 지탱됐던 한 마을이 살아남을지 무너질지를 결정할 권력을 기업의 손에 쥐어줬다.

굶주린 자들에겐 밥을, 제도엔 개혁을!

멕시코 단체들은 지난 몇 해의 분열을 딛고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광범위하게 망가진 제도를 고치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최근 멕시코 헌법을 수정해 식량에 대한 권리 조항을 포함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를 농촌 예산에 적용해 그 '권리'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싸움이 진행중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소농 단체들과 가족 단위 농장주 단체들이 연합해 기초적 식량과 농업 분야는 협정문에서 빼도록 NAFTA 재협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공정 무역 개혁에 대한 공약에서 180도 선회했고 이 때문에 정치적 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 대신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의 소작농 단체들은 풀뿌리 차원의 운동과 노력을 통해 위기가 더 악화되기 전에 식량 체계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멕시코 단체들은 식량과 농업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 단체들은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에 자신들의 요구를 결합시키기 위한 모색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뉴욕시(市) 총회에서 제기된 불만 사항 중 하나는 "대기업들은 태만으로 식량 공급 체계를 망쳐 놓았고 독점으로 농업 체계를 위협했다"는 것이었다. 식량 운동가들은 이제 기업으로의 식량 집중, 상품 투기, 가격 인상, 자유 무역과 같은 문제를 일반적 시위대들의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NAFTA가 보장한 기업에 의한 식량 체계 통제는 단지 멕시코인들만을 굶주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식량 체계를 전 (북미)지역에 강제한다. 상황이 저절로 나아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위기가 심화될수록 시민운동은 자신들의 건강과 삶,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열기를 띠며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 있다. 미래에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 그리고 과연 뭘 먹을 수나 있을지는 그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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