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 탈퇴 첫 공식 언급…유로존 붕괴설 재점화
[분석] 헝가리 이탈리아서도 끝없는 논란…'새해' 없는 유럽
2012.01.04 12:18:00
그리스, 유로존 탈퇴 첫 공식 언급…유로존 붕괴설 재점화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정부의 공식 언급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새해 벽두부터 그리스발 유로존 붕괴설이 대두되는 모습이다.

판테리스 카프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이 집행되지 않으면 유로화를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유로존에 머물기 위해서는 추가 긴축조치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사진은 그리스 의사당 앞에서 경찰들이 시위대 진입을 막기 위해 진을 친 모습. ⓒAP=연합
채무탕감 50% 난항

<AP> 통신은 그리스 정부가 이처럼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그리스 국채에 대한 은행과 투자사 등 민간 채권단이 50%의 채무탕감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채무탕감도 추가 구제금융의 전제 조건이다.

또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요구되는 긴축조치를 시행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추가 구제금융을 받아도 그리스가 디폴트 위기를 벗어나려면 더 강도 높은 긴축조치가 요구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필요한 긴축조치들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리스가 실천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 자체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중앙은행장 출신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가 이끄는 임시 내각이며, 오는 4월로 예정된 조기 총선으로도 강력한 정부가 등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사회적 분열이 심각하다.

그리스는 이미 2010년 5월 110억 유로(약 160조원)를 1차 구제금융으로 받았고, 지난해 말 1300억 유로(약 200조원)를 추가 지원받기로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자금을 집행할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들은 긴축재정 등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이달 하순 실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그리스는 오히려 끝까지 자신들을 지켜주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이다.

그리스 정부 "향후 3~4개월 내 매우 중요한 시기"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1분기 내에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파프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도 "향후 3~4개월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면서 과도내각 존속 기간에 그리스의 운명을 좌우할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로존을 넘어 전방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로존에서 유로존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재정위기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 헝가리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그동안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어렵지는 않다고 큰소리를 쳐오다가, 결국 150~200억 달러(약 20~30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이달 중순쯤 국제통화기금(IMF)과 공식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구제금융을 주는 쪽에서 헝가리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헝가리 의회는 이런 취지와는 거리가 먼 법안을 처리하자 예비 협상조차 중단됐다.

이에 따라 헝가리가 IMF 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고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헝가리 화폐 포린트화 가치는 3일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급락했다.

"헝가리 시민, 경제파탄 속 집권당 권력집착에 분노 폭발"

전날 헝가리에서는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최대의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부다페스트에 모인 10만명 이상의 시민들은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피데스 당이 인권보장과 중앙은행 독립성 등을 훼손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한 것을 성토했다.

문제가 된 법안에는 대통령이 직접 중앙은행 총재뿐 아니라 부총재까지 임명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장 임명권을 국회로 이전해 법원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조항이 들어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경제에 대한 불만이 겹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는 파탄이 났는데, 집권당이 권력 유지에만 급급하는 모습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를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몰고갈 뇌관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도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중심국답지 않게 구제금융설까지 나돌 정도로 재정위기가 심각한 이탈리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긴축정책과 함께 경제성장을 위한 소비활성화 조치에 나섰지만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마리오 몬티 총리가 정치인 출신을 일체 배제한 비상내각을 구성해 '이탈리아 구하기'에 나섰지만, 노동계와 서민만 희생시키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는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새해부터 마트, 음식점, 술집이 일요일·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24시간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수년 동안 침체했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대형 마트나 음식점, 술집은 평일에는 오후 10시까지만 문을 열었고, 일요일·공휴일엔 문을 닫아야 했다.

재계와 기득권층에서는 '혁신적인 조치'라고 환영했지만, 이탈리아 상인연합회와 상인노동조합은 즉각 "영업시간 규제를 풀면 상당수 영세상인들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이번 조치를 규탄했다.

이탈리아, 배부른 정치인에 서민 쥐어짜기 개혁에 갈등 고조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정치인 출신의 몬티 총리의 개혁 조치가 성공하려면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개혁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큰 이탈리아에서 국민의 불만을 키우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원들은 유럽 주요국 의원들 중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세간의 비난이 정부의 위탁을 받은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보고서는 이탈리아 하원의원들의 급여 수준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6개 나라와 비교한 결과, 이탈리아 하원의원 1명이 매달 받는 급여는 평균 1만1283유로(1686만 원)로 네덜란드 8503유로(1271만 원, 스페인 2813유로(420만 원) 등과 비교됐다.

그뿐이 아니라 이탈리아 하원의원들은 급여 외에 제공되는 특전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의원들에게는 매달 3503유로(524만 원)가 생활비 명목으로 면세 혜택이 주어지며 열차와 항공기, 선박, 고속도로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매달 3690유로(552만 원)의 사무실 유지비를 의원들에게 지급하기까지 한다.

<AP> 통신은 "나라는 부채위기로 일반 국민들은 세금인상과 노동시장 및 연금 정책 개혁조치로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 결과으로 정치권이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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