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자한 박정근이 이적행위?"…외신 일제히 비판
앰네스티 "풍자도 이해 못하는 안타까운 한국 정부"
2012.02.03 13:33:00
"北 풍자한 박정근이 이적행위?"…외신 일제히 비판
북한 체제를 조롱하는 뜻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 등의 게시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린 것이 국가보안법 7조1항 위반(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는 한국 검찰의 판단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와 외신이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리트윗(재전송)해 구속된 박정근(23) 씨 사건을 소개하며 "'우리민족끼리'는 한국 언론들이 보도를 위해 정기적으로 인용하는 사이트"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기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가 박 씨는 지난달 '논쟁적인'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됐다"면서 "국보법은 '이적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떤 행위가 이적행위인지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박 씨가 최대 징역 7년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면서 "모든 농담에 대해 조사관에게 정색하고 설명해야 한다니 우스꽝스럽고 모욕적"이라는 박 씨의 말을 전했다. 박 씨는 이같은 게시물을 올린 이유에 대해 '풍자'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가인 박 씨는 북한 포스터에 나온 북한 군인의 웃는 표정을 우울한 표정으로 바꾸고, 군인의 손에 들린 총을 양주병으로 바꾼 풍자물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또 박 씨는 사회당 당원으로 당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사회당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정당으로 과거 '반(反) 조선노동당'을 기치로 내세울 만큼 북한 체제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 왔고 북한 인권 문제와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역시 강력히 비판해 왔다. 박 씨도 트위터에서 스스로를 '청년대장'으로 지칭하면서 자신 또한 사진관을 아버지로부터 '세습'받았다고 말하는 등 김정은 체제를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목적이 풍자였든 뭐든 '북한 찬양글을 리트윗한 것은 맞으므로 처벌에 문제가 없다'는 기계적 입장이다. 검찰은 "사회당원 여부 혹은 장난이나 패러디 여부와 관계없이 국보법에 위배되는 행위 그 자체로서 기소한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러나 신문은 "현지 인권 단체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의 군사 정부처럼 국가보안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정부 비판을 위축시키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국보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사례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2010년 수사 대상자는 151명으로 전 정권 말기인 2007년 39명의 4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온라인에서의 친북 활동으로 기소된 경우도 2008년 5명에서 2010년 82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한국 경찰이 2011년 1~10월 동안에만 6만7300개의 웹페이지를 '북한을 찬양하고 한국과 미국을 비난해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폐쇄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유엔(UN)과 인권 단체들은 오랫동안 한국 정부에 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요구해 왔다"면서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도 자국 시민들의 북한 웹사이트 접속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의 정책에 따라, 북한의 발표를 전달하고 해석하는 것은 북한 매체에 접근할 특권을 가진 상대적 소수의 관료와 언론인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BBC> 방송도 같은날 박정근 사건 관련 소식을 전하며 국가보안법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은 "국제앰네스티(AI)와 다른 인권 단체들은 국가보안법이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법이 남용되고 있음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AP>·<AFP>·<UPI> 통신과 미국 <CBS>·<MSNBC> 방송, 호주 일간 <더 오스트레일리안> 등도 관련 소식을 전했다. 외신들의 보도는 AI의 입장 발표 이후 많이 늘어났다.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 화면캡쳐

AI는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한국 정부는 즉각 박 씨를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샘 자리피 AI 아시아·태평양국장은 "박정근 사건은 국가 안보에 관한 사건이라기보다는 한국 정부가 풍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슬픈 사건"이라고 말했다.

자리피 국장은 "자신의 의견을 평화롭게 표현하는 이들을 구속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박정근 기소는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매우 오랫동안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기본적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사회에 재갈을 물려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에 대처한다기보다는 사람들을 겁주고 그들의 언론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적용되고 있다"면서 "이 법은 국제인권법에 맞게 개정되어야 하며, 정부가 이런 개정을 할 수 없다면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AI는 "군사 정권이 끝났음에도 2008년 이후 한국 정부는 국가보안법 적용을 점점 늘려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 특히 경찰·검찰·국정원은 국가보안법을 대북정책 등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인사를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박 씨가 자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 공산주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북한 문화에 관심이 있고 그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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