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고위간부의 폭로 "고객은 '봉'일 뿐이다"
파생상품 책임자 <뉴욕타임스>에 공개 사표 "경영진이 도덕적 타락 초래"
2012.03.15 12:31:00
골드만삭스 고위간부의 폭로 "고객은 '봉'일 뿐이다"
악명 높은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고위 임원의 '공개 사표'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재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파생상품 실무책임자인 그레그 스미스가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골드만삭스는 돈 벌기에만 몰두하고 고객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등 도덕적으로 타락한 내부 문화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기고문에서 "골드만삭스는 고객을 '봉'으로 안다", "현재의 최고경영자와 사장이 골드만삭스의 기업문화를 망쳤다"는 등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미 골드만삭스가 탐욕스런 월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고위 임원의 '자폭성 폭로'까지 겹치면서 수습이 힘든 상황이다. 또한 이 기고문도 각종 소셜 미디어 등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받은 파생상품이 부실한 것인지 알면서도 고객들을 기만한 혐의로 줄소송을 당하고 있고, 소송을 피하기 위해 사상 최대의 합의금을 계속 치르고 있는 등 위기에 몰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나친 영업 행태로 돈 냄새가 나는 것은 무엇이든 끈질기게 빨아들이는 '흡혈 문어'로 묘사되고, 현재의 최고 경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도 의회 청문회에서 자신들은 '`신(神)의 일'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고,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등 공분을 사는 행태를 보여왔다.

스미스의 기고문은 골드만삭스가 외부에서 왜 이런 말을 듣게 됐는지 적나라게 보여주는 최초의 '내부 고발'로 여겨진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 블랭크페인. 그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골드만삭스의 기엄문화를 도덕적으로 타락시켰다고 맹비난하는 한 고위 임원의 공개사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사람들을 오염시키고 파괴시키는 독성 문화"

오늘은 골드만삭스에서 내가 일하는 마지막 날이다. 스탠퍼드 대학 시절 여름 인턴 사원으로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이후 거의 12년을 일했다. 뉴욕에서 10년, 지금은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 회사의 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만큼 오래 일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 회사의 속성이 어떤지도 알만큼 안다.

솔직히 말하건데, 현재 골드만삭스의 환경은 사람들을 오염시키고 파괴시키는 독성을 띠고 있다.

최대한 단순하게 이 문제를 표현하자면, 이 회사는 돈벌이에만 몰두해 고객의 이익은 안중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최대이자 가장 비중있는 투자은행이며, 글로벌 금융권에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이런 식의 영업 행태를 지속하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내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와 너무 딴판이어서, 이제 더 이상 양심적으로 이런 문화에서 적응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내 말이 너무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에서 문화는 항상 성공의 핵심 요소였다. 예전에는 팀워크와 성실, 겸손, 그리고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일하는 문화였다. 지난 143년간 고객의 신뢰를 얻는 비결이 바로 이런 문화였고, 골드만삭스가 대형 투자은행으로 성장한 원동력이었다.

돈 버는 데만 몰두했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을 버텨오지 못했을 것이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회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만든 문화의 흔적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에게는 자부심이나 믿음 같은 것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10년도 넘게 나는 강도 높은 면접 과정을 거쳐 신입사원을 뽑고 연수생들을 교육하는 일을 해왔다. 전세계의 대학을 찾아 신입사원 모집을 위해 보여주는 우리 회사의 소개 동영상에 등장하는 10명의 직원이 있는데, 나는 3만 명이 넘는 직원 중에서 뽑히기도 했다.

학생들의 눈을 보면서 이 곳이 훌륭한 일터라고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내가 떠날 때가 됐다는 것을 알았다.

"블랭크페인과 개리 콘이 기업문화 망쳐"

골드만삭스에 대한 기록이 쓰여진다면, 현재의 최고경영자 로이드 C. 블랭크페인과 개리 콘 사장이 이 회사의 문화를 잃어버린 것으로 평가할 것이다. 나는 골드만삭스의 도덕적 정신이 쇠퇴한 것이 장기적인 생존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믿는다.

나는 1조 달러가 넘는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회사의 수익이 좀 줄더라도 고객에게 좋다고 믿는 것을 조언한다고 항상 자부해왔다. 골드만삭스에서 이런 태도는 점점 경원시되고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회사가 리더십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이다. 골드만삭스에서 리더의 자리에 빨리 오르는 방법 3가지가 뭘까?

첫째, 잠재적인 수익성이 떨어져서 처분하려고 하는 주식 등의 상품들을 사도록 고객을 설득한다. 두번째, 고객들이 골드만삭스에게 최대의 수익을 뽑아내는 것들을 거래하게 한다. 세번째, 유동성이 떨어지고, 설계가 복잡한 상품 판매의 담당자가 되라. 이런 것이다.

파생상품 판매를 위한 회의에 들어가보면, 고객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묻는 질문이 나오는 경우는 한순간도 없다. 그저 고객들로부터 어떻게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만 논의한다.

"고객을 위한 질문은 한순간도 나오지 않는 회의"

직원들이 고객을 벗겨 먹을 얘기만 태연히 하는 광경을 보면 역겹다. 지난 1년간 자신의 고객들을 '봉'이라고 부르는 임원만 다섯 명을 목격했다.

고위 경영진들이 간단한 진실을 얼마나 깨닫지 못하는지 놀랍다. 고객의 신뢰가 없다면 결국 고객들은 우리와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소용없다.

요즘 젊은 애널리스트들에게서 파생상품에 대해 듣는 가장 흔한 질문은 "이걸로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나요?"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괴롭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경영진들로부터 요구받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객이 없다면 돈을 벌 수도 없고, 살아남지도 못한다. 그러니 아무리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준다고 해도 도덕적으로 파산한 임직원들은 솎아내야 한다.

기업 문화를 바로 잡아서 올바른 목적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직원들은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이 회사를 지속시키거나, 고객의 신뢰를 붙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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