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공립학교 교사 25년만의 총파업, 그 '불편한 진실'
[해외발언대] "미 정치권은 왜 초당적인 '교사 때리기'에 나섰나"
2012.09.12 17:26:00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 25년만의 총파업, 그 '불편한 진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미국 3대 대도시인 시카고에서 2만 6000여 명의 공립학교 교사들이 25년 만에 파업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현지 교원노조의 주도로 교사들의 파업은 이틀째 이어졌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와 지지율에서 초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는 오바마 대선 캠프는 이번 사태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노조를 주요 지지층으로 여기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정치적 교향이라는 시카고에서, 그것도 비서실장을 지내며 '오바마의 남자'로 불리는 람 이매뉴얼이 시장으로 있는 도시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로 자칫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1일 <가디언>에 게재된 '시카고 파업은 교사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전형적인 공격(The Chicago Strike Is Typical of American Politicians' War on Teachers)'이라는 글은 교사들이 '초당적인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리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줘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 2만6000명에 달하는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들이 11일(현지시간) 이틀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

아이들 인질로 돈 노리는 악당으로 묘사된 교사들

시카고 교사들의 파업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교사 때리기'는 신나게 이뤄져온 일이다. 요즘 교사들은 투쟁을 위해 어린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탐욕스럽고, 게으른 악당들로 비난하는 얘기를 듣고 있다. 교사가 직업을 선택한 것은 어린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전적으로 후한 월급을 노린 동기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그들에게 주는 돈이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얘기도 부각된다.

이번 파업이 아이들에게 영구적인 상처를 주고 미래의 수입을 망치고, 최소한 그들의 학업성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교사들은 이런 공격에 자신들은 돈 때문에 파업하고 있는 게 아니며, 임금문제는 교원노조와 교육청이 합의에 거의 도달했다는 입장으로 방어하려 할 것이다. 나아가 학급 단위 인원을 좀 더 줄이고 온난방 시설이 된 교실처럼 많은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해 원하는 사항들을 요구한다는 점도 지적할 것이다.

람 이매뉴얼 시장이 요구하는 교사평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학생의 성적과 교사평가를 연결하는 것은 교과목을 표준적인 시험을 위한 과목으로 대체하게 만드는 관료적 발상이며, 학부모와 학생들도 이런 식의 교과목을 배워야 하는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형편없는 공교육'의 주범들로 몰린 교사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별로 소용이 없을 것이다. 대체로 계약이란 가장 옳은 주장을 하는 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다. 협상은 힘의 문제이며, 누가 더 많은 힘을 갖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교원노조를 비롯해 노조, 특히 공공분야의 노조들이 지기기반이 약해져 왔지만, 노조가 있는 직업들 중 교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인, 싱크탱크 등으로부터 어떤 직업보다 심하게 공격을 받아왔다.

돌이켜보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한때 교사들은 지역사회의 영웅으로 갈채를 받았다.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는 '스펙'의 소유자들이 아이들과 배우는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해, 격무와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교육자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교사들은 경찰과 소방관들처럼 신성한 직업으로 존중받았다. '교육을 아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얻고 싶은 정치인들은 교원노조의 지지를 받는 것을 큰 상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원노조는 알카에다와 바이러스 사이 중간에 위치한 혐오스러운 대상이 되어버렸다. 하룻밤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재정위기, 자립형 사립고 등 재원이 풍부한 학교 산업의 득세 등의 요인들이 합쳐지면서, '형편없는 공립학교'라는 희생양이 필요해졌던 것이다.

공립학교가 형편없어진 원인이 불공평한 재산세제나 무책임한 학교 이사진, 빈곤과 실업, 마약경제, 가정 불안 등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런 것들은 원인이 아니란다. 아이들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아이들 교육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우기는 교사들 탓이란다.

'교사 때리기'를 정치적 업적으로 삼는 자치단체장들

교원노조들은 자신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고, 위험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차렸다. 저열하고 날조된 근거로 된 공격에도 취약했다. 교사들이 연금과 직업안정, 집단교섭권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도, 다른 노동자들은 있는 권리조차 잃고 있거나 가진 적도 없다는 현실에서 먹혀들지 않았다.

이런 실패들로 뉴저시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가 '교사 때리기'를 자신의 정치적 핵심업적으로 삼는 길을 열고, 위시콘신 주지사 스콧 워커 등 다른 자치단체장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오바마가 나서준다고? "절대 그럴 일 없다"

시카고 교사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이런 정치적 분위기가 쉽게 바뀔 가능성은 적다. 그들은 대선을 앞두고 이번 파업에 총력을 기울이면, 당혹한 오바마가 이매뉴얼에게 압력을 넣어 협상을 타결하도록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낌새를 보니 그런 결과가 얻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파업이 '민주당과 교원노조 모두가 지는 게임'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인 노동자들을 배신하거나 기득권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며, 이미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밝혔다.

오히려 이매뉴얼처럼 갈등의 상황을 덜 꺼리는 민주당 정치인에게 이번 파업은 기업친화적인 진정성을 과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은 이매뉴얼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벌써 밝혔다. 시장과 의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교사들을 비난하는 것보다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현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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