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를 끊어야 소 값 폭락 막을 수 있다"
[기고] 쇠고기의 불편한 진실
"쇠고기를 끊어야 소 값 폭락 막을 수 있다"
소 값 폭락으로 축산 농가의 고통이 크다. 한 여름 비바람에 고추가지 하나가 부러져도 가슴이 쓰린데 기르는 소에게 먹이를 제대로 줄 수 없는 처지의 농민 심정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소를 일부러 굶겼다 해도 마찬가지다. 악에 바친 그 농민의 허탈과 분노의 크기가 짐작되지 않는가? 지금의 한국 농민 전체 정서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날치기 처리 하더니 어느새 한중 FTA를 추진하고 있다. 농민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전 국민에 대한 협박이다. 소를 죽게 한 것은 해당 농민이 아니라 이 정부다.

구제역과 소 값 폭락은 같은 맥락이다

분분하기 짝이 없는 소 값 폭락에 대한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은 하나 같이 빗나가 있다. 소 값 안정을 위해 당장 소 40만 마리를 북으로 보내자는 주장이 나왔었다. 축산 농가뿐 아니라 굶주리는 북의 인민을 생각하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북한 사람 다 굶겨 죽일 거라는 반론에 부딪쳤다. 소고기 1인분은 곡식 14인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지금 소떼가 휴전선을 건너야 한다!(김헌식), "북한 주민 굶겨 죽이려면 소떼를 北으로 보내라!"(박상표))

송아지 고기 시판과 처녀 암소 고기를 브랜드화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한마디로 육식 장려책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소 파동이 사라질 거라고 믿을까.

고기를 많이 먹으면 축산 파동은 더 큰 규모로 일어날뿐더러 그 파동의 주기는 더 짧아질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은 매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11년 한 해 국민 1인당 고기 소비량은 38킬로그램을 넘었으리라는 추산이며 소고기 역시 1인당 9킬로그램에 육박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암소를 선별 도축하자는 안이 정부 기관에서 나왔다. 도살 자금 300억 원을 긴급 투입한단다. 농협은 10만 마리 암소 도축 계획을 발표했다.

작년에는 구제역으로 14만 마리의 소를 생매장하더니 이제는 소 값 안정을 위해 10만 마리를 도살한다? 바로 이 부분이다. 이번 겨울은 구제역이 없는데도 구제역 때 수준의 소를 도살해야 한다면 도대체 문제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뿌리부터 문제를 다시 봐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겨울의 구제역 참상이나 지금의 소 값 폭락 사태를 일으킨 근본 원인은 같다고 보여 진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다.

소 값 폭락의 원인을 고기 많이 먹는 때문이라고 하면 황당해 할지 모른다. 고기를 그만 먹어야 소 파동의 연례 행사는 비로소 막을 내릴 것이고 농민의 아픔도 사라질 것이다. 다른 어떤 대안도 미봉책이다. 이런 진단은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국민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매년 증가 했지만 소 값 파동을 막지 못해 온 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뉴시스

"육식하는 사람들이 지구를 먹어 치운다!"

빗나간 대책들은 더 큰 화를 부를 게 뻔하다. 축산업의 재앙은 연례 행사처럼 주기적으로 온 나라를 뒤 흔들 것이다. 소 뿐 아니다. 돼지, 닭, 오리 등도 잠재된 재앙의 근원지다. 고기를 안 먹는 게 근본 대책이다. 축산과 육식 문화를 넘어서지 못하면 축산 농가는 물론이고 농업, 농촌, 농민의 미래는 없다.

이를 극단적인 채식 단체의 주장쯤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농업, 농가 부담이 가중되는 중심에는 축산이 있다. 숲이 파괴되고 물이 오염되는 것, 각종 성인병, 수인성 전염병에는 역시 축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인도의 마네카 간디는 "육식하는 사람들이 지구를 먹어 치우고 있다"고 말한다.

작금의 축산 농가 고통은 그래서 정부 책임만이 아니다. 고기를 탐하는 모든 국민의 책임이다. 돈벌이 축산에 나서는 농민 자신의 문제다.

기후 변화부터 토지와 물의 남용과 오염, 인간 건강의 문제까지 축산이 관여 되어 있다. 시골마다 내 걸려 있는 주민들의 축산 관련 항의 현수막은 축산이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현장들이다. 에너지 과다 낭비 역시 축산과 육식 문화에 기인한다. 육식 문화와 육식 산업 전반을 놓고 볼 때 성인병 등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도 간과 할 수 없다.

올해부터 축산 분뇨의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된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양 오염 방지에 대한 국제 협약, 이른바 '로마 의정서'에 따른 방침을 수용해야 하는 처지이다. 거스를 수 없다. 축산 농가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걱정이 크다.

축산 농민의 전업 보장이 선결돼야

자기가 키우던 소 돼지가 생매장 되고 강제 도살되는 것을 바라보는 농민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는 보고가 있다. 이 악순환의 단절을 위해 정부는 축산 농가의 전업을 적극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산의 신발 공장과 대구의 섬유 공장이 사라졌다. 떠오르는 산업이 있고 지는 산업이 있다.

정부는 한 발 앞서 축산 농가의 전업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며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축산에 대한 조정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농민 단체 역시 아픈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동물 학대 논란까지 일으키는 축산 관련 사건 사고들을 냉정하게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축산 관련 협회 등 권력화 되어 있는 농업의 부문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고통을 끊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제정된 식생활교육지원법과 그 시행령이 공포되어 학교급식네트워크나 한살림 등의 식생활 교육 기관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몫도 크다. 전 국민 식생활 개선 캠페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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