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읽은 마르크스·엥겔스가 '진짜'가 아니었다고?
[인터뷰] 'MEGA' 내는 강신준 교수, 23일부터 <자본> 강의 '시즌 2'도
2012.06.19 08:18:00
우리가 읽은 마르크스·엥겔스가 '진짜'가 아니었다고?
1987년, 그가 김영민이라는 가명으로 칼 마르크스의 <자본> 한국어 번역본을 낸 지 25년이 흘렀다. 그때 몰래 받고 몰래 넘겨야 했던 그 원고는, 이제 역자의 본명인 '강신준'이란 이름을 달고 전국 모든 서점의 빛나는 조명 밑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이 가명에서 본명의 세계로, 음지에서 양지로 이동하는 동안 사회 변혁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눈은 오히려 마르크스에게서 멀어져 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 연방이 몰락하자 마르크스라는 믿음은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과 일본에서 다시 마르크스가 각광받고 있다. 20년 이상을 풍미해 온 미시적 담론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 쇠퇴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10년 <자본>(길 펴냄) 전권 완역의 주인공 강신준 동아대학교 교수(경제학)는 "공황을 이론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자본>뿐"이라 강조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유효성에 대해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사회 변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은 <자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최근 그는 다시 마르크스의 저작을 번역 중이다.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던 메가(MEGA) 판본의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을 국내에 번역·소개하는 필생의 작업이, 내년 초 길 출판사를 통해 첫 결실을 맺는다. 흔히 메프(MEW) 본, 메가 본 두 종류로 알려져 있는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의 정본 가운데 '문헌적인 정본'은 마르크스·엥겔스가 실제 원고를 집필한 순서대로 편집된 메가 본이다. 그러나 출간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아직 114권 가운데 59권만이 나왔을 정도로 규모가 큰 작업이라, 학문적 여건이 미비한 국내에선 아직까지 시도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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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최근 문을 연 동아대학교 부설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소'의 첫째 목적으로 이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정본의 번역 출간을 꼽는다. 2010년 국내 학자들과 정본 번역에 대한 뜻을 모아 추진하기 시작해 설립된 이 연구소는 아직 정식 공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독일에서 유학한 검증된 학자들이 '한국에 메가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하에 힘을 모으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의 연구소이지만 앞으로 한국이 마르크스 관련 연구 및 자료 수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포석을 마련하고 싶다고 강 교수는 말한다.

그가 주력하는 또 하나의 과제는 '사회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자본> 읽기'다. 올해 초 <프레시안>과 함께 진행했던 '<자본> 강의'를 오는 6월 23일부터 '시즌 2로' 새로이 시작한다. 이번 '시즌2' 강연의 주제는 '<자본>으로 읽는 한국 사회'다. 지난 강의가 강독 중심이었다면 이번 특강은 <자본>의 이론과 해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을 읽어내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주목적이다. (특강 상세 내용 및 강의 신청은 기사 하단 참조)

아침 일찍 KTX를 타고 서울에 온 그와 지난 14일 만났다. 인터뷰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박인규 대표가 진행했다. <편집자>

ⓒ프레시안(김하영)

'진짜' 마르크스를 만나다

프레시안 : 동아대에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소'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나의 학문적인 사건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장 먼저 어떤 목적으로 만들게 되었나요.

강신준 : 국내에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정본인 메가를 번역해 소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국내에도 과거엔 지하에서, 1987년 이후로는 지상에서 수많은 마르크스·엥겔스 번역본이 나왔지만 진본(마르크스·엥겔스의 자필 원고)을 텍스트로 한 것은 없었습니다. 정본인지 이본인지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출판해 온 것이지요.

프레시안 : 직접 번역하신 한국어판 <자본>은 정본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었나요?

강신준 :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의 정본으로 알려진 판본으로 메프와 메가가 있습니다. 이 중 제가 번역한 <자본>은 스탈린 시대의 독일어본인 메프 본입니다. 메프 본은 동독의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와 모스크바에 있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에서 모은 원고를 바탕으로, 소련 정치권 핵심에서 통과를 받아 나온 판본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본으로 알려져 있었죠.

그런데 실제로는 메가 판이 문헌적인 정본입니다. 다만 아직도 출판이 완료되지 않아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전체 114권 가운데 현재 59권만 나왔을 뿐이죠. 하지만 정식으로 마르크스 엥겔스를 소개하려면 메가 판으로 해야 맞습니다. 한국에선 지금까지 여건이 미비해 전혀 소개되지 않았는데, 그 번역·소개 작업을 이 연구소를 통해 지금부터 하려는 겁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메가는 냉전 종식 후부터 편집해 온 겁니까?

강신준 : 아닙니다. 1910년대부터 작업해 왔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 정부가 세계로 흩어진 마르크스의 자필 원고를 모아 이 정본 전집을 2020년까지 완간할 예정에 있는데, 현재 59권까지밖에 안 나왔으니 사실상 더 오래 걸린다고 봐야 되겠죠.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마르크스의 자필 원고가 방대한 데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가 1883년 사망 시에 자필 원고를 엥겔스에게 넘겨주었고, 엥겔스는 1895년 사망 시까지 그 원고를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엥겔스가 사망하고 마르크스의 셋째 딸인 엘리너와 독일 사민당 등의 사이에서 유고를 상속받기 위한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고가 분할되지요. 이보다 더 큰 수난은 1933년에 나치가 집권하면서 실행한 분서갱유였습니다. 원고가 모두 불탈 위기에 처하자 극비리의 통로로 여러 사람이 원고를 해외 도피시키게 됩니다. 이때 전 세계로 퍼진 거지요.

이후 원고를 모으는 작업은 소련이 주도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중요한 원고는 네덜란드와 일본에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체로 모스크바 국립 서고에 보관되어 있지요. 이 작업을 제안한 것은 리야자노프라는 사람이었는데, 레닌을 위시로 하는 혁명 1세대와 가까웠습니다. 레닌은 모스크바가 마르크스에 관한 문헌적 정당성을 쥐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그래서 볼셰비키가 권력을 쥐자마자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원고를 끌어 모으도록 했습니다. 레닌 사망 후 리야자노프가 스탈린에 의해 숙청되면서 작업이 중단되는 위기를 거쳤고, 설득을 거쳐 다시 진행하다가 소련의 몰락으로 재차 중단됐습니다.

그 몰락의 시점에 1910년부터 편집해 왔던 것을 이어받아서 전 세계의 중요 도서관·서고와 관련 학자들이 정본을 찍자는 합의에 이르게 됩니다. 그로부터 학자와 전문가 수백 명으로 구성된 '마르크스 엥겔스 재단'이 만들어지지요. 메가 판본의 출간은 그 재단이 독일 정부의 지원 아래 진행 중인 것입니다.

한국에 메가 시대를 열다

프레시안 : 그걸 한국어로 소개해야겠다는 결심은 언제쯤 갖게 되었습니까?

강신준 : 4년 전 연구년을 맞아 독일 프라이에 베를린 대학교에 객원교수로 근무했는데 마르크스 엥겔스 국제 재단의 본부가 근처에 있었습니다. 베를린브란덴부르그한림원(BBAW)이라는 독일 팀과 접촉해서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국내 연구자는 정문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뿐이라는 사실도 알았고요. 국내에 한 번도 소개 된 적 없다는 사실을 알고 2010년 6월 중앙대학교에서 부랴부랴 학술 대회를 열게 됩니다. 그 자리에 함께 왔던 학자들과 뜻이 맞아 국내에서 정본을 번역하자는 합의에 이르렀고, 그를 위한 공식 조직을 만들기 위해 제가 있던 동아대에 연구소 등록을 추진하게 된 것이죠.

프레시안 : 지금 메가 판본의 한국어판 작업은 어떻게, 어느 정도 진행되었습니까?

강신준 : 정본의 판권은 앞서 말한 마르크스 엥겔스 재단과 아카데미 출판사에 있습니다. 이 두 곳에서 번역 출간 승인을 받기 위해 2년 전부터 접촉했고, 현재 협상이 완료되었습니다.

일단은 세 권을 먼저 찍어 낼 겁니다. 한 권엔 <법철학 비판>과 <경제학 철학 초고>가 같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 한 권은 <프랑스 혁명사> 삼부작 중 한 권입니다. 나머지 한 권은 보통 네 개의 원고로 완성된다고 알려진 <자본>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자본>을 구성하는 것은 보통 '1858년 초고'라고 여겨지는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그리고 1861년부터 1863년까지 쓰인 <정치경제학 비판> 초고(이는 앞부분만 발견되었습니다), 1867년에 나오는 <자본> 원고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나중에 1861~1863년 초고 안에 <자본>을 쓰기 위한 이론사 원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통상 <잉여가치 학설사>라고 부릅니다.

국내에는 일단 <자본>이 번역되어 있고,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과 <정치경제학 비판> 중 일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안 된 부분이 바로 <정치경제학 비판> 나머지 부분과 <잉여가치 학설사>죠. 이 부분이 시급하다고 판단되어서 김호균 교수(명지대학교)가 <정치경제학 비판> 앞부분을, 제가 <잉여가치 학설사> 1권을 맡아 번역하고 있습니다. 번역은 3분의 2 정도 진행되었고, 올해 안으로 원고를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잉여가치 학설사>와 <정치경제학 비판> 뒷부분은 빠르면 내년 초 제1권이 출판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세 권을 필두로, 한국에서 본격적인 메가 시대를 열어 갈 생각입니다.

메가 편집에 일본이 참여한 이유

프레시안 : 동아대학교 부설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소의 가장 큰 목표이자 사업은 메가 한국어 번역일 텐데, 목표로 하는 다른 사업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강신준 : 사실 2010년 중앙대에서 처음 메가 관련 학회를 할 때, 2018년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에 맞춰 마르크스 진본 원고를 국내에 전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알아보니 어림없는 얘기더군요. (웃음)

그때 자료를 모으다 보니 알게 되었는데, 마르크스와 관련한 중요한 문서 자료를 갖고 있는 나라가 아시아에서는 일본뿐이더군요. 중국에도 하나도 없고, 나머진 전부 유럽에 있습니다. 가령 <자본> 초판(1867년)이 총 1000부가 발간되었는데, 이중 일본은 10권(=> 여러 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한 부도 없고요.

일본에선 도쿄에 있는 호세이(法政) 대학 오하라(大原) 사회문제 연구소에 많은 마르크스 관련 자료들을 모아놓고 있습니다. 연구소를 세운 오하라 마고사부로(大原孫三郞, 1880~1943)는 일제 강점기 때 군수물자인 군복을 제조해 돈을 많이 번 사람인데, 나중에 그 돈을 사람 살리는 데 쓰고 싶어서 연구소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게 주로 노동운동사 쪽으로 특화되어 발전해 온 것이죠. 지금도 유럽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관련 원고가 골동품 시장에서 경매로 나오면, 오하라 연구소가 참여해 자료들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동아대학교 부설 연구소를 열면서, 마르크스 관련 자료들을 국내의 한 곳에 모아야겠다는 오랜 꿈을 추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국내의 자료들조차 제대로 수집되어 있지 않거든요. 심지어 저는 처음 나온 <자본> 한국어판조차 본 적이 없습니다. 기부도 받고 기금도 성립시켜서 제대로 해보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일본이 학술적인 자료를 모으는 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강신준 : 소위 백인들의 언어, 그러니까 그리스·로마 어 계통 언어권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메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도쿄 그룹과 도호쿠(東北) 대학의 센다이 그룹이 참여해서 <자본> 제2권을 편집하고 있어요. 제가 추정하기에 이 그룹들이 들어가게 된 이유는 예산입니다.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넉넉하지 않은데, 일본이 재정적 지원을 한다니까 원고를 넘겨 준 거죠.

이런 상황을 보고 정문길 교수님께선 돈만 있으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래서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소를 통해, 앞으로 그러한 작업의 포석을 다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요.

지금 왜 마르크스인가

프레시안 : 지난 1~2월 강연에 이어 이번에도 <자본> 대중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중 강연을 진행하면서 무엇을 느끼고 계신지요.

강신준 : 일반 독자들을 상대로 <자본> 강의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민주화 논쟁'이나 이와는 좀 다른 맥락에서 진행되는 복지 관련 논쟁, 또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로 불거진 노동 관련 쟁점들을 지켜보면서도 어떤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근대 이후,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이 변화의 모델로 삼았던 건 딱 하나, 프랑스 혁명입니다. 사농공상이라는 안정된 신분 질서 맨 밑바닥에 있던 상인들이 단숨에 제1계급으로 올라선 이 혁명은 진정한 사회 변혁이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 답안이지요.

혁명 이후의 과정도 그러합니다. 일차적으로 한계가 많은 부르주아 혁명이 이루어졌고, 시민 30퍼센트 이상이 투표권을 갖지 못하는 불안정한 시작 단계를 지나 혁명을 끌고 가기 위해 로베스피에르의 공포 정치가 뒤따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뒤집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게 테르미도르의 반동이었고, 이 반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3 공화정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이 역사 발전의 필연성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 시점,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에 허덕이는 노동 대중에게 있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은 프랑스 혁명뿐입니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자본>은 이 혁명의 동력이 어디있는지에 대한 답을 내린 유일한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변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변혁의 출발점을 <자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마르크스는 변혁을 지향하는 운동 안에서 해결해야 할 두 가지 과제에 대해서도 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과제는 역사적으로 있었던 두 가지 큰 갈등으로 얘기할 수 있지요. 그 중 하나는 볼셰비키 혁명 발생 이전까지 소수 이론가들 중심의 혁명이 대중적인 운동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노선 논쟁, 이른바 '수정주의 논쟁'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볼셰비키 혁명의 성공 이후 발생했던 논쟁, 즉 그 혁명의 방법이 마르크스가 얘기했던 것과 다르기에 발생했던 '프롤레타리아 독재 논쟁'입니다. 마르크스는 이 두 가지 중요한 논쟁에 대해서도 답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자본>에 담아냈습니다. 따라서 <자본>을 제대로 알아야만 마르크스의 유산을 현 시점의 변혁 운동에 녹여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정리하자면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작 안에서 근대사 변혁의 출발점인 혁명의 동력과 그 혁명이 진행되다가 결국 실패에 이르는 이유를 정확히 밝혔다는 얘깁니다. 이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이 유산이자, 제가 <자본> 강의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최근 경제와 노동에 관련된 논쟁들을 보고 아쉽다고 말했는데요, 바로 그런 유산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선생님께서 마르크스의 문제제기가 여전히 유효성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강신준 : 많은 이들이 마르크스의 유효성이 끝났다는 주장의 근거로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몰락을 꼽습니다만 실제로는 사실과 다릅니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오히려 마르크스가 알려준 과학적 유산을 따르지 않았기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적 근거라 보는 게 맞습니다. 현재 유럽에서 마르크스 르네상스를 외치는 세력들, 예를 들어 독일 링케(좌파당)와 같은 정당도 마르크스주의 노선을 공식적으로 표방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들이 바로 현실 사회주의 경험과 마르크스가 말한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는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모델과 전혀 달랐고, 이 때문에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와 볼셰비키 사이에 프롤레타리아 독재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이 논쟁을 이번 강의 마지막 시간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 마르크스가 고민했던 자본주의의 모순이 오늘날 마르크스 시대의 형태와 유사하게 거의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나 제가 주목하려 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순입니다. 이번 강의에서 마르크스가 얘기했던 현실 자본주의 모순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많은 예를 들어 함께 고민하고 그 답을 <자본>을 통해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자본>으로 많은 모순이 설명되고, 실제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김하영)

지난 겨울 강의와의 차별점에 대해 강신준 교수는 "지난번 강의가 <자본>을 혼자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읽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안내 강의'의 성격이었다면, 이번 강의는 강독을 줄이고 내용에 대한 해설을 대폭 늘리는 형태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용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자본주의적 모순 사례를 활발히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읽는 순서는 주제 별로 대폭 재편성되게 된다. 지난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들에겐 일종의 '심화반'으로, 새로 듣는 사람들에겐 '해설과 사례 위주의 <자본> 읽기'로 다가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자본>의 '유효성'을 부각시키고 싶다는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보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의 측면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드웨어적 측면도 대폭 개선됐다.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강당에서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102호로 강의실이 바뀌면서 좀 더 쾌적한 강의 환경이 제공된다. 이에 맞춰 강 교수도 파워포인트 등 시각 자료를 준비 중이다. 강의 시간 역시 많은 직장인들이 들을 수 있도록 평일 저녁에서 토요일 오후 2시로 변경됐다. 참가비용은 1인당 10만 원이며, 오는 6월 23일부터 7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 5주에 걸쳐(하루 2강씩 총 10강) 진행된다.

(☞강의 신청 및 상세 정보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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