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5년을 결정한다!
[초록發光] 대통령직 인수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5년을 결정한다!
이번 대선은 굵직한 정책 이슈는 사라지고, 단일화 이슈와 보수·진보의 세 대결로 점철된 선거였다.

그러나 기후·에너지 이슈로 보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탈핵을 주장했고, 전통적으로 핵 정책을 옹호해 온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조차 핵발전소 정책 재검토와 안전성 강화를 공약에 포함하는 등 진일보한 측면이 있었다. 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고리 핵발전소 사고 은폐·부품 비리 등으로 국민들의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것의 정치적 반응일 것이다. 이제 대선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고, 기후·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사회 각 영역의 국정 과제는 차기 정부의 몫이 되었다.

대선이 끝난 이 시점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역대 인수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사례에서 시사점을 도출하여, 향후 두 달 동안 활동할 18대 인수위원회의 과제를 면밀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도출하는 이 두 달이 최소한 향후 5년의 한국 사회를 상당 부분 규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통령직 행사의 단절을 없애고, 권력의 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국가 및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행법은 인수위원회를 당선일로부터 대통령 임기 시작일 이후 30일의 범위에서 존속하도록 하고,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 그리고 24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전신으로 노태우가 당선된 13대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가 있었지만, 당선인이 대통령과 사전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위원을 추천하였다고 하여 끝내 위원으로 임명되지 못한 채 활동했다. 13대 취임 준비위원회는 정부의 업무 보고를 받는 수준이었고, 대선 공약 사항을 국정 과제로 만드는 작업은 취임 이후 구체화된다. 현재와 같이 인수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김영삼이 당선된 14대 대선 이후부터이다. 14대부터 17대 이명박 당선인까지 역대 인수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야에서 여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는지, 아니면 정권 연장이었는지에 따라 인수위원회 구성과 역할에 차이가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번 대선과 같이 정권이 연장된 경우는 14대 김영삼 인수위원회와 16대 노무현 인수위원회가 있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인수위원회는 행정부의 비협조로 국정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권이 연장된 경우에는 행정부와의 업무 협조 문제보다는 소속 정당, 혹은 전 정권과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김영삼 당선인의 경우, 3당 합당으로 노태우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됨으로써, 전 정권과 비교적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김영삼 당선인은 인수위원회와 별도의 외곽에 정권 인수팀을 가동했다. 또 노무현 당선인은 소속 정당과의 갈등으로 정치인을 배제하고 외부 지지 그룹을 중심으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 선거 기간 동안 유력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컸는지, 아니면 근소했는지에 따라 인수위원회 활동에 다른 영향을 미쳤다.

이번 대선처럼 유력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근소했던 선거는 15대와 16대 대선을 참고할 수 있다. 비교적 여유 있게 대선을 치렀던 김영삼과 이명박 당선인은 새 정부 국정 구상과 인선 작업을 사전에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반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김대중과 노무현 당선인은 당선된 후 급하게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수밖에 없어 일정한 혼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전에서 박빙의 승부를 치렀지만, 지난 대선 이후 현 정부 5년 내내 대세론을 이끌어 왔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참모 그룹이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셋째, 당선인의 의지와 소속 정당과의 정치적 관계에 따라 인수위원회 활동이 달랐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정권 연장에 성공한 14대 김영삼 인수위원회와 소속 정당에 대한 장악력이 강했던 15대 김대중 인수위원회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14대 대선 김영삼 당선인은 3당 합당의 한계 속에서 인수위원회에 정부 인수를 위한 행정 제반적 실무 작업만을 맡기고, 대선 공약은 당에서 수행하였으며, 새 정부 구성은 전적으로 참모 그룹인 이른바 동승동 팀에게 맡김으로써 인수위원회는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였다.

한편, 15대 김대중 당선인은 1997년 외환 위기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라는 국내외적인 환경 속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당선인이 직접 주재하는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핵심적인 의사 결정을 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권 장악력이 상당한 수준에 있고, 국내외 여건이 역대 정부에 비해 좋다는 점에서 유리한 반면, 공로가 있는 측근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넷째, 인수위원회를 정치인 중심으로 구성했는지, 아니면 전문가 중심이었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역대 인수위원회 구성을 보면, 14대(김영삼)와 15대(김대중)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구성했고, 16대(노무현)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했으며, 17대(이명박)는 정치인과 전문가를 혼합했다. 인수위 구성은 정치적인 고려가 강하게 작동했는데, 14대와 15대는 3당 합당과 DJP 연합이라는 구조 속에서 일정한 공동 정부의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즉 당내 세력을 가진 인사들을 인수위에 배치하고, 당선인의 심복을 중심으로 별도의 정권 인수팀을 가동한 셈이다.

한편, 김영삼 당선인은 지역 안배를 중심으로 당내 세력이 약한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선발했고, 김대중 당선인은 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에서 절반씩 추천하여 국회의원들로 구성했다. 또 노무현 당선인은 당과의 갈등 속에서 학계와 연구 기관 출신으로 구성해 전문성을 강화했으며, 이명박 당선인은 당내의 인사들과 전문성을 갖춘 행정부 내의 관료, 학계의 교수를 고르게 분배하여 선정하였다.

새 정부와 인수위원회의 과제

인수위원회는 앞으로 두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행정부의 업무 보고를 받고,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구체화하면서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제시한다.

예컨대, 박근혜 당선인은 기후·에너지 분야 공약으로 ➀노후 핵발전소 안전 정책 ➁신재생 에너지 보급 국가 목표 수립 ➂온실 기체의 목표 관리제와 배출권 거래제의 재구성 ➃남북 재생 가능 에너지 공동체 구축 시작 ➄에너지 빈곤 없는 따뜻한 에너지 복지 실현 등 7개 분야, 16대 약속, 10개의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 공약이 새 정부의 국정 과제로 구체화되는 첫 관문은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시작될 것이고, 인수위원회 결과물인 새 정부 국정 과제로 구체화될 것이다. 특히 파국으로 치닫는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소 위주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재생 가능 에너지와 지역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 것인지 주목된다.

한편, 기존 인수위원회는 재벌과 기업들 혹은 정치인들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주는 통로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선인이 대선 내내 국민 통합을 주장한 바도 있으니, 야권과 시민 사회 세력을 인수위원회에 포함하는 등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무현 인수위원회의 '국민 제안 센터'와 이명박 인수위원회의 '국민 성공 정책 제안 센터'와 같은 국민 참여 통로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도 있다.

18대 인수위원회는 정권 연장에 성공했고,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었으며, 소속 정당이 다수당이고, 당과의 관계에서 당선인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대 인수위원회에 비해 매우 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매우 높고, 전 정권과의 단절이라는 숙제는 피할 수 없는 새 정부의 운명이라는 점에서 위기 요소가 존재한다.

국민의 절반은 환호를, 나머지 절반은 근심거리를 남긴 결과이지만, 향후 두 달 동안의 인수위원회 활동과 그 결과를 통해 우리는 이전 정권와의 연속성과 단절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근소한 차이로 이기긴 했지만 박근혜 호는 출발했고, 우리는 또 다시 신발 끈을 단단히 묶을 때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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