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열풍, 또하나의 '대박증후군'?
김유주의 '방송 산책' <9>
퀴즈 열풍, 또하나의 '대박증후군'?
***퀴즈 전성시대**

주말에는 KBS의 '퀴즈 대한민국'과 MBC의 '생방송 퀴즈가 좋다' 등이 부담 없는 오락물로 각광받고 있다. 케이블에서도 지난달 '온미디어'가 퀴즈 전문채널 '퀴즈 네트워크'를 개국하여 본격적으로 퀴즈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듯 하다.

그동안 TV의 퀴즈프로는 1970-1980년대 MBC '장학퀴즈'와 '퀴즈 아카데미' 등 학생들의 지식대결 프로가 주류였다. 일반인 대상 퀴즈는 오락 프로그램의 한 코너나 부분적인 소재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후반 들어 국민들의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TV에서도 '퀴즈가 좋다'를 필두로 퀴즈프로가 등장했다. 저질적인 오락프로가 범람하는 추세에서 TV의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면 일단은 긍정적이다.

지난 99년 가을 개편 때 생긴 MBC의 '생방송 퀴즈가 좋다'는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10단계까지 문제가 제시되며 그동안 최고액수인 2천만원의 상금을 받은 사람도 10여명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최근 들어 방송사간 경쟁으로 상금은 3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때문인지 주당 2천 건도 넘는 출연 신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퀴즈 열풍'은 우리 사회를 투영하는 또하나의 병리현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경제난 속에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퀴즈대회가 심리적인 탈출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퀴즈대회는 현재 공중파 및 유선방송, 신문,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특정기관의 홈페이지, 유로 자동응답전화(ARS) 등에서 개설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교양이나 지식을 넓히는 차원에서 퀴즈에 참여하기보다는 '한 건'해서 목돈을 쥐자는 '대박 증후군' 심리가 퀴즈 열풍을 몰고 온다고 평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대학생끼리 팀을 만들어 인터넷의 각종 퀴즈대회에 도전하는 사례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평일 오전 방송되는 퀴즈 프로그램들은 가족을 직장과 학교로 보낸 주부들의 인기 휴식시간이기도 하다. SBS의 '퀴즈 도전 퀸'과 KBS 2TV의 '여기는 TV 정보센터'의 아침 주부대상 퀴즈 프로그램 역시 고부팀, 동서팀 등 출연자의 저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여러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상품을 싹쓸이 하는 '고수 마니아'들도 상당수 활약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천만원 상금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 상품으로 주어지는 프로그램 속성상 그릇된 사행심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 프로그램 제작자는 "물질적 욕심을 과도하게 내세우다 보면 프로그램 본연의 교양적 기능이 희석될 수 있다. 본업을 전폐하고 퀴즈에 집착하는 사람을 보면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퀴즈가 좋다'의 안우정 PD는 "일반인 대상의 프로그램인 만큼 전문적인 문제의 출제는 자제하고 있다. 단계별 상금 차이도 크지만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프로그램에서 최소한의 극적 장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정헌주 교수는 "경제난으로 일자리는 모자라는데도 졸부들이 많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열심히 일해 봐야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이 만연, 탈출구로 한탕주의가 성행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분위기로는 퀴즈 몇 개 풀었다고 선뜻 거액을 맡기는 게 아직까지는 고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이어린 학생들에게. 그래서 '생방송 퀴즈가 좋다'도 이를 의식, 상금의 절반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는 안전망을 쳤다.

현금 퀴즈프로가 안전운항하려면 이같은 우리 토양을 고려하여 잡음 가능성을 스스로 줄이는, 제작진의 '건전한'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 하다.


***필자 소개**

필자 김유주씨는 고려대 정외과 졸업후 동아일보 자회사였던 동아방송 재직중 해고된 동아투위 출신 언론인으로, 그후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언론연구원, 평화방송을 거쳐 SBS 라디오국장을 지냈다. 현재는 방송위원회 심의위원과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수석부회장, EBS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매주 방송심의 일을 하고 있다. 저서에는 그동안 써온 방송논편을 모아 펴낸 <그거 말 되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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