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지시로 오는 것 다 안다. 거짓말 말라"
<바그다드 통신>"미국, 쿠르드 석유때문에 한국군 파병"
2004.06.28 17:26:00
"한국, 美지시로 오는 것 다 안다. 거짓말 말라"
이 글은 이라크를 뒤로 하고 비행기를 타고 나오면서 띠우는 마지막 바그다드 통신이자, 그리고 김선일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저는 암만에 있습니다. 지금 바람이 있다면 '우리 모두가 이라크 상황을 보다 이해하고, 그리고 진실을 알 수 있다면'입니다. 나날이 상황이 악화되고, 심지어 28일은 바그다드 시내에서 교전이 벌어져 바그다드 시내로 전쟁이 확산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한 이라크를 뒤로 빠져 나오면서, 현재의 이라크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우리 앞의 이라크 사람들은 누구인지, 우리는 누구인지 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불타는 바그다드를 뒤로 하고 떠나는 하는 마음은 이라크 걱정, 그리고 무엇보다 한달 이상 저가 머물렀던 이라크 가족들의 걱정이 앞섭니다.

그 집을 나오기 위해 25일 짐을 꾸리고 새벽 1시를 넘긴 시각, 저는 아랫층으로 내려가 장남인 17살 아흐멧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지금 내가 전해들은 소식으로는 28일 저항세력들의 총공세와 그리고 미군의 공격으로 바그다드조차 위험해질지 모른다. 아흐멧, 너는 장남이다. 이라크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없을 때 장남이 아버지 역할을 대신 한다고 들었다. 28일 바그다드에서 교전이 있다면 네가 살고 있는 이 마을 하이-자마가 위험하다. 아마 바그다드 서부지역인 이곳에서 교전과 폭격이 시작될 것이다."

키가 1m80cm가 넘는 덩치 큰 아흐멧은 입을 꼭 다문채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듣던 아흐멧의 어머니가 울상이 되어서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대답하는 대신 "아흐멧, 어머니가 힘들 때 네가 도와야 한다. 알았지?"라고 아흐멧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아흐멧은 한달 전쯤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민병대인 마흐디군에 입대하겠다고 학교를 며칠 가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교사인 어머니가 학교에서 돌아와 이것을 알고 목놓아 울고 아흐멧이 마음을 바꾸기를 설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흐멧, 앞으로 너의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학교는 계속 다녀라"고 말했을 때, 아흐멧은 반발어린 눈길로 "미군은 나쁘다. 이라크 사람들을 마구 죽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너도 텔레비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지를 보지 않냐?"며 다음날부터 어머니와 저에게 시위하듯 식탁 위에 묵크타다 알-사드르의 포스터를 붙여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윤, 우리는 이제 어떡하냐? 우리도 너를 따라 한국으로 갈까? 한국은 평화롭지 않냐."

아흐멧의 어머니는 그 와중에 농담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저의 가슴에 와박혀 농담으로 화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움 아흐멧. 미안해요. 나는 그걸 도울 수 없어요."

저는 다음날인 26일 아침 아흐멧 가족들이 아직 잠에서 안깬 시각에 그 집을 나섰습니다.

***"28일, 바그다드발 비행기는 만원이었습니다"**

28일 오전 9시 20분.

공항에서 이륙하기 직전, 바그다드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비행기는 만원이었습니다. 심지어 출발하기 전 잠시 소동도 있었습니다. 여승무원들이 좌석이 하나 부족해 10살쯤 보이는 꼬마를 무릎에 앉히고 있던 한 승객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그냥 출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륙이 10여분 지체되다가 비행기는 바그다드 상공을 날아올랐습니다.

저는 옆자리 사람과 암만에 도착할 때까지 현재 이라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40대 중반의 바그다드 거주자였으며, 영어가 능통했으며, 이라크 상황에 대해 여러 각도로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그와의 대화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의 첫이름은 이라크에서 흔하디 흔한 '살람(평화)' 입니다. 그는 그동안 바그다드에서 만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제게 전달해줬습니다.

윤정은 : 이라크는 순식간에 세계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지금 각국의 아랍저항세력들이 미군의 아랍지배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싸움을 벌이려고 한다. 만약 바그다드 시내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심각한 일이다. 이라크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살람 : 맞다. 이라크가 전쟁터이다. 지금 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그걸 걱정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 아무도 모른다. 이번 한국인 피랍사건에서 연루되어 있는 알-카에다의 하부조직이라고 하는 알-자카르위의 경우도 좀 이상하다. 지금 그들의 저항방식에 이라크인들은 모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왜 죄없는 한국인을 죽이는가? 왜 바그다드에서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가?”

윤정은 : 나도 바그다드를 떠날 때까지 바그다드 사람들의 얘기를 계속 들어봤다.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라크 사람들의 바람과 거리가 멀었다. 이라크 사람들이 혼동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었다.

살람 : 이라크 사람들은 평화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 두 쪽(아랍저항세력과 미국)은 전쟁을 원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윤정은 : 내가 들은 바로는 시아-수니 간에도 지금 의견이 갈리는 지점이 있다. 시아 사람들은 정권이양을 앞두고 바그다드가 전쟁으로 치달으면 '우리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가?'라고 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리고 수니 지역 특히 팔루자 사람들의 미군의 민간인학살에 대한 분노를 바탕으로 아랍저항세력들이 이라크를 전쟁터로 이용하고 있어, 팔루자 사람들이 이 전쟁을 원하는 두 세력(미국과 아랍저항세력)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들었다.

살람 : 지금 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라크 사람이 세 부류가 있다고 설명하고 싶다. 첫째, 미군정에 반대하는 저항세력. 둘째, 미 점령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고, 저항세력들에 대해 동조하지만 저항운동에 가담하지 않는 사람들. 셋째, 미군정이 주는 이익을 챙기기 위해 미군의 점령에 찬성하는 사람들. 나는 두번째 경우에 속하는 사람이다. 우리들은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단지 기도할 수밖에 없다. 이라크 사람들이 더이상 죽지 않기를.

***"김선일씨 사건 유감, 그러나 한국정부가 김선일씨 죽였다"**

윤정은 : 이번 한국인 김선일씨의 죽음은 한국사람들이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당신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살람 : 너무 유감이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우리는 모두 저항세력들이 왜 죄없는 미스터 김을 죽였느냐고 묻고 싶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한국정부가 미스터 김을 죽였다는 것이다. 또 한국정부에 묻고 싶다. 왜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느냐. 한국정부는 이라크를 돕기 위해 군대를 보낸다고 하던데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윤정은 : 지금 한국에는 군대를 보내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이라크 파병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큰 논란거리다. 내 생각은 이라크는 더이상 외국군대가 필요없다. 이라크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라크 사회를 바꾸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살람 : 그렇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아르빌에 군대를 보낸다.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줄 아는가? 아르빌 사람들이 지금 한국군보다 더 안전하다. 쿠르드 지역은 미군이 보호해준다. 쿠르드 지역은 14년전부터 이라크에서 독립된 지역으로 존재해왔고, 지금은 전혀 다른 나라다.

윤정은 : 그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나 또한 그 지역을 다녀와봐서 알지만 아르빌에 가기 위해 허가증을 받는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고, 또 언어도 달라 마치 외국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람 : 맞다. 아랍 사람들이 쿠르드지역에 가는 것은 이라크-요르단 국경 넘는 것보다 더 까다롭다. 경험했다니까 내가 말하는 것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윤정은 : 그러나 어제 아르빌에서 폭탄이 터진 것을 알고 있는가? 아르빌이 안전하다는 얘기는 과장이지 않나?

살람 : 그건 조금 다른 문제이다. 쿠르드 지역은 민족간 문제가 있다. 내가 더 안전하다고 말한 것은 미국에게 쿠르드 지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미국은 쿠르드 지역의 이용가치(석유) 때문에, 한국을 생각하는 것보다 그곳에 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래서 아르빌 사람들이 한국군보다 더 안전할 거란 얘기를 하는 거다. 그리고 한국군이 아르빌에 오면 그들은 이라크 사람들을 위해 이라크로 오는 것이 아니라 미군의 지시 때문에 오는 거다. 한국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윤정은 : 얼마나 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나?

***"미국의 대테러전이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을 뿐"**

살람 : 확신하건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미스터 김이 죽은 건 너무 유감이다. 지금 이라크 상황은 이라크 사람들이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대테러전'을 지금 이라크에서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저항세력들이 이라크로 들어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정은 : 나 또한 그 점이 너무 염려스럽다. 이라크가 세계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살람과의 대화는 약 30분 이상 계속됐습니다. 그는 요르단에 일이 있어서 잠시 들렀고, 노모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바그다드에 있어서 곧 이라크로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와의 대화에서 나온 것처럼, 미국은 아프간 공격을 시작한 이래로 대테러전을 벌인다는 이유로 온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라크는 미국과 다른 아랍국가에서 들어온 세력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라크인들이 아니지만, 이라크인들이 죽고, 이라크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라크 사람들은 양쪽 모두에게 전쟁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살람을 비롯한 많은 이라크인들은 우리에게 "한국 정부는 한국군인의 생명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군에 지시에 의해 아르빌에 오는 것이지 이라크 위해 온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더 이상은 이 말도 안되는 전쟁에서 비도덕적인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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