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람의 뜨거운 숨결 없으면 죽은 판결"
신임법관 임명식 훈시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
2006.02.20 15:19:00
대법원장 "사람의 뜨거운 숨결 없으면 죽은 판결"
최근 '기업인 범죄'에 대한 엄벌을 강조해 논란을 일으켰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에도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법부의 대국민 신뢰회복'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대법원장 "외롭게 작품 만드는 예술가의 심정으로 재판에 혼 불어 넣어야"**

이 대법원장은 "법관은 피곤하고 어려운 삶에 지쳐 어디 한 군데 호소할 길이 없어 마지막으로 찾아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 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한다"며 "부당한 압력이나 여론에 맞서는 불굴의 용기를 갖는 동시에 사사로운 감정이나 독선에 빠지지 않아야 하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균형 잡힌 판단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한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죽은 판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에 대해서도 "우리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며 "이 시대의 모든 법관들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어 "법관의 독립은 그 마지막에 있어 법관 개개인이 법관으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야 한다. 법관 스스로의 독립을 통해서만 사법부 전체의 독립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한 "법관들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외롭게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심정으로 재판 하나하나에 자신의 혼을 불어 넣어야 한다"며 "재판을 하는 본인까지 감동하는 재판은 사법부의 모습을 바꿔 나갈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법부가 될 것"이라고 '대국민 신뢰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임명식에서는 전임 시ㆍ군 판사 3명, 신임 판사 111명, 예비판사 92명 등 206명의 신임법관들이 임명됐으며, 기존의 기립한 자세로 임명장을 받던 모습과 달리 가족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과거에는 대표 신임법관 1명이 임명장을 수여받고 나머지는 이름만 호명하던 방식과 달리, 이 대법원장이 각각의 신임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임명식에 이어 열린 소연회에서도 이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각각의 테이블을 돌며 신임법관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탈권위주의'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총장 "검사의 법복은 다 드러내는 '투명한 유리옷'**

한편 정상명 검찰총장도 이날 열린 전입.신임검사 신고식에서 "검사들의 법복은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않고 실수한 것을 가려주는 '특권의 망토'가 아니라 만인 앞에 여러분을 발가벗겨 보여주는 '투명한 유리옷'이다. 검사의 길에 감춰진 사생활은 없다"며 청렴을 강조했다.

정 총장은 또한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행로와 가치관이 제각기 달랐지만, 법복을 덧입은 오늘부터 개인 중심의 생각과 이익 위에 국민의 인권과 정의를 수호하는 고귀하고 무거운 사명만을 올려 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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